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배부른 시대-열감기·장염·아토피… ‘온병’의 배경(2)
<글·이종훈 (목동 함소아한의원 대표 원장)>
2부-배부른 시대
[쿠키 건강]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본의 예를 보면 1950년-1990년에 지방과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가 엄청나게 증가한 반면, 총 탄수화물 섭취는 감소했다(Takaishi, 1994).”
앞서 1부에서 알아본 것처럼 지구온난화와 난방의 생활화 등으로 인한 ‘더운 시대’는 이미 막을 수 없는 대세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와 비슷한 양상의 나쁜 변화가 우리 몸 안에서도 발생,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 몸 안의 기후도 달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 몸은 ‘화’(火-더운 기운)와 ‘수’(水-찬 기운)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체온을 늘 36.5℃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일 섭취하는 음식이 가진 성질에 따라 몸속의 온도는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음식 중에서 단맛이 나는 음식, 단백질, 지방은 화(火)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설탕은 1g당 3kcal, 단백질은 1g당 4kcal, 지방은 1g당 9kcal의 열량을 냅니다. (참고: 알코올은 7kcal입니다).
반면 야채와 나물, 과일은 수(水)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야채와 나물의 주성분인 물과 비타민, 미네랄은 0kcal입니다. 따라서 단백질이나 지방이 많은 음식을 자주 섭취하면 할수록 사람의 몸은 더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의학에서는 ‘고량후미(膏粱厚味)’라는 말을 씁니다. ‘기름지고 맛이 두터운 음식’(고기처럼 한참 씹어야 삼킬 수 있는 음식이나 입안에 그 맛이 오래 남는 음식)이라는 뜻인데, 주로 육류가 해당됩니다.
동의대학교 한의학과 이해웅 씨의 박사학위 논문인 ‘조선시대 현종, 숙종, 경종, 영조의 질병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조선시대 왕들의 대표적 질병은 종기와 안질이었다고 합니다. 종기는 습열(덥고 축축한 기운)을 주원인으로 볼 수 있고, 안질도 역시 간에 열이 차는 간열을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 화병(心火熾盛)도 자주 보이는 증상이었습니다.
조선시대 왕들은 일반 백성과는 달리 육류를 즐겨 먹었고, 몸을 전혀 움직일 필요가 없어서 운동부족에 빠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심지어 이동식 좌변기로 배변도 앉은 자리에서 해결하고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도 가마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비만, 당뇨, 고혈압 등의 질병으로도 많이 고생했는데, 습열과 어혈 때문에 피가 뻑뻑해지고 기혈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생기는 병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의 식생활을 살펴보면, 대다수 사람들의 삶이 조선시대 왕의 것과 닮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육류, 인스턴트식품, 패스트푸드 등의 잦은 섭취로 영양이 과다한 상태인데다가 움직이는 시간이 줄어 몸이 더워지는 병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덥고 배부른 시대가 된 배경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과거 춥고 배고픈 시대에 ‘상한병’이 큰 문제가 되었던 것처럼, 현대에는 덥고 배부른 시대가 가져온 ‘온병’이 많은 사람들의 건강에 적신호를 켜게 합니다. 몸 속 열을 내리는 생활 관리를 실천하고, 한방 처방으로 예방과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 상추, 치커리, 씀바귀 등 쓴 채소를 자주 먹어 몸 속 열기를 풀어주고 수박, 토마토 등의 제철 과일로 수분을 공급하는 것이 좋습니다. 뙤약볕은 열기를 쌓고 진액(수분)은 마르게 하므로 오후 12~2시 외출을 피하고, 나무가 많은 곳 위주로 산책을 하도록 합니다. 하루 30분~1시간 정도는 걷기나 맨손 체조 등으로 적당한 운동을 할 것을 권합니다.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위해 한방에서는 ‘보음’ 처방을 하고 있습니다. 생지황, 지실, 대황 등의 약재를 이용한 처방으로 속열을 풀고 부족한 진액을 보강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가장 열이 많은 장부인 심장, 폐의 열을 내리고, 피를 저장하는 창고인 간과 모든 물의 저수지(콧물, 눈물, 정액 등)인 신장을 강화하는 치료를 합니다.
#현대는 덥고 배부른 시대입니다. 이런 때에는 습열병, 온열병 같은 열병이 유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열병의 치료를 위한 한의학 이론이 바로 ‘온병학’입니다. 청나라 때 중국 남쪽의 습하고 더운 지방에서 정립된 학문이지요.
[국민일보-쿠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