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식 식생활이 장질환의 주범



서구식 식생활이 장질환의 주범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내과)

25년전 대학병원에서 내과 수련을 받던 시절과 요즈음을 비교해 보면 한국인의 질병 양상이 상당히 변화되었음을 실감한다. 대장 용종과 대장암이 급증하였다.
또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씨병 같은 만성 염증성 장 질환 환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본래 미국 유럽 등 서구에 흔히 발생하는 질환으로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재발이 잦은 난치성 질환이다. 만성 염증성 장질환은 20~30년 전부터 서구화된 식습관이 보급되기 시작한 일본에서부터 발생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미 일본에는 수십만의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씨병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설탕 밀가루 등의 정제식품과 인스턴트식품 육식과 같은 서구화된 식생활이 보급되면서 이러한 질환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염증성 장 질환의 발생에는 여러 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환자의 유전적 결함, 환자의 면역학적 체계의 결함 등이 발병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음식등 외부의 환경적 요인과 장내 세균의 영향 등 다양한 원인 인자들이 알려져 있다.
20~30년만에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 급증하는 원인은 유전적 요인보다 환경적 요인, 특히 식생활의 현저한 변화가 그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설탕이 많이 들어간 아주 단 음식은 장내에서 해로운 균의 증식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단 음식, 해로운 균 증식 유발
해로운 균은 우리 몸에 이로운 균의 성장을 억제하고, 해로운 균에 의해 유발되는 염증 반응이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씨병 같은 만성 염증성 장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보고된 최근 연구에 의하면 동물성 지방섭취의 증가와 만성염증 장질환의 증가가 아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식품에 들어있는 동물성 지방 섭취는 한창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장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실제로 10대와 20대의 청소년기와 청년층에 다발하는 크론씨병이 최근 일본과 한국에서 급증하는 현상은 양국의 젊은이들 식생활 패턴과 아주 상관관계가 높다.
최근 일본에서의 흥미로운 연구에 의하면 쌀 소비의 감소와 염증성 장질환의 증가가 비례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쌀에 들어있는 각종 영양소, 즉 섬유소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 등이 만성 염증성 질환을 억제할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서구화된 식생활이 만성 염증성 장질환을 야기하는가. 많은 학자들이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지만 확실한 정답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당분이 많은 음식과 동물성 지방이 많은 음식은 사람의 장내에서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은 장 점막의 염증을 유발하고, 이것이 난치성으로 지속되면서 장점막을 헐어 피가 나고 설사를 유발시킨다. 크론씨병은 염증이 심해지면 장이 깊숙히 뚫려 장에 구멍이 날 수도 있다. 또한 크론씨병은 계속 진행되면 장과 장이 뚫려 연결 되거나 장과 피부가 뚫려 연결되는 누공 현상이 일어 날 수 있다. 따라서 크론씨병은 궤양성 대장염보다 훨씬 수술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고유 식생활 지켜나가야
최근 거리를 거닐 때 수많은 패스트푸드 음식점을 보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장 건강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설탕 성분이 듬뿍 들어가 혀를 녹이는 서구화된 식품은 바로 우리의 장을 녹일 수 있다. 동물성 지방이 듬뿍 들어간 푸짐한 서구화된 식품들은 장에서 염증 물질을 뿜어내 우리의 장을 헐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풍요롭게 보이는 서구화된 식생활은 이렇게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의 예방을 위해서는 한국 고유의 식생활을 지켜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질환에는 치료 못지않게 예방이 중요하다. 만성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에는 엄청난 의료비용이 지출되며, 질병에 의해 수많은 환자들의 삶의 질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명한 식생활이 의료 비용을 절약하고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건강의 원천이 되는 셈이다.




[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