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정크 푸드

“뭘 먹고 싶어?” “아무거나” 식당에서 흔히 보고 듣는 풍경의 하나다. 서구와 달리 미식가를 그리 좋게 보지 않는 우리 식문화 풍토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인체 센서가 둔감하거나 오작동하고 있을 확률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동양학적으로 풀어 말한다면 딱히 몸에 당기는 음식이 없다는 것은 오행(五行)에 불균형이 생겼다는 말도 된다. 임산부가 씀바귀나 신 김치를 못 먹는다면? 자신이 판단하기 전에 몸이 먼저 원하는 걸 먹어야 건강해진다. 단위를 넓게 잡으면 계절 과일이나 음식도 그렇다.

정크 푸드는 반대의 경우다. ‘고열량 저영양’만이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음식에 반강제적으로 맞춰야 하니 보통 고통이 아니다. 정크 푸드가 시간에 쫓길 때나 간단하게 먹고 싶을 때는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길게 보면 몸에 해롭다. 장기적으로 인체 사이클과 어긋나면 병이 생길 개연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몸을 이루는 장기, 근육, 뼈 등은 각기 고유 진동수를 지닌다. 음식이 그 진동수와 공명하면 최상이다. 오행법이나 사상의학 등은 거기에 충실해 음식과 약을 처방하려는 시도일 것이다.

보건당국은 햄버거, 라면, 피자, 과자, 탄산음료 등 정크 푸드를 피하라고 말한다. 학교와 주변 200m 이내에 판매하지 않도록 했을 정도다. 210m쯤에는 괜찮다는 얘기인지. 그 많은 가게를 효율적으로 단속할 능력은 있는가. 그나마 TV광고는 당분간 경제사정으로 그대로 한다니 앞뒤가 안 맞는다.

정말로 청소년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정크 푸드 생산을 줄여야 한다. 인공 색소 등은 아예 못 쓰도록 규제하고 슬로 푸드, 자연식 개발에 나서면 될 것이다. ‘기준치 이하는 해롭지 않다’는 논리는 오해를 유발할 소지가 많다.

아토피 피부 등 웬만한 병은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살면 치유의 효과가 높다고 한다. 자연의 순리에 맞게 살라는 천명(天命)일 것이다. 요즘에는 못 먹어서 병나는 게 아니라 너무 먹어서 탈 난다. 몸이 원하지도 않는 걸 마구 먹어서 병고에 시달린다. 과식, 잡식은 다 무지 탓이다. 게다가 당국의 처방도 정크 푸드식이다. 음식이 인간과 자연에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어릴 적부터 가르쳐 몸에 배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