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238)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에 속하는 물질
항산화 작용 놓고 엇갈린 주장



언젠가부터 `폴리페놀'이 화제라고 한다. 과일, 야채, 적포도주에 많이 들어있다는 폴리페놀의 항산화 작용이 암이나 심장질환을 억제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폴리페놀을 앞세운 광고와 언론 보도가 넘쳐나고 유전공학 기술로 폴리페놀을 강화시킨 야채, 과일, 곡물도 등장했다. 당장이라도 무병장수의 꿈이 실현될 것 같다.

폴리페놀은 타닌, 리그닌, 플라보노이드로 분류되는 다양한 천연 물질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다. 분자 구조에 페놀을 닮은 부분이 있을 뿐이지 화학적 성질은 맹독성인 페놀과 아무 관계가 없다. 폴리페놀은 식물 생리에 중요한 `시키미산'이라는 중간체를 통해 만들어진다.

시키미산은 `시키미'(シキミ)라는 일본 원산 붓순나무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시킴산'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 천연 시키미산이 신종플루에 효과가 있다는 일부 한의사들의 주장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시키미 열매는 식용 향신료인 중국산 팔각회향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닮았지만 신경 독성이 강해서 식용으로는 절대 쓰지 않는다.

목질소(木質素)라고 부르기도 하는 리그닌은 셀룰로오스 다음으로 흔한 생유기 고분자다. 나무의 목질 부분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리그닌은 건조된 목재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리그닌은 물에 잘 젖지 않기 때문에 식물 줄기에서 물이 지나가는 통로를 만드는 재료가 된다. 사람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동물은 리그닌을 소화시키지 못한다.

떫은맛이 나는 타닌도 거의 모든 식물에 들어있다. 마른 잎의 절반 정도가 타닌일 정도다. 특히 척박한 산성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은 종류에 상관없이 많은 양의 타닌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타닌은 진화 과정에서 전혀 다른 생물이 공통된 특성을 갖게 되는 수렴진화의 대표적인 예로 소개된다. 타닌의 떫은맛이 초식동물을 쫓아버리기도 하지만, 식물 잔해의 분해를 통한 질소 순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결국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폴리페놀은 플라보노이드에 속하는 물질들이다. 안토시아닌이나 카테킨을 비롯해서 수천 종의 플라보노이드 물질들이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플라보노이드는 수분(受粉)이나 씨앗의 확산에 도움이 되는 곤충이나 동물들이 좋아하는 노란색이나 붉은색의 색소다. 짙은 자주색의 안토시아닌이 대표적이다. 꽃이나 과일의 화려한 색깔이 대부분 플라보노이드 때문이다. 플라보노이드는 미생물이나 해충의 공격을 막아내는 방어용 물질의 역할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 엄청난 양의 플라보노이드를 흡수한다. 색이 짙은 과일과 채소에 넘쳐날 정도로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플라보노이드는 우리에게 영양을 공급해주는 `영양분'은 아니다. 플라보노이드가 알레르기, 염증, 감염 등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있기는 하지만 정확한 효능이 밝혀져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 플라보니아드의 항산화 작용에 대한 주장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플라보노이드는 우리 몸에 잘 흡수되지 않고 곧바로 배출되어 버린다는 주장도 있다. 플라보노이드가 많이 들어있는 식품을 먹은 후에 혈액의 항산화 효과가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현상은 플라보노이드의 배출을 위해 요산(尿酸)이 많아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건강한 식생활이 질병 예방에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웰빙 상식'을 지나치게 믿는 것은 불필요하거나 매우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기 때문이다.


[디지털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