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음식에서 골라먹는 면역력 높이는 음식
<글·이혁재 (분당 함소아한의원 원장)>
[쿠키 건강칼럼]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왔습니다. 올해 추석은 절기상으로 추분(9월23일)과 한로(10월8일) 사이입니다.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는 ‘추분’과 여름 철새 제비가 강남으로 간다는 ‘한로’사이로 본격적인 가을·겨울에 접어드는 시기입니다.
여름철 덥고 습했던 기운이 일교차가 심해지고 차고 건조한 기운으로 바뀌는 이때, 우리 몸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면역력도 급격히 떨어지게 됩니다. 특히 여름에 찬 음식을 많이 먹거나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노출되는 등 여름 건강을 잘 돌보지 못한 사람은 면역력이 더 떨어져 감기, 가려움증, 비염 등의 증세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면역력을 강화하는 비결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변화된 자연의 기운에 내 몸을 맞추는 것입니다. 우선 일교차와 차고 건조한 가을 기운에 순응하는 방법은 적절히 땀을 내서 건조한 피부를 촉촉이 적셔줍니다. 여기에 가을기운을 잘 담고 있는 제철음식을 과하지 않게 균형 있게 먹는 것입니다.
추석음식들은 오랜 전통이 이어져오면서 축적된 경험이 쌓인 보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토란국, 삼색 나물, 오색 꽃송편 등은 가을 기운을 골고루 담고 있어 면역력을 기르는 데 좋은 음식입니다.
토란은 7~8월경에 수확하는 뿌리채소입니다. 알칼리성 식품으로 고기가 지닌 산성을 중화시키고, 기름진 음식으로 인한 배탈을 개선해줍니다. 자칫 과식을 했을 때 뱃속 불균형을 잡아주고 변비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삼색 나물은 흰색 뿌리부분인 도라지와 검은색 줄기의 고사리, 녹색 이파리인 시금치가 함께 어우러진 대표적인 추석음식입니다. 삼색 나물은 세 가지 색의 조합이 나무를 연상케 합니다. 뿌리, 줄기, 잎이 그 색을 맞춰 함께 있으니까요.
세 가지 색에는 ‘시간적 상징성’을 띠기도 합니다. 흰색 뿌리 나물은 조상님, 검은색 줄기 나물은 부모님, 녹색 이파리 나물은 자손인 나를 뜻합니다. 뿌리-줄기-잎이 어우러져 하나의 나무가 되듯, 조상님-부모님-자손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가문을 느끼도록 한 배려입니다. 사실 이 원리는 내 몸에 맞는 한약을 지을 때도 적용되는 중요한 원리입니다. 뿌리-줄기-잎이 골고루 배합돼야 내 몸 곳곳을 돌보는 처방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송편은 멥쌀가루를 익반죽하고 풋콩과 깨, 밤 등의 소를 넣어 반달 모양으로 빚어서 시루에 솔잎을 사이사이 놓고 찐 떡을 말합니다. 각 지방마다 수확이 풍성한 재료를 이용해 송편을 만드는데 그중에서도 전라도에서 대표적으로 만드는 꽃송편은 한의학적인 면에서도 훌륭한 ‘약선요리’로 꼽힙니다. 오색 떡 반죽으로 송편을 만들어 윗부분에 꽃잎 모양을 낸 꽃송편은 동서남북 중앙에 맞게 다섯 방위를 상징하는 오방색을 이용해 골고루 담은 영양을 상징합니다. 중앙을 대표하는 황색은 호박, 동쪽을 대표하는 녹색은 연잎, 서쪽을 대표하는 백색은 마, 남쪽을 대표하는 붉은 색은 오미자, 북쪽을 대표하는 검은 색은 검은 콩을 사용합니다.
토란국이 가르쳐 주는 음양의 균형, 삼색나물이 알려주는 시간의 균형, 꽃송편이 보여주는 공간의 균형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그간 세파에 쫓겨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쏠린 기운을 바로잡고자 했던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추석 차례나 성묘를 통해 수십 번의 절을 하면서 몸 구석구석 경직된 기운을 풀어주는 움직임과 함께 이런 추석 음식을 통한 균형 바로잡기는 매우 소중한 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국민일보-쿠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