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초등학생이 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학교 앞에서 불량식품을 먹고 있다. 심만수기자 panfocu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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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당류 범벅 과자 ‘불티’… 여전히 ‘불량푸드존’
내일 어린이날… 시행 1년 그린푸드존 학교앞 가보니…
#1.“안전한 음식 부탁드립니다.”
3일 오후 서울 은평구 구산동 Y초교 앞.
노연홍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분식집을 돌아다니며 업주들에게 위생마스크와 ‘어린이 식품안전구역(그린푸드존)’ 표시 스티커를 나눠주고 있었다.
이날 식약청은 전국 어린이 보호구역에 6305명의 전담관리원을 지정했다는 보도자료를 냈지만 아직 초등학교 주변에는 불량식품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시행 1년을 맞은 어린이 식품안전구역의 실태를 긴급 점검했다.
#2.“정말 맛있어요. 돈만 있으면 하루에 5개 넘게 사먹어요.
학교에 올 때랑 갈 때 하나씩 사먹는 게 습관이 됐어요.”
지난 4월30일 오후 서울 강동구의 A초교 앞.
수업을 마치고 무리를 지어 학교 밖으로 나선 초등학생들의 고사리 손엔 100원짜리 동전 2~3개가 들려 있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아이들은 학교 앞 문방구로 뛰어 들어가 진열된 ‘저가식품’을 고르고 있었다.
학용품 진열대 건너편 좁은 좌판 위 박스 안에 합성착색료로 색깔을 입히고 합성착향료로 향을 낸 사탕과 젤리, 캐러멜 등 수십가지 식품이 진열돼 있었다.
구석진 곳에 놓인 식품에는 먼지가 가득했고 일부는 직사광선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등 위생상태도 엉망이었다.
지난해 5월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초·중·고등학교 200m 이내가 식품안전구역(그린푸드존)으로 지정됐다. 그린푸드존 제도는 학교 부근에서 부정·불량식품, 정서저해식품 판매를 금지하고 학생들의 비만이나 영양불균형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어린이 기호식품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됐다. 3일 제도시행 1년을 맞아 식약청장이 직접 현장점검을 했지만 현실은 기대이하였다. 대부분의 학교 앞 문구점과 가게에서는 저가의 외국산 젤리와 초콜릿을 비롯한 고열량·저영양 식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어 학교 정문 옆에 붙어 있는 그린푸드존 간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동작구의 B초교 앞 문구점. 아이들 손에 들린 ‘콜OO캔디’의 뒷면에 적힌 제조성분을 살펴보니 제공량 15g 중 13.8g이 당류였다. ‘모OO제리’도 10g 중 7.79g이 탄수화물이었다. 두 제품 모두 단백질은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이처럼 거의 모든 제품의 당류 함유율이 70~90%로 단백질은 극소량 포함되거나 거의 없는 상태였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마련한 기준으로 볼 때 고열량·저영양 식품에 해당하는 것으로 어린이들이 자주, 많이 섭취할 경우 비만 등 성인병을 초래할 수 있다. 어린이들 사이에 인기가 좋다는 ‘줄OO젤리’라는 제품은 한눈에 봐도 번쩍번쩍한 형광색의 색소 덩어리였다. 가격이 100원에 불과한 이 제품에는 식용색소 적색 40호와 청색 2호, 황색 4호 등 석유에서 추출한 타르계 색소가 포함돼 있었다.
아이들이 주로 찾는 저가 식품은 대부분 사탕과 젤리류였다. 달고 자극적인 맛에 형형색색으로 아이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B초교 앞에서 만난 김모(12)양은 “엄마 몰래 사먹어야 하지만 값도 싸고 맛도 있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당초 우수업체를 지정해 이 업체들이 고열량·저영양 식품을 팔 수 없도록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업주가 자발적으로 신청해야 하고 우수업체로 지정돼도 아무런 이득이 없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이를 꺼리고 있다. 실제로 전국 그린푸드존 내 8051개 업체 중 우수업체는 306곳에 불과하다. 제도가 이렇다보니 그린푸드 존 내에서는 정서저해 식품 단속과 함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되지 않은 식품, 무허가 제조 식품 등 일반적인 식품과 같은 수준의 단속만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가게 주인들은 ‘불량식품’이라는 명칭 자체가 편견이라고 항변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합법적인 식품을 팔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서울 관악구의 C초교 앞에서 문방구를 운영하는 김모(49)씨는 “이건 불량식품이 아니고 법에 위반되는 것도 아니다”며 “구청에서 나오는 단속에 걸린 적도 없는데 그냥 부모들의 편견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서울 중랑구의 D초교 앞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임모(55)씨도 조금 꺼림칙하기는 하지만 문제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아이들이 많이 사가는 것 중에 불량식품이 있기는 하다”면서도 “인체에 유해한지도 모르겠고 먹고 몸이 아프거나 건강이 나빠졌단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가게 주인들의 이야기와 달리 학부모들은 걱정이 많았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김서연(여·40)씨는 “아무리 ‘사먹지 말라’고 매일같이 말해도 애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그린푸드존이라고 정해놨으면 못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 정혜영(여·43)씨도 “정확하게 불량식품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니 아이들이나 부모들 모두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학교들도 그린푸드존에서 그대로 팔려나가고 있는 저가식품에 속앓이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D초교의 김모 교무부장은 “불량식품을 못 팔게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그저 학부모들께 불필요한 아이들 용돈을 주지 말라고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