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마른 몸을 원하는 그녀들…'프로아나'
무작정 굶다가 생명 '위험', 아름다움보다 '건강'이 먼저
[메디컬투데이 이지연 기자]


호리호리한 허리에 길고 곧게 뻗은 다리, 군살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모델 지망생 이지희(가명·19)씨는 어딘가 모르게 ‘날씬하다’가 아닌 ‘깡말랐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은 몸매를 가졌다.

알고보니 '프로아나'라고 밝힌 지희씨의 신체사이즈는 키 172cm에 몸무게가 41kg.

지희씨는 “사실 1년 전까지만 해도 몸무게가 80kg에 육박하던 비만이었지만 모델이 되고 싶은 마음에 온갖 다이어트를 시도했다”며 “현재 날씬해진건 좋지만 음식만 보면 구토증상을 일으키고 음식을 먹는게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프로아나'는 현재 우리나라에도 그 열풍이 사라질 줄 모르는 분위기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섭식장애 클리닉의 조사에 따르면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은 10만명 당 1~5명의 비율이며 대부분 10대때 발병한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몸매를 날씬하게 가꾸는것도 좋지만 섣부른 과욕으로 거식증을 자처한다면 건강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상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원인 불투명, ‘다이어트’ 부추기는 매체 영향 커

프로아나(pro-ana)는 '향하여'(찬성·옹호라는 뜻으로 더 많이 쓰임)를 의미하는 ‘pros(pro)’ 와 거식증을 의미하는 ‘anorexia(ana)'가 합성된 신조어로 마른몸매를 갖기 위해 거식증에 걸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거식증의 주요환자는 패션모델이나 발레리나, 운동선수와 같이 체중과 관련된 직업적 경쟁이 심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매체의 영향으로 연예인이나 모델들의 몸매를 목표로 과도한 다이어트를 시도하다 병이 생기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은 거식증의 원인은 확실히 규명된 것이 없으나 인간 대뇌에서 식욕, 체온, 그리고 다양한 신경내분비 기능을 담당하는 중추인 시상하부의 이상이 발병 원인으로 유력하다고 말했다.

심리학적으로는 사춘기를 거치면서 이루어지는 신체적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성적, 사회적 긴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음식을 피하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날씬한 것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돼 가고 있는 사회풍토에 대한 영향도 원인중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거식증에 걸린 사람은 체중감량을 위해서 음식을 거부하거나 인위적인 구토, 심한 운동, 설사약 복용 등의 행동을 하는데 대개 이럴 경우 체중이 적정체중 대비 15% 이상 감소하며 심한 경우 30% 이상까지도 체중이 감소지만 건강에 치명적이다.

거식증 환자들은 소화가 잘 안되거나 추위를 잘타고 변비가 있으며 여성의 경우에는 생리불순 또는 석 달 이상 생리가 없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짜증과 집착이 심하고 우울증이 오기 쉬우며 자발성이 결여될 뿐만 아니라 가족의 개인적, 정서적, 사회적등 많은 부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전북대학교병원 정신과 양종철 교수는 “거식증은 섭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음식을 먹은 후 구토등 인위적인 방법으로 거부하는 현상이다”라며 “음식섭취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습관이 큰 원인이므로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 복합적인 치료 '필수', 완치까지 오래 걸려

거식증은 치료를 받더라도 그 완치율이 절반에 지나지 않으며 재발률도 매우 높다.

특히 사춘기 때에 거식증이 발생했다면 키, 골밀도, 2차 성징 등의 회복이 지연돼 완치가 힘들다.

거식증 환자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급적 빨리 영양의 균형을 회복시켜 기아로 인한 신체적 손상을 막고 체중증가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유범희 교수는 “일단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죽부터 시작하고 일일 1500~2000 칼로리를 6회로 나누어 준다”며 “아직 증상 호전에 결정적인 특효약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식욕촉진제나 항 우울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거식증의 치료는 입원치료, 약물 치료, 가족치료, 인지 행동치료등 신체적인 치료와 정신적인 치료를 병행한 종합적인 치료계획이 필요하다.

또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은 환자의 견해나 자율성을 인정해주고 치료에 실패하더라도 인내하면서 환자의 생각과 느낌에 끊임없는 관심을 보이며 보살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을지병원 신경정신과 김의중 교수는 "체형·체중 조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체중 조절이나 다이어트가 대중화되는 추세여서 거식증을 부추긴다"며 "거식증 환자의 50%는 우울증을 보이고 자살률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음식과 다이어트에 대해 갖고 있는 잘못된 생각들을 바로잡고 가족 구성원들이 환자를 지원하고 격려하는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