[뉴시스아이즈]갈수록 여성 건강 노리는 담배 "이제 그만"

【서울=뉴시스】강수윤 기자 = #결혼 전부터 10년 가까이 담배를 피웠던 주부 이모씨(35)는 지난해 임신을 하면서 담배를 힘들게 끊었다. 임신 기간 태아의 건강을 위해 흡연욕구를 억제했다. 다행히 아기는 건강하게 태어났다. 그러나 10㎏이상 불어난 체중으로 우울증에 걸린 이씨는 처녀시절 몸무게로 되돌리기 위해 얼마 전부터 하루에 1~2개비씩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올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금연의 날의 주제는 ‘여성과 흡연’이다. 2007년 기준 세계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의 여성 흡연율은 일본이 12.7%, 미국이 13.7%, 프랑스 21% 등으로 평균 18.7%에 달한다.

한국의 여성 흡연율은 5.3%로 다른 선진국보다 비교적 낮았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세 이상의 경우 여성흡연율은 2001년 5.2%에서 2004년 7.4%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남성흡연율은 60.9%에서 47.7%로 오히려 크게 감소했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박사는 “흡연의 해로운 정도는 여성이라 해서 남성과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면서 “그러나 여성은 생식과 분만 출산과정에서 남성과 달리 특별한 해로움이 있을 수 있으며 여성호르몬에 의해 부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엄마의 흡연습관 태아 건강 해친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모 100명 중 3명이 임신 중에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태아의 3%가 담배에 들어있는 4000 종류 이상의 독성유해물질에 노출돼 사산되거나 기형아로 태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하루에 한 갑 이상 흡연하는 여성은 피임약을 끊은 뒤 5년 후까지도 불임인 비율이 비흡연자에 비해 2배나 높았다. 또 흡연여성은 비흡연자에 비해 자궁외임신 위험도가 2.2배 높고 자연 유산율도 비흡연 산모에 비해 2배 정도 증가한다. 산모의 연령이나 음주에 관계없이 흡연 하나만으로 자연유산율이 증가하는 것이다.

흡연한 임산부는 비흡연자에 비해 조산의 위험도가 1.53배, 경산부인 경우에는 1.88배 높고 흡연량이 많아짐에 따라 위험도는 증가했다.

이 밖에 산모의 흡연은 태반박리와 전치태반, 임신 중 자궁출혈, 조기양수파열, 조산 등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주산기(임신 20주~생후 28일) 태아의 사망률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산부가 흡연할 경우 태아가 구순열이나 구개열, 심장 기형, 사지기형 등의 선천성 기형을 갖고 태어날 위험도 높아진다.

서 박사는 “산모가 되기 전에 담배를 끊으면 비흡연자와 같은 체중의 아이를 낳고 담배를 초기 3~4개월 임신 시기에 금연을 하면 같은 효과를 본다”면서 “임신 중 완전히 금연한다면 주산기 사망의 5%를 예방할 수 있으며 20%의 저체중아, 8%의 조산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 발생 위험 높아져

흡연하는 여성은 폐암과 구강암, 후두암, 식도암, 인두암, 방광암, 췌장암, 신장암, 자궁암 등에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 WHO(세계보건기구)는 199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걸리는 암의 10%는 흡연 때문에 발생한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흡연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럽연합(EU) 1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1950~1959년 35~64세 여성 중 폐암 사망자는 10만 명당 7.7명이었는데 1990~1994년에는 14.3명으로 약 두 배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폐암은 암 사망 순위에서 남녀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또 20세기 초 흡연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선진국에서는 여성 폐암의 90%가 흡연 때문에 발생했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됐다.

흡연하는 여성은 심혈관질환과 허혈성뇌졸중, 지주막하출혈 등의 질환이 더 많이 발생한다. 미국암학회 자료를 보면 1982~1986년 사이 흡연하는 35~64세 여성에서 관상동맥 질환의 상대위험도는 3.0으로 담배를 피우지 않는 65세 이상의 1.6보다 높았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15세 이전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여성은 비흡연자와 비교했을 때 관상동맥질환의 상대위험도가 9.3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피임약을 먹는 여성은 흡연이 더 치명적이었다. 피임약을 먹으면서 흡연량이 과도한 여성은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고 흡연도 하지 않는 여성에 비해 폐암 발생이 최소 20배에서 최대 40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버거씨병’ 여성환자 급증…금연만이 치료제

흡연율이 높아지면서 ‘버거씨병’(폐쇄성 혈전혈관염)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의 버거병 진료 환자는 22.2% 증가했다.

버거씨병 환자는 2005년 3921명에서 2006년 3494명으로 10.9% 줄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환자가 늘어 지난해에는 4270명까지 늘어났다. 2005년 27.2%였던 흡연율은 2006년 22.9%로 떨어졌지만 이후 증가 추세를 나타내 흡연율이 버거씨병 환자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들어 여성 버거씨병 환자의 증가율도 가파르다. 남성 환자의 증가율은 2007년 7.8%, 2008년 3.9%, 2009년 1.9%로 매년 낮아지고 있는 반면 여성 환자는 같은 기간 20.4%, 14.2%, 17.1%를 기록했다. 여성 흡연율도 2006년 2.3%에서 2007년 4.6%로 급증했다.

버거씨병은 말초혈관에 염증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병에 걸리면 혈관이 막히면서 손끝과 발끝 조직이 죽어간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창백해지다 푸르스름한 빛깔을 띠고 손끝, 발끝이 저릿저릿하거나 감각을 못 느끼는 증상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절단해야 한다.

서 박사는 “여성흡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이며 흡연을 이미 시작했다면 하루라도 빨리 끊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담배이름에 ‘슬림’ ‘라이트’ 등의 날씬하고 매력적인 여성성을 부각시켜 담배소비를 부추기는 광고들이 많다”면서 “정부가 흡연을 부추기는 주변환경의 정비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ho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