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의 부활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산에 오르면서 대신 막걸리를 마셨다. 부산 구덕산 정상에서 파는 막걸리로 허기를 채웠다. 막걸리가 일종의 링거였다.” 등산으로 위암을 극복한 부산의 홍주환(60)씨 사연을 소개한 블로그에 나오는 구절이다. 막걸리가 단순한 술이 아님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대목이다. 물론 홍씨가 완치된 데에는 항암치료를 철저히 받고 등산으로 체력을 단련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음식을 삼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막걸리를 마심으로써 최소한의 영양을 공급받았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어 의학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막걸리는 영양 덩어리다. 특히 막걸리에 단백질이 1.9%나 들어 있다는 점은 주목을 끈다. 우유에 함유된 단백질이 3%인 것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양이다. 반면 맥주에는 0.4%의 단백질이 들어 있고 소주에는 전혀 없다. 막걸리가 어느 정도 밥을 대신할 수 있음을 뜻한다. 밥 대신 막걸리만 먹고 살았다는 주당의 이야기가 꼭 과장만은 아닌 셈이다. 막걸리에는 이외에도 비타민과 무기질, 유기산이 다량 녹아 있다. 막걸리 발효과정에서 항암물질이 생성된다는 보고도 있다.
막걸리는 농업이 천하지대본인 시절 농주(農酒)라고 불렸을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술이다. 그럼에도 막걸리는 정치적·경제적 이유가 겹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술다운 대접을 받지 못했다. 먹고살기 어려운 시절에는 소주의 위세에 밀렸고 경제적으로 나아지면서는 위스키 등 양주의 등쌀에 시달렸다. 최근에는 와인 바람에 휘청거렸다.
그랬던 막걸리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막걸리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고 수출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인 사이에서도 막걸리의 인기는 높다.
막걸리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아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점과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성분을 두루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건강주다. 웰빙을 중시하는 트렌드와도 맞다. 단, 과음이 패가망신의 지름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가장 한국적인 술이 가장 세계적인 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막걸리의 잠재력을 주목할 때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