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아이의 건강, 밥상머리 교육이 결정한다

[Section] 건강한 당신레인보우 섹션기자가 한참 어릴 때 이야기다. 그릇에 밥알 몇 알이라도 남기면 할아버지는 “밥엔 농부의 땀과 피가 담겨 있다. 절대 그냥 버려선 안 된다”고 충고하셨다. 부모보다 반찬을 먼저 집으려 들면 ‘어른이 늘 먼저야’ 하며 식사에도 순서가 있음을 일깨워 주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조부는 이미 세상을 떠나셨다. 하지만 밥상에서의 말씀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전 교육부 장관인 서울대 문용린 교수는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이란 책의 추천사에서 “예절이 살아 숨 쉬는 재현의 공간, 어떤 잘못도 이해받는 화해의 공간, 삶의 철학이 대물림되는 교육의 공간”이라고 밥상을 표현했다.

이렇게 소중한 가족의 밥상이 점차 빛을 잃고 있다. 결식을 하거나 ‘나 홀로’ 식사를 하는 어린이·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

2008년 국민건강 영양조사에 따르면 아침 식사를 가족과 함께하는 어린이(6~11세)는 87.3%, 청소년(12~18세)은 55.5%에 그친다. 저녁을 가족 식탁에서 하는 청소년의 비율은 62.3%(어린이 95.9%) 정도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난 데다 이혼 등 가정 해체가 증가한 탓이 클 것으로 여겨진다.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가 어린 자녀에게 주는 혜택은 실로 엄청나다. 미국 컬럼비아대 약물오남용예방센터(CASA)는 2003년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아이가 ‘나 홀로’ 밥을 먹는 아이에 비해 비행 청소년이 될 위험은 절반, 높은 학업 성취(A학점)를 이룰 확률은 두 배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 정부는 매년 9월 네 번째 월요일을 ‘가족의 날’로 정했다. 하루 쉬면서 자녀와 함께 식사를 즐기라는 게 기본 취지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1988년 보스턴에 사는 3세 아동 85명을 2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도 가족 밥상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 준다. 아이들이 5세가 됐을 때 학습·언어 능력은 부모의 경제력·장난감·교재 등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식사한 횟수·식탁에서의 대화 정도에 따라 갈렸다.

‘나 홀로’ 식사는 아이의 정서·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정서적 안정감이 떨어지고 또래 친구와 관계를 맺는 데 장애가 된다.

영양학자인 모수미 전 서울대 교수가 혼자 또는 형제끼리 식사하는 어린이에게 식사 장면을 그려 보라고 했다. 식탁에 올려진 반찬의 가짓수가 적고 어두운 색상을 주로 사용했다. 반면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어린이의 그림은 훨씬 분위기가 밝았다.

‘나 홀로’ 식사가 장기화되면 편식·과식·TV 보며 식사 등 잘못된 식습관을 갖기 쉽다. 이런 습관은 자라서 비만·당뇨병·고혈압 등 성인병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일본 여자영양대 아다치 미유키 교수는 초등학생의 나쁜 식사 형태로 소식·편식·고식·개식 등 네 가지를 거론했다. 이 중 소식·편식은 영양 부족, 영양 불균형을 초래해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을 리 없다.

고식(孤食)은 말 그대로 고독한 식사다. 아이가 어떤 음식을 즐겨 먹는지 아무도 알지 못해 영양 결핍 또는 비만을 부르기 쉽다. 가족 식사의 장기 부재는 개식(個食)으로 귀결된다. 부모가 집에 있어도 식탁에 함께 앉기를 꺼리는 상황이다.

현대인의 생활이 분주해진 것은 분명하나 자녀와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다.

미국 ‘가족식사운동본부’는 ‘자녀와 함께 저녁 식사하기’를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첫째 조건으로 꼽았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인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식사만큼은 거의 양보하지 않는다. 그의 어머니는 직장·학교를 동시에 다닌 싱글맘이었지만 오전 4시30분에 일어나 오바마와 아침을 함께 먹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중앙조인스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