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어야 병도 빨리 낫는다”

병원들, 암 환자 전용 식단 앞다퉈 선보여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밥은?”

“물론, 병원밥이지….”

병원에 입원해본 사람이라면, 또 가족 중에 환자가 있어 간호를 하며 병원밥을 맛 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오명(汚名)도 곧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병원들이 앞다퉈 중증 환자들을 위한 보다 맛있고 영양가 높은 식단을 선보이고 있다.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부센터장은 “환자들에게 밥을 잘 먹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환자가 먹는 밥이 어떤 맛인지 얼마나 먹기 힘든지 살펴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먹는 것도 치료의 일부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더 많이 잘 먹을 수 있는 식단을 선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 시작은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최근 미국 뉴욕의대 종양내과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암 환자의 20% 이상이 영양실조 때문에 사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암 환자의 영양실조 발생률은 평균 63%이며, 췌장암과 위암 환자에게는 83%까지 영양실조로 인한 고통을 겪는다고 조사했다.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의 조사 결과, 암 환자의 85%가 심각한 식욕부진을 겪고 있으며, 항암 치료 중인 환자에게서 식욕부진 증상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먼서 암 환자 전용메뉴를 선보인 세브란스병원 암센터 정현철 원장은 “암 환자의 경우 적절한 영양공급이 되지 않아 체중이 줄게 되면 체력이 떨어져 항암치료를 견뎌내기가 힘든 것은 물론 삶의 의욕마저 잃게 돼 투병 생활이 어려워지는 등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며 암 환자 영양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암 환자 전용 메뉴 45가지를 개발하고 지난달 12일 공개 시식회를 통해 소개했다. 병원 측은 CJ프레시웨이와 공동으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7개월 동안 관련 문헌 조사와 치료식에 대한 집중연구를 바탕으로 메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선보인 메뉴는 △`미역청국장무침` 등 된장과 청국장을 이용한 음식 △`바싹 불고기` 등 고단백 요리 △`새우배추말이` 등 이색찬류 △`신선초 비빔밥` 등 식욕을 높여주는 음식과 △`고구마만쥬` 같은 곡류와 단백질 △`과일` 등의 간식류 등이다.

병원 측은 메뉴뿐만 아니라 식사 횟수에도 변화를 줬다. 암 환자들은 식욕과 소화기능이 저하돼 한 번에 많은 양의 음식섭취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 1일 3회 식사에서 1일 6회 식사로 횟수를 늘렸다. 회수를 늘려 충분한 열량섭취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암 환자를 위한 음식 페스티벌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0일 열린 행사에서는 식생활이 특히 중요한 위장암과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직후 △퇴원 후 △항암치료 중 등으로 나눠 식단을 소개했다. 행사장에서는 병원 영양사들이 직접 메뉴를 만들며 조리방법을 설명했으며,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일대일 무료 영양 상담을 제공했다.

조영연 삼성서울병원 영양팀장은 “위암환자를 대상으로 위암수술 후 평균 체중변화를 조사한 결과 4.5kg이 감소했으며, 필요 열량의 65%, 필요 단백질의 62% 정도만 섭취해 영양섭취 부족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대장암 환자 역시 수술 후 2.9kg 정도 감소했고 하루 평균 4회 정도로 배변 횟수 및 배변양상의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번 행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음은 삼성서울병원 ‘암 환자를 위한 Food & Cooking 페스티발’에서 소개한 메뉴다.

위암 환자는 영양섭취 부족으로 인해 빈혈이 오거나 체중감소에 대한 상담빈도가 높다. 이럴 경우 철분과 비타민 B12, 엽산 등을 충분히 섭취하고 영양밀도가 높은 식사를 추천한다. 따라서 △감자치즈구이 △팬케익 △쇠간타워스테이크 △완두요구르트 △두부딸기쉐이크와 같은 메뉴나 △바나나를 넣은 영양보충음료 등이 좋다. 상황에 따라서는 항암치료로 인해 식욕이 없을 경우엔 식욕촉진 음식인 밤고구마콩가루경단, 속이 울렁거릴 때는 닭살감자전, 입 안이 헐었을 땐 밤마영양죽 등이 도움이 된다.

대장암 환자들은 변이 너무 잦거나 설사가 심할 때 △바나나 올린 식빵 △사과 졸임 요구르트가 좋고 반대로 변비가 심할 땐 △해초멸치주먹밥 △연근침샐러드 △밤고구마 콩가루 경단 등을 먹으면 좋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