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에 대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부산 강서구 천가초등학교에서 지난달 30일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점심을 먹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돈 없어도 '눈칫밥' 없는 식탁… 학생도 교사도 '대 만족'
[학교급식 무엇이 문제인가] <하> 전면 무상급식 실시하는 학교들
"애들이 4교시도 되기 전에 배고프다고 야단들이에요."
부산 강서구 성북동에 위치한 천가초등학교 뒤뜰에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학생들의 발걸음은 빨라진다. 반마다 담임선생님이 인솔하지만 한시라도 빨리 급식실로 달려가려는 허기진 학생들을 달래기는 무리다.
오늘의 메뉴는 다슬기탕에 갈치구이, 건파래볶음, 그리고 삼색들깨무침. 영도에서 전학온 5학년 임준호(11) 군은 "버섯 반찬과 탕수육이 나오는 날이 가장 좋지만 꼭 그 반찬이 아니라도 이 곳 급식이 더 맛있다"며 웃었다. 곁에서 식사 지도를 하는 선생님들도 대부분 전임지보다 지금 학교 급식에 더 만족하는 편이다.
영양교사 이은경(38·여) 씨는 "모두 친환경 농산물 덕분"이라고 했다. 이 씨는 "교육청 예산 외에도 강서에서 나는 좋은 농수산물을 먹일 수 있도록 구청과 시청에서 별도의 지원금이 나온다"며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식비로 음식을 조리할 수 있어 마음이 가볍다"고 웃었다. 홍초, 고추, 대파, 무 등 급식 재료 40~50가지가 강서에서 나는 친환경 농산물이다.
부산지역 초등·고교 각 2곳씩
모두 4개 학교서 전면 무상급식
지원대상 선별·미납 독촉 사라져
급식 과정 상처받는 사례 없어
전교생이 57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인 천가초등학교의 1식 단가는 3천50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시내 일반 초등학교에 비해 1천원 이상 높은 가격이지만 다행히 이 학교는 교육복지투자 우선지역으로 선정돼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 중이다.
맛있게 밥을 먹는 학생들을 바라보면 선생님들도 마음이 편하다. 신영희(40) 교사는 "전임 학교에서는 급식비가 밀리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는데 그런 부분을 국가에서 해결해 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예전 학교에서 급식비 미납통지서를 아이들에게 들려 보내야 할 때가 가장 마음이 무거웠다"는 교사들도 있다.
학생들에게도 무상급식은 큰 행운이다. 사회복지시설에 살고 있는 학생들이 30% 이상인데다 소규모 영세농에다가 갯가에 나가서 바닷일을 해야 하는 가정이 많아 아침을 거르는 학생들도 많기 때문이다.
김청해(57) 교장은 "어린 마음에라도 '내가 돈이 없어 급식비를 면제받는다'는 사실은 상처가 될 수 있다"며 "무상 급식이 이루어지는 바람에 눈치 보지 않고 급식을 할 수 있어 아이들이 마음 편히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영도구 국립 부산해사고등학교에는 없는 게 몇 가지가 있다. 교사들은 새학기마다 급식비 지원 대상들을 '선별' 하지 않아도 되고, 급식비를 미납하는 학생도 없다. 게다가 철저한 식재료 검수 작업 등으로 집단 식중독 사고 역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학교가 설립된 지난 1978년부터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해사고의 전면 무상급식 역사는 이미 30년이 넘었다.
이 학교 영양교사 이순덕(56·여) 씨는 "메뉴를 정할 때도 학생 대표가 참여하는 등 30년 동안 학생들의 입장에서 급식을 실시했다"며 "학생들도 급식에 만족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부산해사고는 해기사 양성학교이기 때문에 국립학교 설치령에 따라 학생들이 생활관에서 생활하는 동안 제반 비용을 모두 국비에서 지원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점심뿐만 아니라 하루 세끼가 모두 무상으로 지급된다. 학생들의 1인당 하루 식대는 약 5천400원. 인건비는 국비로 지원되기 때문에 한끼에 1천800원이 순수 재료비로 쓰인다.
부산해사고 이학도 교감은 "수업이 거의 없는 주말에도 200명 이상이 학교에서 하루 3식을 급식으로 해결한다"면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도 급식 때문에 고민할 필요 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것이 우리학교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에서는 강서구 눌차·천가초등학교와 영도구 부산체육고·부산해사고 4개교가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중이다. 권상국·황석하 기자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