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건강한 사회' 만들기


윤종률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건강노화클리닉
[메디컬투데이 정희수 기자]

예로부터 노인의 ‘얼른 죽어야지’라는 푸념은 처녀가 ‘시집 안간다’는 것과 장사치의 ‘밑지고 판다’는 말과 더불어 3대 거짓말로 알려져왔다. 그런데 이런 거짓말이 거짓이 아니라 참말이 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실태이다.


100세인 연구같은 장수연구를 외국과 비교해보면 외국의 100세 이상 장수하는 노인들은 모두 밝고 즐거운 모습으로 복받은 인생을 산다고 대답하지만 우리나라 장수노인들은 대부분 ‘빨리 죽어야 하는데 자식들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답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최근 10년새 3~4배 이상 증가했다.

선진국에서는 노인 자살률이 젊은층의 자살률에 비해 두드러지게 줄어들지만, 우리나라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자살률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통계자료가 보여준다. 그만큼 우리나라 노인들은 질병과 가난, 소외감과 우울증 등의 4중고에 에 시달리며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왜 우리나라 노인들은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처해 있을까?

우리나라는 2002년에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이래 노인인구 비율이 지속적이고 급속하게 증가하여 2009년 현재 10.7%를 넘어섰고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인구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2020년이면 2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러한 노인인구 증가추세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문제는 이런 초고속 노령화가 노인들의 건강상태 향상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세계 제일의 저출산율 추세에 기인한다는 사실이며 이는 결국 노년부양비(노인인구/생산연령인구의 비)만 급격하게 증가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연령층의 인구는 줄고 노인인구만 증가하게 되면서 독거노인 또는 노인부부만 사는 숫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 2008년 현재 전체 노인 100명중 67명은 자녀나 가족과 따로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처럼 가족의 도움이나 보살핌이 없이 살고있는 노인들의 건강상태는 참으로 열악하다. 전체 노인중 90.9%는 한 개 이상의 만성질병을 앓고 있으며 74%는 복합질병을 앓고 있고 절반 이상이 독립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일상생활기능의 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이 전국 노인생활실태조사의 결과이다.

그 당연한 결과로 최근 6년간 노년층에 소요되는 노인의료비 또한 3.8배나 급증해 보험재정 악화의 제일 큰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건강수명은 선진국들에 비해 2~7년이나 짧다. 2007년 현재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괴리는 10년이 넘는데, 이는 사망하기 전 평균 10년 이상을 타인의 도움을 받으며 지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인 자살기도의 가장 큰 이유가 과거에는 ‘가난’이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질병의 고통(건강문제)’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노인 보건의료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는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같은 고령화사회에서 보건의료의 핵심적 목표는 건강노화의 달성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노인의학에 대한 학문체계가 미비하고 노인의학 전문의 양성제도도 없으며 적절한 노인보건의료체계가 요원한 상태에 있다.

노인의 질병양상은 젊은 층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복합질병과 그 합병증에 의한 일상생활 기능장애, 약물과다복용 등이 노인건강문제의 핵심이며 이러한 노인들은 대부분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노인들만의 특유증상인 노인병증후군(인지기능의 저하, 의식혼란, 어지럼증과 낙상, 요실금, 불면증, 식욕부진과 탈수 등)을 유발하는데 기존 의학적 지식으로는 이에 대해 올바로 판단하거나 진단을 내리고 적절히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열악한 건강상태와 삶의 질, 높은 자살률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노인들에 대한 양질의 의료제공과 올바른 보건복지연계체계를 이루고 급증하는 노인의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노인의학 교육의 정립과 확산을 통해 노인병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하고 이들이 모두 지역사회 노인들의 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나 학계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 할 것이다.

우선적으로는 이미 일정 정도의 노인의학적 지식을 습득한 의료인들에 대하여 지역사회 노인주치의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며 이들 노인 주치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비록 여러 가지 복합질병을 가지고 있지만 나름대로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인들이 더 이상 질병의 악화에 따른 기능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즉 요양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고 지속적인 노인건강관리를 이루기 위해서는 노인들의 건강상태와 기능상태를 전반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표준화된 방법을 개발해 주기적으로 적용하고 그 결과에 따른 요양 예방법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범의료계, 범정부적 노인보건복지체계의 달성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이뤄져 더 이상 건강문제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윤종률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건강노화클리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