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위암 막는 ‘보약’
유근영 교수팀, 1만9688명 10년간 추적관찰… “이소플라본 성분이 발병위험 91%까지 낮춰”
콩을 많이 섭취하면 위암도 예방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유근영 서울대(예방의학) 의대 교수팀이 지난 1993년부터 경남 함안과 충북 충주 등 4개 지역에 거주하는 건강한 주민 1만968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혈액검사 등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다.
혈액 속에 콩의 대사 성분인 이소플라본 농도가 결정적이었다. 연구팀이 위암이 생긴 사람과 생기지 않은 사람을 분석한 결과 콩을 섭취했을 때 혈액에서 발견되는 이소플라본(제니스테인, 다이드제인, 이퀄)이 많은 사람은 적은 사람에 비해 위암에 걸릴 위험이 50~91%까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모든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는 완전식품인 콩. 과연 얼마나 좋을까?
◆ 헬리코박터 성장을 억제
유 교수의 암 코호트(동일한 성질을 지닌 집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콩의 대사 성분인 ‘이소플라본’ 혈중 농도가 높은 경우 위암의 발생 위험이 현저히 낮아진다. 위암은 짠 음식이나 헬리코박터라는 균에 의해 생겨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식을 짜지 않게 먹든지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충분히 섭취해 비타민을 많이 공급하면 위암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온 것.
연구 결과에 의하면 콩 속의 항암물질인 이소플라본 중 하나인 제니스테인이나 다이드제인의 혈중 농도가 낮은 사람은 높은 사람에 비해 위암 발생의 위험이 2배 정도 높았다. 이들 물질은 특히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의 성장을 직접 억제해 위암 발생을 예방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 교수는 “최근 두류 식품의 섭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국내에 헬리코박터 감염이나 위암 발병을 가속화시키는 한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가장 이상적인 단백질 공급원
콩은 단백질을 공급하는 식품의 하나로 모든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는 완전식품의 하나다. 필수 아미노산은 인체 내에서 생화학적 합성이 불가능하므로 반드시 외부에서 공급해야 한다. 물론 육류나 생선, 달걀 등도 동물성 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으로 오래전부터 서양인의 식단을 채워온 식품이지만, 동물성 단백질은 상대적으로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의 함유량은 많고 식이섬유 함량은 거의 없다.
반면에 콩은 양질의 단백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지방 함량도 낮고 비타민이나 무기질 그리고 섬유질도 풍부하기 때문에, 곡류나 채소, 과일, 견과류와 더불어 콩이 이상적인 단백질 공급원으로 인정받아오고 있다.
◆ 전천후 방어군
이소플라본은 폴리페놀계 성분의 하나인데, 특이하게도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화학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이소플라본을 유사 에스트로겐(phytoestrogen)이라 부른다. 콩을 많이 먹으면 유방암이 잘 생긴다는 속설도 잘못된 것이다. 이소플라본이 유방암의 원인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추론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콩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주요 공급원이긴 하지만, 인체 내에서는 상황에 따라 친 에스트로겐 역할을 하기도 하고 반대로 항 에스트로겐 역할을 하기도 한다. 폐경기 여성과 같이 에스트로겐이 부족한 사람에겐 콩 속의 이소플라본이 에스트로겐과 같은 역할을 해서 폐경기 증상이나 골다공증 같은 질환을 완화시켜준다. 동시에 폐경 이전의 여성에겐 콩이 항 에스트로겐과 같은 역할을 해 에스트로겐에 의한 유방암 발생을 오히려 억제하는 효과를 갖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예로부터 치료제로 쓰여
콩은 중국의 동북부 만주 지역에서 처음 재배된 후 수세기에 걸쳐 한반도와 일본 그리고 동남아로 보급되었는데, 이 과정은 아마도 불교의 금육 사상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콩은 내한성 작물로 어디에서나 경작이 비교적 쉬웠기 때문에 기근이나 자연재해, 정치적 혼란기에도 끊임없이 경작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콩은 육식을 대신해 충분히 양질의 식물성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동물 젖의 훌륭한 대용품으로 두유를 사용했다. 이들은 콩을 ‘중국 소’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고대 중국의 의학서에는 콩이 심장, 간장, 신장, 위장의 정상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제로 이용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한의서에는 부종이나 신장질환 및 중독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서구에서 콩은 주로 공업용이나 동물 사료용으로 경제적 가치가 먼저 인정되었지 영양 가치는 인식되지 않았다. 실제 동양인은 전통적으로 대두, 콩나물, 두유, 두부, 발효 음식인 된장이나 일본인이 즐겨 먹는 된장국(미소) 또는 낫토, 간장을 통해 이소플라본을 섭취하고 있다. 반면에 서양인은 주로 콩을 단백질 형태로 먹곤 하는데 가루 형태나 농축액 형태로 가공하여 섭취한다. 그러나 서양인의 하루 이소플라본 섭취량은 1~2㎎에 불과하고 아시아인은 11~47㎎으로 섭취량이 많다. 콩 함유 식품을 많이 먹는 한국인들은 이소플라본 혈중 농도가 콩 함유 식품의 섭취량 및 평소 식이 습관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전 세계 콩의 50%를 생산하고 있지만 서양인들의 식탁에서 콩이 애용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비해 동양인들은 두부를 위주로 아주 오래전부터 주요 영양원으로 사용해왔다.
<도움말 = 유근영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