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ㆍ냉장고… 일상에 파고든 ‘석면공포’
악성중피종 사망자수 6년새 3배 증가…
화장품ㆍ의약품 석면은 전주곡에 불과
이번에 김형렬 가톨릭대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악성중피종 환자 가운데는 산업현장 종사자보다 일반인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집단이 78명으로 많지 않지만 가볍지 않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김 교수는 “악성중피종은 석면에 의한 요인이 80~90%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그 정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다”며 “석면에 직접 노출되지 않은 환자의 경우 환경적 노출 가능성이 강하게 의심되기는 하지만 단정짓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악성중피종은 석면과의 상호연관성이 매우 큰 질환이다. 석면에 의한 폐암의 경우 석면이 상존하는 관련 직업에 의해 상당히 노출돼야 하지만 흡연 등 다른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악성중피종은 흡연과도 무관하다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다.
악성중피종은 흉막?복막 등에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석면에 의한 발병이 80~90%에 달할 정도로 대표적 석면 질환 중 하나다. 김 교수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환자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해 내놓은 석면 노출력 자료에 따르면 전체 78명 가운데 사무직, 경찰, 교사, 농업 등 ‘기타’ 직업군이 32명(41%)으로 가장 많았다. 악성중피종 환자 열 명 가운데 네 명은 석면에 직접 노출되지 않은 일반인이었던 셈이다.
건물 해체, 보일러 시공, 뿜칠 등 건축ㆍ건설현장 종사자가 17명(21.8%)으로 뒤를 이었다. 석면 피해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될 만한 이들이지만 일반 직종의 절반 수준이었다. 다음으로 석면광산 인근 지역 거주자, 자가건축 시 석면 건축자재를 사용한 이, 재건축 인근지역 거주자 등 이른바 환경노출력을 지닌 이들이 13명(16.7%)으로 세 번째를 차지했다. 석면방직(6명), 브레이크 라이닝 교체 등 자동차 수리(5명), 조선소 용접(4명), 주물작업(1명)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환경노출력을 가진 이들(13명?16.7%)과 일반인(32명, 41%)이 도합 45명(57.7%)으로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었다. 이는 일상생활 속에 알게 모르게 침투한 석면의 위험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간 산업재해나 현장질병으로 알려진 바와 달리 질환에 이를 만한 석면 피해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서나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석면폐와 달리 악성중피종은 석면에 상대적으로 저농도로 단기간 노출된 것으로도 발생 사례가 보고되고 있어 더 폭넓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악성중피종 사망자 수는 2000년 21명에서 2006년엔 57명으로 6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석면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극미량이지만 공기 중은 물론 사람의 체내에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상에 널린 문명의 이기 대부분도 석면에 노출돼 있다. 지붕재ㆍ천장재ㆍ단열재ㆍ방음재ㆍ바닥재ㆍ건물외벽 등 건축자재부터 냉장고와 세탁기ㆍ헤어드라이어 등의 전자제품, 도료나 종이, 내화ㆍ보온재 등에까지 다양하다. 화장품ㆍ의약품 석면은 전주곡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임희윤 기자/imi@heraldm.com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