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다이어트] 탄수화물은 포도당이 아니다?
<글·인하대학병원 비만센터 이연지 교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쿠키 건강칼럼] 비만센터에서 식생활 개선을 하면서 가장 복잡하게 설명해야 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포도당과 복합탄수화물의 차이를 이해시키는 일이다. 어차피 먹고 나서 소화되고 몸속으로 흡수되고 나면 같은 물질인 것을, 우리는 굳이 왜 복합탄수화물을 고집해서 골라 먹어야 한다고 하는 것일까?
◇탄수화물은 무엇인가?
우리 식생활에서 곡물과 과일에서 얻을 수 있는 열량은 대부분 탄수화물이다. 자연 상태에서 이들은 포도당, 젖당, 과당, 설탕 등 단순당으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여러 개의 단순당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복합탄수화물의 형태로 존재한다.
반면 자연 단순당은 대부분 과일에서 다양한 색소 및 비타민, 미네랄과 함께 있어 다이어트와 건강에 좋은 작용을 하지만 인공적으로 분리된 단순당, 대표적으로 설탕, 액상 과당, 올리고당 등에는 이런 좋은 성분이 빠져 있다.
◇탄수화물은 얼마나 먹어야 할까?
쌀과 밀가루, 감자, 고구마 등은 복합탄수화물로 우리가 먹는 열량의 50~60%를 구성하며 식생활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특히 탄수화물의 가장 작은 단위인 포도당은 뇌가 활동하는데 꼭 필요한 에너지이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단에서도 전체 열량의 50% 정도를 탄수화물로 섭취하기를 추천한다.
그런데 만약 열량의 60% 이상을 탄수화물로 섭취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의 뇌와 근육이 사용하다 남은 탄수화물은 대부분 중성지방으로 변환돼 운반되고 저장된다. 즉 필요량보다 많이 먹으면 지방으로 저장돼 살이 찌는 원인이 된다.
◇얼마나 빨리 흡수되는지가, 얼마나 살이 찌는지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뇌는 탄수화물 중에 포도당을 사용하는데, 우리는 왜 복합탄수화물을 먹어야 할까? 그것은 소화와 흡수의 속도에 대한 문제다. 먹은 탄수화물이 흡수되는 속도는 그것이 얼마나 복잡한 구조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포도당과 같은 단순당이 가장 빠르게 흡수되고 복합탄수화물의 구조가 복잡할수록 소화 흡수과정도 복잡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빠르게 포도당이 흡수될수록 혈액 내 포도당 농도가 빨리 올라가고, 이를 조절하기 위해 분비되는 인슐린도 더 빠르게 많이 분비된다. 이때 인슐린이 지방세포를 자극해 지방을 더 많이 저장하도록 유도한다. 인슐린 농도가 높아질수록 지방세포는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려고만 한다. 이러한 상황이다보니 같은 양의 탄수화물을 먹더라도 그 형태가 단순당인가 복합탄수화물인가에 따라 지방이 저장되려는 경향은 달라질 수 있다.
◇두뇌를 위해 즐기는 복합 탄수화물들
뇌가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내면 우리는 에너지를 공급해 줘야만 한다. 강의록을 준비하는 주말 늦은 오후 또는 저녁 식사 2시간쯤 전에 허기가 느껴지면, 나는 두뇌가 일하는 것을 돕기 위해 미니오븐에 가래떡을 구워 먹는다. 설탕도 꿀도 없이 쫄깃한 떡을 천천히 씹어 먹으면 천천히 뇌의 피로가 가신다. 아직 일이 끝나지 않은 밤에 배가 고프면 가끔 생수와 함께 찐 감자 한 개를 먹는다. 천천히 소화 흡수된 찐 감자의 포도당은 두뇌가 다시 깨어나 2시간 정도 열심히 일하도록 도와준다.
◇다이어트 먼저? 일 먼저?
이렇게 간식을 즐기는 필자에게, 그러니까 살이 안 빠지지~! 라고 누군가 비난한다면, 이렇게 대답해 주리라. 결국 우리는 멋진 인생을 살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고, 뇌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멋진 인생이란 상상하기 힘들다고. 하지만 언제나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적당한 포도당 공급에 만족할 줄 아는 건강한 뇌의 습관을 지키는 것이다. 피곤해질 때마다 단 것을 갈구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요구하는 버릇없는 당신의 뇌를 먼저 길들이는 것이 좋은 다이어트의 출발이 될 것이다.
[국민일보-쿠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