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고추, 신종플루에 특효
매운 고추, 신종플루에 특효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내과)
신종 인플루엔자의 대유행으로 세계가 근심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 뉴스 시간마다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환자 발생을 알리고 있다. 특히 겨울이 시작되는 지구 남반구에서의 유행 양상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1918년 유럽에서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도 초기 발생보다 후기 발생 시기에 사망자가 더 많았다.
연일 메스컴에서는 예방 수칙이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음식이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정보를 주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얼마전 동남아 지역에서 맹위를 떨치면서 높은 치사율을 보였던 조류독감의 예방과 치료에 관한 의학 자료들을 찾던 중, ‘비타민 C와 조류독감의 대유행’에 관한 흥미로운 자료를 접하게 되었다.
이 논문은 미국의 죤(John T.A.Ely)이라는 학자가 2007년 의학저널 ‘실험 생물학 및 의학’에 소개한 내용으로, 비타민C를 충분히 섭취하면 우리 몸의 면역력이 향상되어 조류독감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게 요지다.
비타민C는 독감 바이러스와 싸우고, 바이러스를 먹어치우는 우리 몸의 병사들인 백혈구의 기능을 현저히 향상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비타민C는 우리 식탁의 매운 고추에 상당히 많은 양이 들어 있다. 붉은 고추에는 오렌지의 2배, 토마토의 5배, 사과의 20배에 이르는 많은 양의 비타민C가 있다. 게다가 고추의 매운 맛 성분인 캅사이신 때문에 쉽게 산화되지 않아 조리과정에서 손실량이 다른 채소류보다 적다.
비타민A와 비타민C 공급
또한 고추에는 비타민A 전구물질인 베타카로틴의 함량이 높다. 베타카로틴은 암과 심장 질환에 예방 효과가 있는 천연의 항산화제다. 피부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고 비타민A의 영양 공급원 역할을 한다. 베타카로틴에서 변화된 비타민A는 면역기능 향상, 시력유지, 생식기능의 유지와 성장발달 등에 관여한다.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우리 몸에서 다각적이고 효율적인 면역시스템이 조절되어야 하는데, 이때 비타민A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매운 고추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면역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타민C와 비타민A를 공급함으로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동안 중국과 동남아, 한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 유행기때 유독 매운 고추가 들어간 김치, 고추장을 먹는 한국인이 의외로 사스에 강했던 것은 이러한 의학적인 비결이 아니었을까 추론해본다.
또한 고추의 캅사이산 성분은 몸에 유익한 유산균의 발육을 돕는데, 우리가 섭취하는 김치에 상당히 많은 유산균이 함유되어 있다.
유산균은 장에 정착하여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런 작용이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신종 플루 예방은 매운 맛의 고추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국가적인 방역시스템의 철저한 관리도 중요하다. 그리고 향후 음식에 들어 있는 영양소, 특히 비타민 등 미세영양소를 통한 예방도 필요하다.
비만과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
그밖에 고추는 지방분해를 도와 비만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진통효과, 스트레스 해소, 일부 암 발생 억제, 위염 완화효과 등이 보고되고 있다. 고추에 들어있는 캅사이신은 뇌에서 베타엔도르핀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켜 행복한 기분을 선사해줄 수 있다.
이같은 행복한 기분 때문에 매운 음식을 먹을수록 자꾸 먹고 싶고 그리워지는 중독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유익성분이 들어 있는 매운 맛의 고추를 더욱 연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신종 플루같은 새로운 전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매운맛의 원조인 대한민국에서 비타민A, C 등 각종 영양소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신종 전염병의 시대에 매운 맛 고추의 위력을 되새기며, 오늘 저녁 매운맛 고추를 밥상에 올리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