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른 영양` 강박관념 버리고 잡식동물처럼 그냥 먹어라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
저지방 식사가 암을 예방한다?
1960년대 미국 영양학자들은 동물성 지방을 끔찍한 물질로 규정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육류를 식탁에서 밀어내려 애썼다. 버터 등 동물성 지방이 동맥경화를 일으킨다는 주장에 너도나도 식물성 지방인 마가린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2006년 미국여성건강연구원은 저지방 식사와 암의 상관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동물성 지방과 관상동맥질환의 연관관계를 찾는 데도 실패했다. 더욱이 수소로 처리해 딱딱하게 만든 마가린의 트랜스지방이 오히려 몸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됐다. 사람들은 동요했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하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유독 먹을거리에 집착한다. 몸에 좋다는 식품은 금세 동이 난다. 생선이 심장에 이롭다는 연구발표에 어류 값이 올라갔다.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찐다는 저지방 우유와 과자, 햄 등 가공 식품들에 지갑을 활짝 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이 나고 뚱뚱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럴까. 식재료를 정제하고 가공하는 화학처리물질이 몸에 더 해롭기 때문. 또 저지방 과자도 너무 많이 먹으면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나 살로 간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마이클 폴란은 "지나친 영양주의와 식품 제조업체들의 유착이 밥상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영양학은 `음식은 영양소의 합`이라고 주장하면서 음식과 건강에 대한 새 연구결과를 끝없이 내놓는다. 식품 판매업자들은 그때마다 새로운 영양소를 넣었다는 신제품을 슈퍼마켓에 진열한다. 과도한 `영양주의` 때문에 음식은 자취를 감추고 `음식을 가장한 수천 가지 물질`만 남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실제로 카레와 녹차 등의 항암효과를 주장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관련 가공 식품들의 판매가 급증했다. 참치에 함유된 오메가-3 지방산 효능이 부각되자 참치 통조림 이미지가 좋아졌다.
폴란은 저서 `행복한 밥상-잡식동물의 권리찾기`를 통해 가공식품의 위험과 영양학 맹신주의를 경고한다. 식품 업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부의 권장 영양 가이드라인이 바뀐 적도 많다. 1977년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상원의원 맥거번은 상당히 직설적인 영양 지침을 발표했다. 콜레스테롤 함유가 높은 붉은 고기와 유제품 소비를 줄이라고 권했다. 그러나 육류와 유제품 업체들이 격렬하게 반발하자 권장 사항을 급하게 수정했다. 맥거번도 목장주들의 투표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교묘한 말재주를 동원해 "포화지방 섭취량을 줄여 줄 고기와 가금류, 생선을 선택하라"고 표현을 바꿨다.
저자는 영양소를 내세운 가공식품을 피하고 신선한 천연식품을 섭취하라고 강조한다. 미네랄과 비타민 등 영양소에 집착해 정작 채소와 과일은 멀리하고 영양제만 먹는다면 건강해질 수 없다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폴란이 던지는 답변도 뻔하다. "음식을 먹어라, 과식하지 마라, 주로 채식을 하라." 너무나 간단하다. 그러나 이 세 문장이 바로 우리 식생활에 자유를 안겨준다. 영양소가 아니라 `진짜` 음식을 먹어야 `진짜` 건강해진다고 저자는 목소리를 높인다.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우리의 건강을 파괴할 수 있다. 실제로 영양과 건강에 엄청나게 신경 쓰는 미국인들보다 분별 없이 음식을 즐기는 프랑스인이 더 건강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한동안 먹음직스럽게 포장된 가공 식품에서 시선을 거두고 싶을지도 모른다. 조윤정 옮김. 다른세상 펴냄.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