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불청객 춘곤증 물리치려면…점심식사 후 5∼10분 낮잠 도움
오래 자면 밤에 잠 안 와 악순환

“왜 이렇게 피곤하고 졸립지.”

완연한 봄철이 되면서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자꾸 하품이 나고 목덜미가 무겁게 느껴져 몸이 쉽게 피곤하고 기운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식욕이 떨어지며 졸음이 쏟아지고 때에 따라서는 말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생활 리듬이 깨져 업무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전형적인 봄의 불청객 ‘춘곤증’이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는 “일시적인 계절성 피로증상인 만큼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있는 식사, 적극적으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노력 등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떨쳐 버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누구나 경험하는 춘곤증의 증상과 예방법을 살펴봤다.

◆질병이 아니라 생리적 피로감이다=춘곤증은 인체의 신진대사와 생리가 낮이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가는 봄의 계절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나타나는 증상이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봄이 되면 자연히 활동량이 늘어난다. 이렇게 늘어난 활동량 때문에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필요량이 증가하고 그중에서도 비타민 소모량은 겨울보다 3∼10배 증가한다. 겨우내 이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생기는 영양상의 불균형이 춘곤증으로 나타난다.

입맛이 없다고 식사를 거르거나 인스턴트식품으로 대신하면 비타민 C나 대뇌 중추를 자극하는 티아민(비타민 B1) 등이 결핍돼 춘곤증이 악화한다. 이와 함께 봄이 되면서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며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겨우내 긴장됐던 근육이 이완되고 자는 시간이 짧아지는 것도 한 원인이 된다. 특히 봄철은 취업, 입학, 직장의 인사이동 등 변화가 많아 일의 양이나 내용, 휴식시간 등이 바뀌는 때이므로 적응을 위한 신체적인 혹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몸이 피곤해지고 나른한 기분이 들게 마련이다. 나른함, 피로감, 졸음, 식욕부진, 소화불량, 현기증 등이 주요 증상이다. 의욕이 떨어지고 항상 피곤함을 느낀다. 시도 때도 없이 졸리고 업무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며 크고 작은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이 중요하다=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을 규칙적으로 하고 퇴근 후 과음으로 생체리듬을 깨는 일은 피하도록 한다. 스트레스를 피하고, 조급한 마음보다 여유를 갖는다. 가능한 한 생활의 리듬을 지키며 잠 잘 시간에 충분히 자고, 활동하는 시간에는 열심히 일하는 절제의 생활이 필요하다.

적절한 수면도 빼놓을 수 없다. 밤의 길이가 짧아졌지만 활동시간대가 증가한 것에 아직 신체가 적응하지 못하므로 저녁 늦은 시간까지 활동하는 것보다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하루 중 인체의 체온이 낮고 호르몬 분비량이 적은 낮 12시 전후에 졸음이 많이 오고 식후 식곤증이 심하게 나타나므로 가능하다면 점심식사 이후 5∼10분의 짧은 수면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긴 낮잠은 바람직하지 않다. 20분 이상 자면 몸의 리듬이 다시 수면 리듬으로 가기에 각성 기간으로 적응하는 데 필요 없는 에너지가 낭비되기 때문이다. 또, 낮잠을 길게 자면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다음날 더 피곤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

운동은 필수다. 과격한 운동이나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보다는 약간 땀이 날 정도의 가벼운 전신운동을 한 뒤 샤워를 한다. 운동의 종류로는 몸을 수축 이완해줄 수 있는 맨손체조와 스트레칭, 식사 이후의 산책 등이 좋다.

업무를 할 때는 열심히 하지만 휴식을 취할 때는 확실히 쉬는 게 필요하다. 약간의 음주는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과음과 흡연은 오히려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리므로 피해야 한다. 하루 일과를 오전에는 창의적인 일을, 오후에는 사람을 만나는 등의 적극적인 일을 계획적으로 수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춘곤증 해소를 위해서는 봄나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대표적 봄나물로는 달래와 냉이, 쑥, 두릅 등이 있다. 냉이는 야채 중 비교적 단백질의 함량이 높으며 칼슘과 인, 철분과 비타민 A가 다량 함유돼 있다. 상큼한 맛이 일품인 달래와 두릅은 각종 비타민이 고루 들어 있으며, 특히 비타민 C가 풍부해 겨우내 움츠렸던 신체가 잘 움직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쑥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으며, 비타민 A, C가 풍부해 식용과 약용으로 두루 쓰인다.

◆피로감이 오래 계속되면 질병을 의심해야 한다=춘곤증은 병이 아니지만 충분한 휴식에도 피로감이 수주간 지속한다면 다른 질병일 수 있는 만큼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뇨나 갑상선 질환에 의한 피로일 가능성이 있고 수면장애나 만성피로가 원인일 수 있다. 특히 스스로 수면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낮에 심하게 졸린다는 것은 밤에 충분히 자지 못했다는 증거인 셈이다. 적당한 수면시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성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8∼9시간. 낮에 지내는 데 지장이 없으면 5∼6시간도 괜찮다.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신철 교수는 “문제는 수면의 양이 아니라 질인 만큼 아무리 오래 잤어도 깊은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낮에 졸리게 마련인데 이 경우 숙면을 방해하는 질환이 없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가장 흔한 경우로는 코골이가 있고 코골이와 병행해 코를 골다 숨을 길게 멈추는 ‘수면무호흡증’, 자면서 발목, 무릎 등을 자꾸 움찔거리는 탓에 충분한 잠을 못 이루는 ‘주기적 사지운동증’이 있다. ‘주기적 사지운동증’은 본인은 물론, 옆에서 자는 사람도 잘 모르는데 40대부터 많이 생기며 65세 이상 노인의 25% 이상이 이 질환으로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므로 수면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