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당신 건강을 앗아가는 ‘밤일’
수면 유도물질 멜라토닌 줄어들어…위궤양·유방암·우울증 위험 높아져
근무 전 차광 공간서 7~8시간 숙면…퇴근 뒤 족욕·명상…빛 치료도 도움
하루 24시간 문을 여는 홈플러스 매장에서 일하는 안소라(42·가명)씨. 그는 최근 야근조에 들어간 뒤 몸 상태가 나빠졌다. 계산, 물류 정리, 손님 응대 등을 하는 그는 밤 11시 반에 출근해 다음날 아침 8시 반에 퇴근한다. 야근조 인원은 8~9명이라 어떤 날은 화장실 갈 틈도 없이 바쁘다. 밤새 일한 뒤 집에 돌아가서도 쉴 틈이 없다. 초등학생 딸을 학교에 보내고 청소 등 밀린 집안일을 하고 나면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온 오후 2~3시나 돼야 잠이 든다. 안씨는 “야근한 뒤부터 푹 잘 수도, 길게 잘 수도 없어 항상 피곤하다”며 “한 달에 생리를 두 번 하는 등 생리주기도 불규칙적”이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눈도 많이 나빠져 안경을 쓰게 됐다. 눈은 항상 충혈돼 있고 뻑뻑하다. 밥맛도 없고 밥 먹는 횟수도 줄었다. 퇴근한 뒤 오전 9시에 한번, 출근해서 새벽 2시에 한번 밥을 먹는데 항상 속이 쓰리다. 허리가 원래 좋지 않았는데, 야근 뒤 허리디스크가 악화돼 물리치료를 받게 됐다. 안씨는 “한 달에 20만원 더 벌겠다는 생각에 야근을 선택했는데, 건강이 나빠져 치료 비용이 더 나간다”며 “제때 잠자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 야근의 위험성 안씨 경우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연구 결과에서, 야근은 우리 건강을 위협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미 펜실베이니아의대 정신과 교수인 데이비드 딘저스는 저서 <수면의학의 원칙과 실제>에서, 야간근무를 하는 교대근무자의 위궤양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4배나 높다고 밝혔다. 또 대장암과 유방암 발생률도 높아지며, 고혈압, 당뇨, 비만, 고지혈증, 관상동맥질환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면역기능 저하로 교대근무자의 경우 병가가 잦으며, 우울증이나 교통사고, 산업재해를 당할 가능성도 커진다. 사회적 활동이 줄어 가족이나 친구들과도 멀어지기 쉽고, 이혼율 또한 높다.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 연구팀은 야간 교대근무가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야근이 위험한 이유는 생체리듬이 깨지고 멜라토닌 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각종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은 일정한 생체리듬을 유지하고 다른 호르몬 조절을 돕는 호르몬이다. 멜라토닌은 불면증, 고혈압, 심장질환 등과 관련 있다. 특히 여성호르몬의 분비를 돕고 유방암 세포의 작용을 억제해 유방암을 예방하는 일을 한다. 멜라토닌은 해가 진 뒤 왕성하게 분비되고 일출 전 새벽부터 급격하게 감소한다. 그런데 야간작업을 하게 되면 마치 낮처럼 일을 하게 되므로 생체시계가 교란되면서 멜라토닌 호르몬도 부족해지게 된다.
» 당신 건강을 앗아가는 ‘밤일’
★ 야근자 건강 수칙 야근이 건강에 나쁘지만, 최근 한국엔 야근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경찰, 소방관, 기관사, 의사, 간호사 등 필수 공공서비스 영역 외에도 편의점, 대형마트, 영화관, 미용실, 쇼핑몰, 백화점, 아이티업계 등 각계에서 야근이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불가피하게 야근을 하는 사람들은 건강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것들을 꼭 지켜야 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휴식이다. 낮에 자더라도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 하루 7~8시간 정도 수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어두운 커튼으로 빛이 들어오지 않도록 차광을 잘 하고, 가족들도 소음 방지에 신경 써야 한다. 야간근무 뒤의 수면은 밤에 자고 아침에 출근하듯, 야간근무를 나가기 전 잠자는 것이 좋다. 야근자는 퇴근할 때나 낮에 외출해야 할 경우 선글라스를 착용해 밝은 빛을 피하는 것이 좋다.
통상 야근 뒤엔 잠이 잘 안 오는데 족욕이나 목욕, 명상 등 몸을 이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하자. 어떤 사람은 잠이 오지 않는다고 술을 먹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건강을 악화시키는 지름길이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