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223) 공업용 알코올
식용사용 막기 위해 첨가제 주입
유해성 보다 주세 탈세가 문제
■ 바이오&헬스
공업용 알코올로 국수를 만들어 판 악덕 식품제조업자가 구속됐다. 부당한 방법으로 무려 300만명 분의 국수를 만들어 유통시켰다는 것이다. 식용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할 재료를 사용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고 작은 이익 때문에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무시한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 그러나 공업용 알코올의 정체와 사건의 책임 소재는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국수 제조에 소독용으로 사용한 알코올은 마시는 술의 유효 성분이기도 한 `에탄올'이다. 그런데 에탄올을 `식용'과 `공업용'으로 구분할 수는 없다. 제조방법에 따라 에탄올이 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만드는 방법에 상관없이 에탄올은 그저 에탄올일 뿐이다.
전통적인 발효를 이용한다고 순수한 알코올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마시는 술에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불순물이 많이 들어있다. 포도주와 위스키에는 수백 종류의 불순물이 들어있다. 그 종류를 정확하게 알아내기도 어려울 정도다. 술의 맛과 향기는 양조(釀造)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불순물의 종류와 양에 의해 결정된다.
양조한 `식용' 에탄올에는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들어있지 않다는 주장도 사실과 크게 다르다. 우선 에탄올 자체가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1군 발암물질'이다.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포름알데하이드가 포함된 술도 많다. 그런데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 우리가 스스로의 건강에 대해 언제나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공업용' 에탄올은 석유화학제품이기 때문에 인체에 해로운 불순물이 더 많이 들어있다는 주장도 잘못된 것이다. 화학적인 방법으로 불순물이 전혀 없는 순수한 에탄올을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실제로 의료용이나 화학분석용으로 사용하는 진짜 순수한 에탄올은 발효가 아니라 화학적인 방법으로 만든 것이다.
`공업용' 알코올을 식용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에탄올이 주성분인 술에는 무거운 `주세'(酒稅)가 부과된다. 그런데 에탄올은 산업용으로도 널리 사용된다. 그렇다고 산업용으로 사용하는 알코올에도 주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 결국 주세를 내지 않은 알코올을 식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확실한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변성' 알코올이다. 마실 수 없을 정도로 쓴맛을 내는 물질이나 인체에 독성이 강한 첨가제를 넣는다. 물론 에탄올의 사용 목적에 방해가 되도록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변성 알코올을 만드는 방법은 사용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어쨌든 주세 관리를 위해 의도적으로 넣은 `첨가제'를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순물'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주세법'에 따르면 주세를 징수하고 에탄올의 유통 과정을 관리하는 모든 책임은 세무서에 맡겨져 있다. 에탄올을 변성하는 방법을 정하는 것도 세무서의 몫이다. 그래서 국세청에는 주세와 관련된 기술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기술연구소'까지 있다.
결국 이번 국수 사건에서 식품위생법은 핵심이 아니다. 사실 변성 알코올을 이용해서 만든 국수가 반드시 인체에 위험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국수의 제조 과정에서 사용했던 변성 알코올의 유해성분이 실제로 국수에 남아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다고 국수 제조에 변성 알코올을 사용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국수 사건의 핵심은 주세의 탈세 사건이라는 뜻이다. 주세를 낸 술이나 주정(酒精) 대신 변성 알코올을 사용한 것은 명백한 탈세 행위다.
물론 식품의약품안전청이라도 나선 것이 다행이다. 그러나 `공업용 알코올'의 정체를 정확하게 밝힌 후에 사건을 국세청에 넘겼어야 했다. 식약청도 `공업용'을 `적당히 만든 제품' 정도로 해석했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물론 우리 언론의 전문성 부족은 정말 심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