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신종플루 잠재우는 김치의 미학
노강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요즘 전 세계적으로 신종플루가 만연하고 있어 사람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위험군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확진 감염자들은 적절한 요양과 치료를 마치면 완치가 되는 것 같다.
몇 년전 중국에서 발생하여 기승을 부렸던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가 중국내 조선족과 한반도에서는 거의 발병하지 않아 한민족이 김치를 상식(常食)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에 따라 사스의 진원지인 중국을 중심으로 김치열풍이 불고, 김치의 효능은 활자와 전파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 중국에서는 김치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고, 유럽에서도 김치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한민족 음식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이를 세계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매운 음식을 유독 싫어하는 일본인들이 김치를 좋아하는 이유가 ‘김치=건강식’이라는 인식때문이라고 하니 시장에서는 이미 김치의 효능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사스나 신종플루나 사전 예방 차원에서 손을 자주 씻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것이 가장 훌륭한 예방법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김치라는 말의 기원은 ‘채소의 소금절임’을 의미하는 ‘沈菜’가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沈菜’→‘딤채’→‘김채’→‘김치’로 변화하면서 현재의‘김치’로 정착됐다고 한다.
그러면 전문가들이 말하는 김치의 효능을 알아 보자.
첫째, 김치의 항암효과이다.김치가 항암효과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김치의 주재료로 이용되는 배추 등의 채소는 대장암을 예방해 주고, 김치의 재료로 꼭 들어가는 마늘은 위암을 예방해 준다. 또한 김치에는 베타카로틴의 함량이 비교적 높기 때문에 폐암도 예방할 수 있으며, 고추의 매운 성분은 폐 표면에 붙어 있는 니코틴을 제거해 준다.
둘째, 김치는 비타민 덩어리이다.김치는 발효 식품인데,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처음 함량의 비타민 양보다 최소 2배까지 증가한다. 또한 김치는 채소가 주체가 된 저칼로리 식품으로 식이성 섬유를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장의 활동을 활성화 하면서 체내의 당류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므로 당뇨병, 심장질환, 비만 등 성인병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을 준다.
셋째, 영양상의 균형을 유지해 준다.
식생활에 부족하기 쉬운 아미노산을 공급함으로써 영양을 유지해 준다.
넷째, 소화 작용을 도와 준다.김치는 채소류의 즙과 식염 등의 복합작용으로 장내를 깨끗하게 해 준다. 또한 위장내의 단백질 분해 효소인 펙틴 분비를 촉진시키며, 소화?흡수작용을 도우며 장내 미생물분포를 정상화시킨다.
이와 같이 김치는 우리 신체의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김치의 재료가 되는 배추, 마늘 등 신토불이(身土不二) 농산물이 제일 좋다고 했다. 이는 토질과 기후에 따라서 그 맛이 다르다 하여 100리 밖의 농산물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인데, 신토불이 농산물이 아닌 100리 밖의 농산물은 우리 몸에 맞지 않고 이롭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경없는 글로벌 무한 경쟁시대이지만, 그래도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우리 배추로 절인 김장 김치는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깊은 맛과 보이지 않는 강력한 에너지가 숨겨져 있다. 이런 김치를 뒤로 하고 바쁜 현대인들은 아침을 건너뛰거나 김치와 쌀밥보다 비만이나 성인병을 유발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에 쉽게 손이 간다.
그러나, 신종플루 면역력 강화에 김치가 도움이 된다고 알려지면서, 김장철을 맞아 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가정이 늘고 있다 한다. 많은 젊은 주부들은 김치 담그는 방법조차 모르고 있고 국내산으로 둔갑한 국적불명의 김장 양념과 김치가 언제 우리 식탁에 올라 올 줄도 모르는 이 때,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농민의 땀과 노력이 쏙쏙들이 배어있는 김치와 양념이 빚어내는 다이내믹 코리아의 계절이 왔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