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새 길을 찾다] <9> 식이요법
모자라도 문제지만 넘쳐도 면역력 떨어져
‘조율 사령관’인 뇌 건강 무엇보다도 중요
최근 신종플루의 유행으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새로워지고 있다. 환자 중에서도 어떤 것을 먹으면 좋을지 많은 질문을 하고, 인삼제품이나 로열젤리(프로폴리스), 비타민제 등을 가지고 와서 상담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신종플루 예방에 도움이 되는 면역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식이요법은 면역력을 높이는 주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면역력과 영양상태는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영양결핍이 면역력 저하와 관련돼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결핵이나 감염성 질환이 사망의 주요 원인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단백질과 비타민(특히 비타민 B, C, E, A, 나이아신, 비오틴 등), 미네랄(철, 아연, 셀레니움)이다. 단백질은 주로 항체 형성에 관여하고 비타민은 항체형성 및 백혈구의 식균작용에 작용한다.
중환자 10명 중 9명이 체질량지수 30 이상
그러므로 이러한 영양 결핍은 면역력 저하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으며 이를 잘 먹지 않는 소아나 어르신들은 이러한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영양 과잉으로 문제가 되는 현대인은 어떤 영양소의 문제로 면역기능이 저하되는 것일까? 신종플루에 의한 사망률은 빈국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미국에서도 건강상 문제가 없는 경우에도 신종플루에 의한 사망이 많이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미국질병통제센터는 지난 7월 미시간주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신종플루 중환자 10명 중 9명이 체질량지수 30 이상의 비만환자이며 이 가운데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원인으로 가장 가능성이 있는 것은 영양 불균형이다. 어떤 이들은 당분섭취가 많은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실험에서 100g의 단순당(포도당, 설탕, 과당, 오렌지주스)을 섭취한 뒤 백혈구의 식균 능력(면역기능)을 검사했는데 녹말(starch 복합탄수화물)의 섭취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단순당을 먹은 경우에는 식균 능력이 현저하게 감소(2시간 후 50% 감소)했다. 이 결과는 식균 능력이 혈당이 높을수록 억제됨을 보여준다. 즉 혈당으로 인해 인슐린 분비가 자극되어 인슐린 농도가 높아지면 비타민 C의 소비량이 늘어 면역력이 감소한다. 이는 당뇨병환자나 비만환자에서 면역력이 감소하는 것을 설명해 준다. 또 콜레스테롤이 높은 고지혈증환자에게서도 면역력이 감소(카르니틴 저하)하는 연구보고가 있었으며 알코올의 섭취나 흡연도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보고는 많이 있다.
노화 원인이라고 하는 활성산소 물질도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최근에는 활성산소 물질이 면역력을 낮춰 암 발생이나 노화 및 각종 만성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자료들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항산화기능을 하는 영양소가 면역을 증가시킨다는 보고들도 있다. 카로틴, 플라보노이드, 항산화계통에 관여하는 미네랄인 철분, 아연, 셀레니움, 허브로 분류되는 인삼, 황기 등이 그런 기능을 한다. 특히 인삼은 이러한 작용 외에 면역에 관여하는 부신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가 근본 원인…명상하거나 잠 푹 자야
물론 면역력은 식이요법만으로 높아지지 않는다. 면역력은 우리 몸에 주로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입했을 때 방어하는 능력을 말한다. 더 넓은 의미로는 환경오염물질이나 암세포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면역력은 크게 항체를 만들어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방어하는 체액성 면역과 바이러스나 세균, 이물질(xenobiotics),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세포성 면역(NK세포)으로 나누어진다. 이러한 면역에 관여하는 것은 백혈구다. 하지만 백혈구의 생성과 활동성을 조절하는 것은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며 뇌의 명령을 받는다. 그러므로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이나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전체적인 조율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면역 조율의 사령관인 뇌의 건강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스트레스는 면역저하의 근본 원인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이 증가하면 암세포나 바이러스(독감 등)의 방어에 관여하는 세포성(T-세포) 면역이 현저하게 억제된다. 심한 운동이나 임신 중에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 이때는 면역력이 저하되어 감기에 자주 걸리고 이전에 없었던 알레르기 현상도 발생하게 된다. 이때는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는 명상이나 충분한 수면이 면역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된다.
◇ 면역력 향상을 위한 식이요법
ㆍ충분한 수분섭취(6-8잔)
ㆍ정제된 설탕이나 포화지방을 적게 섭취하고 적절한 단백질(전복, 송이) 섭취
ㆍ종합 비타민과 미네랄 복용(비타민 C·B·E·A, 아연, 셀레니움 함유된 것)
ㆍ항산화제가 풍부한 녹황색 야채 섭취
ㆍ인삼, 황기, 생강, 마늘, 매실(부작용 있는 경우는 섭취 금지)
김상만/차병원 세포형성센터 교수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