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석의 식음(食飮)털털] 때가 되면 먹어야 하는 음식
더위나 추위를 느끼듯 갑자기 머릿 속에 맴도는 음식이 있기 마련이다. 그 이유는 신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오늘 유난히 고기(혹은 매운 것. 시원한 것 등)가 당기네”라는 말은 우리 몸에서 강력히 해당 음식 고유의 영양소를 원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언젠가 음식을 먹었던 경험이 되살아나 식욕을 부채질할 때도 있다. 그래서 어떤 음식은 때가 되면 꼭 먹어야만 신체와 정신이 안정감을 찾는다.
이같은 끌림현상은 누군가에게는 떡볶이. 비빔국수 등‘매운 것(캡사이신. 알리신)’에 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오랜 해외 생활을 겪은 이에겐 김치찌개. 자장면이나 삼겹살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그야말로 계절이 바뀌면 자연스레 먹고 싶어지는 음식들도 있다. 제철음식이 바로 그런 경우인데. 우리와 마찬가지로 사시사철이 있는 일본인들도 제철에 나는 음식을 순(旬)이라 부르며 선호한다. 겨울수박. 봄 참외 등 비닐하우스 재배 작물이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없는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때가 되면 바다나 산. 들에서 나는 햇 재료로 만든 음식을 챙겨먹는 버릇은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음식과 약은 같은 뿌리’라는 식약동원(食藥同源).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동양사상이 접목된 식습관이기 때문이다. 먹는 것이 몸을 보한다는 약동원 사상이 몸에 밴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상하이게(上海大閘蟹)가 나는 겨울철이 가까워지면 수요가 몰려 값이 천정부지로 뛰게 마련이다. 우리나라 오뉴월(양력)을 살펴보면 꽃내음 속 고소한 감칠맛이 떠오른다. 주꾸미가 떠난 자리에 알배기 암꽃게가 올라온다. 6월까지 살이 달고 알이 꽉 차오른 맛이 값비싼 대게에 못지않다. “꽃게는 가을이 제철 아냐?”하고 시비거는 경우가 있는데 굳이 부연하자면.
‘봄은 알배기 암게가. 가을은 수게가 맛있다’는 말이 있다. 연평도 부근이 어장이지만 인천 소래포구. 태안 등에서 푸짐한 꽃게찜과 탕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요즘 이름이 무척이나 친숙한 밴댕이가 제철이다. 물밖으로 나오면 바로 죽어버리는 까닭에 쉽게 토라지는 이들에 곧잘 비견되는 밴댕이는 5~6월 산란기에 값비싼 도미보다도 맛있단다. 이 시기 밴댕이 회와 젓갈 판매로 유명한 인천 강화도 선수포구와 김포 대명포구의 식당들은 밴댕이 소갈딱지처럼 좁아 보이도록 제철음식을 찾아온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회나 무침으로 즐긴 후 매운탕까지 챙겨 먹으면 여름나기가 걱정없다.
[스포츠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