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빨간색은 군침, 파란색은 입맛 뚝 음식 색상 따라 식욕 달라져… 조명 빛깔도 영향 미쳐 '다이어트를 하려면 파란색 접시를, 식욕을 돋우고 싶으면 빨강 또는 주황 접시를 활용하라’. 정성껏 마련한 요리를 더 맛있게 보이게 하려면 요리를 담는 그릇도 잘 선택해야 한다. 그릇의 모양 뿐 아니라 색상도 중요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식욕을 왕성하게 하는 색이 있는 반면 식욕을 떨어뜨리는 색도 있다는 것. 패스트푸드점 로고 빨간색 많아 주황과 빨간색은 식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소화작용까지 촉진시킨다. 맥도날드, KFC, 롯데리아, 버거킹, 아웃백, T.G.I.프라이데이스, 빕스 등 많은 패스트푸드점과 패밀리레스토랑이 로고나 인테리어 색상으로 빨강을 유난히 많이 사용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다음트렌드컬러소재연구소 박귀동 소장은 “빨간색은 감각신경을 자극해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며 침이 생기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빨간색을 내부 인테리어로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 그렇지 않은 술집에서 술을 마실 때보다 훨씬 더 빨리 취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빨간색으로 인해 체온이 상승하고 혈액순환이 촉진되면서 알코올 흡수도 빨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맛이 좋기로 유명한 레스토랑이나 음식점에서 탁자 바로 위에 백열등을 설치하는 이유는 뭘까. 빨강, 주황, 노랑의 색광(色光)이 식욕을 당기기 때문이다. 백열등은 빨강과 주황, 노랑의 색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태양빛과 가장 가깝다. 당연히 식탁 위에 놓여진 음식을 고객이 맛깔스럽게 느끼게 한다. 김명진 삼성디자인학교 교수는 “노란색의 바나나와 참외, 빨간색의 딸기와 사과, 주황의 오렌지와 감 등에서 발견되듯이 예로부터 자연은 인류에게 먹을 때가 됐을 때 색깔로 이야기했다”며 “빨강과 주황, 그리고 노란색이 식욕을 당기는 것은 이러한 자연의 순리와도 관계가 있다”고 해석했다. 반면 파란색은 식욕을 떨어뜨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할리우드 영화감독이 최고급 요리를 마련한 채 파티장을 돌연 파란색 조명으로 바꾸었더니 대다수 사람들이 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처럼 식욕을 떨어뜨리는 파란색이 실생활에서 먹거리로는 별로 없다는 점이다. 파란색 김치, 파란색 밥, 파란색 고기와 찌개…. 상상만 해도 숟가락을 놓을 것 같지 않은가. 어두운 조명의 술집에서는 실제보다 더 짧은 시간 동안 머물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경향신문> 오랫동안 손님이 머물도록 하여 매상을 올려야 하는 술집이라면 조명은 어두워야 한다. 검정색 등 어두컴컴한 색으로 꾸며진 공간에서는 실제 흐른 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는 동안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마시는 술의 양도 늘어나며 술집 주인 입장에서는 매상이 자꾸 오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술집 내부 어디에도 시계를 진열하지 않는 것은 주인이 갖추어야 할 기본 센스라고 할 수 있다. 음식과 관련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면 잔상(殘像) 현상과 가산혼합(빛깔 섞기)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육점을 열 계획이라면 내부의 벽 색깔로 노란색은 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손님이 마주하게 되는 노란색의 잔상은 파란색인데, 그 파란색이 고기의 빨간색과 더해져 결과적으로 손님 눈에는 고기 색이 자줏빛의 변질된 고기로 보이기 때문이다. 생선초밥에 초록색 조릿대 잎을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살균 효과는 물론, 잔상 효과와 가산혼합을 고려한 것이다. 가령 조릿대 잎의 초록색과 어우러진 다랑어의 빨간 살은 그 빨간색을 한층 더 선명하게 보이게 함으로써 신선도가 높고 맛있는 초밥으로 보이게 한다. 양상추와 토마토가 함께 담긴 샐러드가 한결 신선하고 맛깔스러워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색상의 파격? 지속성 ‘글쎄’ 그러나 이 같은 식품과 색깔의 보편적 함수관계에도 불구하고 고정관념을 깨는 일대 변화의 바람도 불었다. 일반적으로 빨간과 주황은 식욕을 불러일으키고, 파란색은 식욕을 떨어뜨리는 색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02년 들어서면서 전통적인 식품 회사인 하인즈 사에서는 초록색·보라색 케첩과 파란색 감자튀김을 내놓았다. 미국 파케이 사에서는 분홍색·파란색의 마가린을, 켈로그에서는 우유를 파랗게 변하게 하는 콘플레이크를 출시한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파격적 식품 색상에 어린이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 상품은 일시적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을 뿐 지속적인 판매량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다만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웰빙 바람을 타고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는 검은콩과 흑미밥 등 블랙 푸드, 녹차와 야채 등 그린 푸드, 당근과 토마토 등 레드 푸드 등 색깔을 내세운 건강식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색깔과 음식의 관계는 단순히 멋과 맛의 단계를 넘어 건강의 영역까지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청·적·황·백·흑과 오장(五臟) 기운의 함수관계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음식과 오장 기능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겨왔다. 청색·황색·적색·백색·흑색의 5가지 색은 순서대로 간, 심장, 비장, 폐, 신장의 기운과 관련이 깊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대표적인 청색 음식으로 실제로는 녹색인 채소류를 꼽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녹차인데 녹차는 탁월한 항암 효과와 함께 노화를 억제하고, 체내 체지방 성분인 글리코겐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간 기능을 직·간접적으로 돕고 눈을 맑게 해준다고 전해진다. 적색 음식으로는 적포도주가 있다. 적포도주는 콜레스테롤을 억제하고 심장혈관에 좋은 작용을 하여 혈액순환을 돕는다. 토마토, 석류 등도 마찬가지다. 황색 음식으로는 고구마, 단호박 등의 탄수화물 음식이 있다. 비위 기능을 도와 소화 흡수를 돕고 양질의 식이섬유가 많아 비만을 예방하는데 좋다. 흰콩 등 백색 음식은 폐와 대장의 기운을 도와 체내 노폐물이 분비되는 것을 돕고 몸에 열이 쌓이는 것을 억제한다. 끝으로 검은콩, 검은깨, 검은쌀 등 흑색 음식은 인체 내의 신장과 방광 기능을 도와 수분대사를 촉진하고, 성 기능을 강화시키며 호르몬 작용을 돕는다. [주간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