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무조건 마시는 우유 오히려 해
얼마 전 초등학교 4학년 남자 아이가 엄마와 함께 병원에 왔다. 또래 친구들보다 체중이 많이 나가서 ‘혹시 성조숙증이나 비만은 아닐까?’ 하는 엄마의 염려 때문이었다.
이 남학생은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아침부터 저녁까지 좋아하지도 않는 우유를 1리터씩 마신다고 했다. 우유에는 칼슘이 많아 성장에 도움이 될 거라는 엄마의 생각 때문이었다.
검사결과 남학생은 체지방이 또래보다 많이 증가해 있었으며 성 성숙도가 빨리 진행되고 있는 성조숙증이었다.
병원을 찾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 상태를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우유를 많이 먹인다. 그러나 통통하거나 체지방이 많은 아이에게 우유를 많이 먹이면 우유 속 지방 탓에 체지방이 더욱더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이 때문에 성장판이 빨리 닫히게 돼 성장에 장애를 줄 수 있다.
우유 한잔은 125kcal인데 만약 매일 1리터의 우유를 무작정 먹인다면 아이는 한 달이면 2kg의 체지방이 늘어나게 된다. 체지방이 늘수록 성조숙증의 위험이 커진다. 체지방 속 비만세포에서 분비되는 사춘기 관련 물질인 렙틴(leptin)이 다량 분비되면서 사춘기 발현을 앞당기기 때문이다.
우유는 하루 약 2컵 분량이 적당하다. 필요량만큼은 마셔서 칼슘은 보충해주되 체지방은 늘지 않도록 신경 써줘야 한다. 비위가 약한 아이는 우유의 비릿한 냄새에 민감하기 때문에 흰 우유를 고집하기보다는 과일 맛을 첨가한 기능성 우유도 좋을 것이다.
만약 칼슘량이 부족해질까봐 우유 섭취량을 줄이는 게 불안하다면 다시마를 함께 먹이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다시마의 칼슘은 그 함량과 흡수율이 높다. 그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지방, 환경호르몬, 발암물질 등을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빨아들여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따라서 생리활성에도 좋다.
하나 덧붙이자면 과거의 소는 푸른 초원에서 신선한 풀을 먹고 젖을 만들었다. 하지만 요즘 젖소는 대량 생산을 위해서 많이 먹고 많은 양의 우유를 생산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대량의 우유를 생산하려고 신선한 풀 외 곡물, 수입 사료 등을 먹인다. 이러한 곡물과 수입 사료는 재배할 때부터 농약에 오염돼 영양가가 떨어진다.
따라서 내 아이가 완전 식품인 우유를 많이 마셨다고 안심하지 말아야 한다. 완전 식품이란 없다. 한 가지를 많이 먹이는 것보다 여러 종류를 골고루 먹이는 게 좋다.
[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