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환자에게 사실 숨기면…"건강엔 좋지 않아"
【서울=뉴시스헬스/뉴시스】 말기암 환자의 가족들은 의사로부터 사실을 통보 받고도 정작 환자에게는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가 받을 충격이 지나치게 클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 상태가 악화돼 자신이 말기라는 사실을 짐작으로 알게 된 환자보다 의사나 가족으로부터 직접 들은 경우 신체적, 정서적 기능과 전반적인 삶의 질이 더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피로, 통증, 식욕부진 또한 적은 것으로 나타나 말기라는 사실을 숨기는 것이 환자 건강에는 되레 좋지 않을 수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국립암센터 윤영호 박사팀은 서울대병원, 경희대병원 등 11개 대학병원의 18세 이상 말기암환자 481명과 가족 3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말기암 환자의 58%, 가족의 83.4%가 환자가 말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말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환자의 56.2%는 의사로부터, 10.7%는 가족으로부터 알게 됐으며 28.5%는 '상태가 악화돼 추측으로', 3.6%는 '우연히 알게 됐다'고 응답했다.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환자의 정서적 반응은 '참담함'이 44.2%로 가장 많았으며 '우울과 슬픔'(39.2%), '좌절감'(28.0%), '아무 생각 없음'(25.1%), '상실감'(24.3%) 등이 뒤를 이었다.
'말기라는 사실을 환자에게 알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환자의 78.6%, 가족의 69.6%가 '그렇다'고 답해 환자와 가족간의 시각차를 드러냈다.
60세 미만 환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1.9배 정도 많은 수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말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2.7배 더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국립암센터 윤영호 박사는 "환자가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타나는 정서적 반응은 정상적이며 극복될 수 있는 과정"이라며 "말기라는 사실을 감춘다 하더라도 결국은 환자 본인이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태가 악화돼 짐작으로 알게 된 경우보다 의료진이나 가족으로부터 말기라는 사실을 직접 들었을 때 삶의 질이 긍정적으로 나타난 점은 환자에게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고통 없이 편안하고 가족들에게 부담되지 않으면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환자가 죽음의 과정을 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논문은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임상종양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 2010년 3월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