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희생자 줄이려면…‘위험한 질병’… 기존인식 바꿔야
방역시스템 치료중심 전환을
이승욱 서울대 교수 보건학·대한보건협회장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일반 대중들이 신종플루를 이해하는 정도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대체로 독성이 낮아 대부분 치유되며 고령층은 각종 플루엔자 등에 면역돼 어느 정도 안정적이고 지역사회감염도가 낮다는 것이다. 환자 발생도 외국보다 다소 늦었고 게다가 아직 신종플루 환자가 2000여명이고 치사율이 0.07%인데도 사망자가 그동안 나타나지 않아 방심을 불렀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방역시스템의 우수성을 지적했고 또 김치효과를 운운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죽음의 공포가 현실화되면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 명은 태국여행을 갔다 왔고, 또 한 명은 지역사회감염으로 추정되어 커다란 충격에 휩싸이게 됐다.
더구나 해외에서 들려오는 불길한 소식은 우리를 더욱 움츠러들게 한다. 지난 7월29일자 저명한 의학잡지인 ‘더 랜싯(THE LANCET)’에 발표된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임신부가 신종독감 H1N1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사망위험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임신 초기 3개월을 지나면 임신모뿐이 아니라 태아가 사망하거나 유산될 위험도가 높은 사실이 여러 나라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음을 보고하였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면역기전이 약화되어 일반적인 플루에도 특히 위험한 인구집단이라는 충격적인 보고가 이어졌다.
지난 4월 24일 세계보건기구가 신종플루 같은 질병이 미국과 멕시코에서 발생하였다고 보고한 이후 감염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DEC)에 따르면 15일 현재 세계에서 22만7562명이 신종플루에 감염되고 최소 2073명이 사망하는 등 갈수록 위세를 떨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5월 초 신종플루 첫 환자가 보고된 이후 16일까지 108일이 되었다. 그동안 환자 수는 2165명에 이르렀는데 전반부인 6월26일까지는 하루 3.2명 수준으로 서서히 발생하였으나 그 이후 후반기에는 하루 평균 38.2명씩 급속도로 늘어나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하계 해외연수 중인 여행자들이 귀국하고 개학이 이어지는 가을과 함께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환자의 수는 어떻게 얼마나 증가할지 예측할 수 없어 불안은 더욱 깊다.
그렇다면 치료는 할 수 있는가. 현재 치료약은 경구투여용인 ‘타미플루’ 한 가지이다. 다른 약으로 ‘리렌자’도 있으나 흡입용으로서 효능이나 부작용으로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면역약은 어떤가. 지난 8월 초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7월 현재 7개 제약회사는 5개국에서 백신제 개발에 따른 임상시험을 하고 있으며 곧 더 많은 임상시험을 해 9월 상반기까지는 그 시험 결과를 얻을 것으로 예측한다. 그리고 앞으로 5∼6개월 후에 백신이 상품화될 것이라 한다. 백신에 의지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제 우리의 인식을 바꾸자. 신종플루는 위험한 질병이다. 사망자가 발생한 이상 방역시스템도 이제는 사망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치료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방역망을 가동하여 신환을 관리하도록 하되 사망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병행하는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위험집단에 속한 환자는 타미플루를 발병 48시간 이내에 투여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정부는 비축 중인 531만명분의 타미플루를 환자들이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복용하도록 보건소에 배포한다고 한다. 이와 동시에 위험집단을 집중적으로 감시하도록 하자. 임신부는 물론이고, 만성폐질환자, 심장질환자, 당뇨병환자, 면역기전 저하자, 그리고 고도비만자는 모두 다 위험집단이다. 65세 이상의 고령층, 지역사회감염자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국민이고 치료는 의료기관이 하지만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관리하는 것은 방역당국의 몫이다.
이승욱 서울대 교수 보건학·대한보건협회장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