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창] 밥상머리 이야기
봄 기운이 뚜렷하다.
집집마다 밥상에 제철 봄나물이 오르는 때다. 아이들이 봄나물을 만나는 게 지난날엔 들녘에서지만 요즘에는 밥상에서다.
냉이, 달래를 먹으며 아빠ㆍ엄마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 하고, 그 이야기에서 아이들은 봄나물 맛 같이 달큰하고 향긋상큼하면서도 혀끝이 아린 정감을 느낀다.
봄나물은 단지 입맛만 돋우는 반찬이 아니다. 삶의 의욕을 돋우는 이야기까지 버무린 채 밥상에 오른다.
우리 조상의 밥상머리 교육은 오늘날 기준으로 봐도 슬기롭다. 수저는 어른이 먼저 들고 나서 잡고, 맛있는 반찬은 남도 맛보도록 적당히 먹어야 한다는 것 따위의 예절과 마음가짐을 익히게 이끔을 높이 사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값진 게 밥상머리 이야기이다. 아이들은 밥상머리에서 아빠ㆍ엄마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가 하면, 또 어른끼리 주고받는 이야기를 엿듣기도 한다.
집안 이야기를 비롯해서 동네의 궂은 이야기, 좋은 이야기가 다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이 이야기들을 활용하고, 판단의 잣대로도 삼는다. 그래서 아이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이란 책에,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읽어 줄 때 나오는 낱말은 140 개 정도지만 가족 식사 중에 나오는 낱말은 무려 1000 개에 이른다는 내용이 나온다. 다른 조건이 같을 때, 아이들 학습 능력의 차이는 가족 식사의 횟수와 식탁에서 얼마나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느냐에 따라 갈린다는 것이다.
밥상머리 이야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미국에서는 '자녀와 함께 식사하는 날'이 국경일로 정해질 정도라고 한다.
아이의 삶에 무엇이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 사람이 있다. 영국의 고든 웰스라는 학자다. 그는 이 연구에서, 어린이의 삶을 명확히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이야기라는 결론을 내린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식품점 집 아이의 경우, 가게에서 심부름을 자주 하게 마련이다. 그저 막연하게 "가서 식품 상자를 가려오렴."이라는 아빠ㆍ엄마의 지시를 흔히 듣는다. 그런가 하면, "네 주먹만한 크기의 그 글씨가 있는 상자야.", 또는 "저번에 이모랑 먹었던 과자 있지? 그 과자 상자를 찾아오렴."이라는 귀에 쏙 들어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이런 말에 따라 그 영향의 폭과 깊이가 달라지는데 글자에 관련지은 말이 좋고, 이야기가 있는 말은 으뜸이라는 것이다.
독서가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가려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독서보다 더 좋은 이야기가 밥상머리에서 펼쳐진다. 밥상머리 이야기는 다양하고 폭 넓으면서도 생활에 매우 가깝고 긴요하면서도 이해하기 쉽다.
아이들은 밥상머리에 앉을 적에, 또 무슨 꾸중을 들을까 해서 눈치를 살펴서는 안된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당당히 하고, 다른 가족의 이야기에 즐겁게 귀기울여야 한다. 봄나물 같이 뒷맛이 향긋한 인격은 밥상머리 이야기를 통해 기를 수 있다.
[소년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