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마시면 발끝·관절 고통…연말이 괴로운 통풍 환자
ㆍ회식자리 지혜롭게 넘기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을 고통스럽게 맞이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직장 동료, 선후배, 친구, 가족과 주거니 받거니 한 잔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새해가 성큼 앞으로 다가와 있다. 연일 이어지는 술자리를 동반한 회식 자리가 다소 부담스럽지만 피할 수도 없다. 왁자지껄한 모임 가운데서 남모를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발끝, 관절 마디마디를 찌르는 듯한 고통이 기울이는 술잔에 비례해 커져만 간다. 통풍(痛風) 환자에게 연말연시는 인내의 시간이다.
대수롭잖게 여겨선 큰코 다쳐요
통풍은 대사성 질환의 일종이다. 통풍은 혈액 내에 요산의 농도가 높아져서 배출되지 못한 요산이 결정으로 뭉쳐 신체 관절 마디에 쌓이는 병이다. 여기서 말하는 요산은 음식물을 통해 섭취되는 퓨린(purine)이란 물질을 인체가 대사하고 남은 산물이다. 쉽게 말해 요산은 퓨린의 대사 과정에서 나오는 물질이기 때문에 퓨린 성분을 많이 섭취할수록 요산 수치도 높아지게 된다. 보통 단백질 식품과 주류에 많이 포함돼 있다.
요산의 결정체는 바늘같이 뾰족하기 때문에 관절에 쌓이면 통증은 말할 수 없이 커진다. 대체로 30대 이상 남성에게서 자주 발생하는데 남성은 콩팥에서의 요산 제거 능력이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은 폐경 이전까지는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요산 제거 능력이 유지된다.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비만, 음주, 육류 위주 식단이 원인이 된다.
처음 통증이 나타나면 3~10일 정도 후 가라앉지만 방치하면 통증이 나타나는 빈도가 점점 잦아지다가 만성으로 굳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엄지발가락의 통증을 호소하며 심한 경우에는 요산결정이 관절에 쌓여 관절이 불거지는 등 변형이 일어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요산 결정이 신장에 쌓여 신장 기능 이상을 일으키고 요로결석, 만성 신부전증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술과 고기·과식은 통풍 환자의 적
통증이 나타났다는 것은 이미 관절 마디에 요산이 쌓였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치료와 동시에 생활 습관의 개선이 필요하다. 보통 몸에 좋다는 음식도 통풍 환자에겐 독이 될 수 있어 정확히 알고 먹는 것이 통풍 치료의 시작이다.
우선 생선, 소나 돼지 내장, 육류 등은 모두 퓨린이 100g당 150~1,500㎎ 함유된 고(高)퓨린 식품이다. 이런 식품들은 통풍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가급적 섭취를 삼가야 한다. 반면 해조류와 곡류, 콩류는 100g 당 0~20㎎의 저(低)퓨린 식품으로 섭취가 권장된다. 시금치와 버섯류는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금주다. 식이조절은 혈중 요산수치를 1㎎/㎗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으나 미미한 정도다. 최근에는 식이조절보다 금주에 초점을 맞춘 통풍 관리가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알콜에는 퓨린 성분도 많이 함유돼 있다. 또 신장에서의 요산 배출 기능을 억제하여 혈중 요산 수치를 높이는 주원인이 된다. 만약 술자리에서 육류 안주에 맥주를 마신다면 통풍 치료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보통 술자리가 잦은 명절이나 연말연시 등에 급성 통풍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
피할 수 없다면 곡주보다 소주를
안산 튼튼병원 관절센터 김완홍 원장은 “통풍 발작은 잦은 음주, 체내 수분 부족현상, 과식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통풍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체내 요산 수치를 일정하게 (4~7㎎/㎗) 유지하는 것이므로, 가능한 한 절대 금주해야 하며, 특히 맥주, 막걸리 등 곡주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만일 피할 수 없는 회식자리라면 퓨린 성분이 많은 맥주, 막걸리 등 곡주보다는 소주나 와인이 낫다는 설명이다. 특히 와인에 들어있는 항산화제가 통풍 발병을 중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으나 와인도 3잔 이상을 넘기면 좋지 않다는고 김 원장은 강조한다.
또 수시로 물을 마셔 요산을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간혹 맥주를 마시면 소변을 많이 보게 돼 요산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잘못된 정보다. 맥주뿐 아니라 술은 체내에서 요산의 합성을 촉진시키고 요산 배설을 억제시킨다.
다행히 통풍은 식이조절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큰 불편함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급성통풍 발작이 찾아 왔을 때는 소염제 등으로 먼저 염증을 다스린 후 증상이 호전되면 요산배설제 등의 복용으로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이미 병이 만성으로 진행됐다면 요산이 쌓인 결절을 제거하거나 관절을 굳히는 관절 유합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뇨제, 아스피린, 고지혈 치료제 중 일부는 통풍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약물 처방을 받을 때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