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과학이야기] 방사선 쪼인 식품 먹어도 되나



방사선을 쪼인 식품의 안전성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방사선이 조사(照射)된 원료를 사용한 이유식이 유통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방사선 조사가 허용된 일부 제품의 경우, 기준치만 넘지 않으면 먹어도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방사선 조사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코발트 60(Co-60), 세슘(Cs-137) 등에서 방출되는 감마선을 식품의 특성과 목적에 따라 정해진 양을 쪼이는 기술을 말한다. 식품에 묻어있는 위해(危害) 미생물이나 해충의 살균 및 살충, 부패 방지, 숙성 지연, 발아 및 발근 억제를 통한 저장성 증진 등이 목적이다. 식품의 맛, 외관, 품질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며 포장이 끝난 제품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포장 과정에서의 2차 오염도 방지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현재 감자 고구마 양파 마늘 생강 버섯 된장 고추장 등 26개 품목에 대해 방사선 조사를 허용하고 있다. 면역력 약한 환자나 우주인용 식사도 방사선 조사식품을 사용한다. 단 영유아식의 원료로는 쓸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는 53개국에서 250개 품목 이상이 방사선 조사 식품으로 허가돼 있으며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모든 방사선 조사 식품은 국제적으로 공통된 로고(Radura·사진)를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내년 1월 1일부터 방사선 처리된 식품이 들어간 모든 제품에 표시제가 의무화된다. 국내의 경우 소매로는 방사선 조사 식품이 거의 판매되고 있지 않으며 수출용 가공식품의 부원료(라면의 야채스프 등)에 주로 방사선 조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는 방사선 처리 식품 표시가 되지 않은 식품이 불법 유통될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사선 조사 식품에 막연한 불안감을 갖는 이유는 방사능 오염 식품과 혼돈하기 쉽기 때문이다. 코발트 감마선의 경우 기준량에 맞게만 처리되면 방사선이 전혀 잔류하지 않는다. 반면 방사능 오염식품은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로 인해 누출된 방사능 물질이나 핵실험에서 발생된 물질에 오염된 식품을 말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이주운 박사는 “방사선 조사 식품의 안전성은 1950년대부터 여러 연구를 통해 검증됐다”면서 “방사선을 여러번 반복해서 쬐지 않고 10kGy 이하로 쪼인 식품은 안전하다는 게 세계보건기구(WHO)나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식약청 식품관리과 관계자도 “방사선 조사기술은 영양소를 파괴시키지 않고 유해 미생물만 죽이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잘만 사용하면 오히려 식중독 예방 등 식품 안전성 확보에 이롭다”면서 “단, 방사선 조사량을 정해서 그 기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쿠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