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푸드 따라 번지는 21C 신종 전염병 '비만'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 시행

2007년 2월에 어린이 먹을거리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어린이 먹을거리 안전종합대책'이 수립됐다. 이 일환으로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이 올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학교 구내매점과 학교 주변 200미터 구역은 식품안전보호구역 '그린푸드존'으로 지정돼 고열량 저영양 식품, 일명 정크푸드 판매가 제한된다. 햄버거, 피자, 컵라면, 튀김, 탄산음료 등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식 대부분이 해당한다. 식품·과자업계와 광고업계의 강한 로비로 어린이 기호식품을 3개 등급으로 분류해 판매하는 식품 신호등 제도와 어린이 주 시청 시간대인 오후 5~9시에 고열량 저영양 식품 광고를 할 수 없도록 하는 TV 광고 제한 정책은 무산됐다. 이에 여야의원이 유럽 선진국들이 정크푸드에 대한 광고제한을 강력히 하는 것을 모델로 삼아 2010년부터는 이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특별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어린이 비만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영양학자들은 정크푸드 및 탄산음료가 어린이 비만과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는 범인이라고 오랫동안 지적해왔다. 맥도날드와 코카콜라 등으로 상징되는 음식관련 다국적 기업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정크푸드가 보편화했고, 전 세계 어린이 건강은 위협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진단했다. 소아 및 청소년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동맥 경화 등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이 된다. 소아 비만의 40%, 청소년 비만의 7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국민 영양조사 결과는 비만과의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 성인은 3명 중 1명이 비만에 해당하고, 소아 및 청소년 비만은 10% 이상이다. 어릴 때부터 길든 음식 습관은 성인이 돼서도 바꾸기가 어렵다. 어린이 비만에 대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국민 건강 악화로 사회적 의료비용이 상승해 국민경제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어린이 및 청소년 건강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해결책은?

학교 길목에 그린푸드존이 지정돼 적극적으로 시행된다면 어린이들이 고열량 저영양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접근성을 약화시킴으로써 어린이 건강이 증진될 수 있다. 하지만 행정집행 능력에 의심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며 스쿨존이 지정돼 자동차들이 시속 30km 이내로 서행해야 하지만 실제로 단속되는 일은 거의 없다. 게임기 설치에 관한 구역이 설정돼 있고, 학교 환경 위생정화구역인 절대정화구역이 지정돼 있지만 유명무실한 정책이 되고 있다.

어린이 비만은 간식거리를 통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학교 급식에 나오는 튀김류나 저질의 음식 재료 등을 개선하고 통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2002년에 학교 급식에 국내산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한 지방자치단체의 급식 조례가 국내 농업에 특혜를 금지한 WTO 규정에 따라 불공정 거래로 제소될 수 있기 때문에 시행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있었다. 이에 각 지방자치단체는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우수, 혹은 친환경 농·축·수산물'로 바꾸면서 급식 조례를 새로 제정하려 한다. 값싸며 질이 떨어지는 수입산 대신에 질 좋은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하면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다.

고열량 저영양 식품인 인스턴트 식품을 먹을 수밖에 없는 사회 환경 구조를 바꾸는 것은 지극히 어려우면서도 해야 할 일이다. 부모가 밤늦게 맞벌이해야만 가족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가족은 자식들의 건강을 챙겨줄 수 있는 여유가 없다. 늦은 밤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해야만 하는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허기를 채우기 위해 정크푸드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 입시 위주의 교육 정책이 시행되는 한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체육 활동을 하는 것보다 앉아서 공부해야 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그렇다 보니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비만도가 갑자기 높아지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서구화와 함께 들어온 육식문화와 패스트푸드 음식문화는 친환경적이고 전통적인 음식 문화를 대체해버렸다. 빠른 것만을 추구하는 세상에 어울리는 음식으로 대부분 정크푸드가 선택된다. 석유를 기반으로 한 현대 사회는 석유 화학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이런 구조 속에서 만들어지는 의식주 문화는 환경 파괴가 자연스럽다. 그러다 보니 석유의존형 사회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새로운 질병이 생기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간다. 즉, 먹을거리 안전은 환경 보전을 실천하고 생태적 삶을 추구하는 운동과 함께 이뤄져야 실효성이 높아진다.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