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질환 앓아도 식이요법 천차만별
장질환 없는데 설사·변비·복통 있으면 과민성 장 증후군
대장에는 수많은 세균이 존재한다. 해를 끼치는 세균도 있지만 대부분 해독과 영양 공급 등으로 몸에 좋은 역할을 한다. 세균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균형을 이루면서 대장은 별 이상 없이 작동하는 셈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균형이 흐트러지면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문제가 염증성 장(腸)질환이다.
과거에는 세균이 염증을 일으킨다고 생각했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세균이 염증의 재발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밝혀진 바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염증의 재발 예방을 위해 대장 속 세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세균을 검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종류도 많은 데다 배양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분자생물학이 발달하면서 배양하지 않고도 세균을 검사하는 방법이 생겼다.
염증성 장질환은 곧잘 재발된다. 질환은 있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관해(寬解) 상태에서 특정 요인으로 인해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 요인을 심리적인 스트레스에서 찾는 시각이 있다. 신체와 정신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염증성 장질환뿐만 아니라 여러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 염증성 장질환의 재발 직전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많은 전문의는 스트레스가 재발의 원인인지 분명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대장은 음식물이 지나가는 장기여서 환자 입장에서는 음식으로 인한 발병 가능성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다. 그러나 예방이나 치료를 위한 뚜렷한 식사 지침은 없다. 같은 염증성 장질환 자일지라도 사람에 따라 식이요법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같은 질환이라도 증상에 따라 조심해야 할 음식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각 환자에 맞춘 식이요법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어떤 음식을 피하라고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염증성 장질환이 심할 경우에는 자극적이거나 섬유소가 많은 음식보다는 부드러운 음식이 속을 편하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염증성 장질환 중에서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염증이 생기는 만성 질환이다. 염증이 여기저기 있는 것이 아니라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거의 모든 환자의 직장에 염증이 있으며 이들 중 절반에는 직장부터 S상 결장까지 염증이 있다.
장질환 심하면 부드러운 음식을
발병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유전적 요인이 있는 사람이 특별한 환경에 노출되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심리적인 스트레스나 음식에 의해서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대변이 점차 묽어지고 피가 섞여 나온다. 간헐적으로 복통이 생기고 대변이 마려운 느낌이 자주 생긴다. 대변을 본 후에도 본 것 같지 않은 느낌도 든다. 서서히 설사가 잦아지기도 한다.
대장에만 염증이 발생하는 궤양성 대장염과 달리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에 이르기까지 소화관 전체에 염증이 나타날 수 있다. 염증도 한곳에 모여 있지 않고 여러 곳에 떨어져 있다. 염증의 3분의 1은 소장에, 3분의 1은 대장에, 나머지 3분의 1은 대장과 소장 양쪽에 생긴다. 그중에서도 소장의 끝과 대장이 만나는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궤양성 대장염의 경우 염증이 장의 점막층에 생기지만 크론병은 점막층부터 장막층까지 전 층에 침범하는 것이 특징이다. 흔한 초기 증상은 복통과 설사이다. 통증은 배꼽 주위 또는 오른쪽 아랫배에 잘 생긴다. 식후에 더 심하다. 열이 나거나 식욕이 없어지는 증상도 흔하며 관절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항문 주위의 통증은 농양(고름집), 누공(직장과 항문 주위에 구멍이 뚫리는 것), 열상(항문 주위가 찢어지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베체트병 환자의 3~5%는 소장 또는 대장에 이상이 생기는데 특히 소장과 대장이 연결되는 부위에서 흔하게 염증이 발생한다. 오른쪽 아랫배 통증이 일반적인 증상이다. 특히 장벽이 부어올라 좁아진 협착이 있는 경우에는 대장이 움직일 때마다 간헐적으로 통증이 생긴다.
궤양성 대장염, 대장암, 크론병 같은 특별한 장질환이 없는데도 설사, 변비,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때에는 과민성 장 증후군(irritable colon syndrome)을 의심해볼 수 있다. 사실 국민의 10%에서 이런 증후군이 나타날 만큼 흔하다. 병원에서 장운동을 검사하면 원인이 한 가지로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복합적이어서 증후군이라는 진단명을 쓰고 있다.
일반적인 증상은 아랫배가 아프고 배변 습관이 바뀌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증상은 대변을 보고 나면 대부분 사라진다. 점액질의 대변, 복부 팽만이나 잦은 트림, 방귀, 전신 피로, 두통, 불면, 어깨 결림 등의 증상도 나타나지만 이런 증상이 몇 개월에서 몇 년씩 계속되어도 몸 상태에 이상은 없다.
이로 인해 간혹 다른 질병을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증상이 있을 경우 과민성 장 증후군인지 혹은 다른 병에 의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십이지장궤양이나 담석증과 같은 병을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오진했다가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인 원인으로 장의 운동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지는 것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 식사 후 규칙적으로 배변하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며, 산책이나 체조 등 적당한 운동도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