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배부른 시대-열감기·장염·아토피… ‘온병’의 배경(1)
<글·이종훈 (목동 함소아한의원 대표 원장)>
[쿠키 건강칼럼]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섭씨 1.5도 상승했으며, 향후 100년 동안 추가로 4도 더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중략>” (조선일보 2009년 1월13일)
“여름철 피서객과 농민들의 최대 관심사였던 장마예보가 올해부터 중단됩니다. 기상청은 지구온난화에 따라 장마전선이 생기기 전이나 후에도 강한 비가 많이 내리기 때문에 장마예보가 무의미해졌다면서 장마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예보를 올해부터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MBC 뉴스 2009년 6월10일)
날씨가 점점 더워집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여름은 5월 중순에서 10월 중순까지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기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판단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최근 한의원에 내원한 시은이라는 아이는 얼굴에 여드름이 많이 나고 대변을 볼 때 시원치 않으며, 입 냄새가 심하게 나서 고민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여러 가지로 진단해볼 때 시은이는 현재 습열이 많은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습열’은 몸에 질병을 일으키는 사기(邪氣: 나쁜 기운) 중 하나입니다. 쉽게 말하면 습기와 열이 합쳐져 우리 몸 안이 ‘무더운 여름철 같은 상태’가 돼 있다는 뜻입니다. 진료를 하다 보면 시은이처럼 병의 원인을 습열로 진단할 수 있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요즘은 대다수가 습열병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시은이가 습열병에 걸린 것과 ‘더운 시대’라는 이 글의 주제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요? 제가 시은이에게 “습열이 생긴 이유는 지구온난화 때문입니다”라고 진단하자 진료실에 앉아있던 시은이의 부모님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한의학에 ‘천인상응(天人相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하늘은 우리를 둘러싼 기후를 포함한 환경을 말합니다. ‘사람이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말은 당연한 것이지만, 요즘 저는 이 말이 가슴에 참 와 닿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기후가 점차 더워지면서 더위에 상하는 병, 소위 온병(溫病)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우리 부모님들이 어려운 시절을 회상할 때 ‘춥고 배고픈 시절’이라는 단어를 많이 씁니다. 자신이 과거에 한 고생을 과장한 듯한 이 말엔 진실이 녹아 있습니다. 예전엔 실제로 지금보다 더 추웠고, 더 배가 고팠습니다. 따라서 추위로 인해 상하는 ‘상한(傷寒)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 전체의 기온도 상승하고 있고, 겨울에도 난방이 잘 돼 있어 실내에서는 반팔을 입고 생활할 수 있는 정도가 됐습니다. 또한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에 추위를 견딜 힘 또한 과거보다 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추워서 생기는 병보다 더워서 생기는 병이 대세가 되리라는 전망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더위에 상하는 병, 바로 ‘온병(溫病)’의 시대가 온 것입니다.
[kuk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