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이기는 습관의 힘

[쿠키 건강칼럼] ‘뚱보나라 키다리나라’라는 소설을 기억하시는지…. 초등학교 시절 매우 낯설게 읽었던 이 책은 한 사람은 뚱뚱하고 다른 사람은 매우 마른 두 형제가 체형에 따라 분류돼 헤어진 채 각각 다른 기차를 타고 뚱보나라와 키다리나라로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의 소설이었다.

작가인 ‘앙드레 모로와’는 당시의 프랑스 사회를 비유적으로 비평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지만 어린 시절 나에게는 그것이 매우 낯선 상상으로 다가왔다. 내 주변에는 중간 키에 날씬하거나 약간 통통한 사람들밖에 없었기 때문에(당시의 한국 사회가 다 그렇듯이) ‘우리 가족은 그런 기차역에 가면 뚱보도 키다리도 아니어서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할 수 없겠구나’라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곤 했다.

◇먹는 칼로리에 비례하지 않는 몸무게

한 집안에서 같은 부모를 두고 비슷한 음식을 비슷한 양으로 먹고 자라난 형제도 체형이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음미해 보자. 지난 글에서 하루 200칼로리씩 필요량보다 더 많이 먹으면 1주일에 지방 200g씩 늘 수 있다고 계산적으로 얘기했지만 사실 그런 일은 잘 발생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동일한 양만큼 과식을 한다 해도 체중이 증가하는 정도는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무엇이 체중의 증가를 결정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연구자들은 70%가 유전으로 결정된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초과한 에너지를 근육 또는 지방, 어떤 쪽으로 저장하느냐에 따라 몸무게의 변화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편안하게 느끼는 체중범위가 있는데(대략 현재 체중의 4.5~9kg 사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마치 숨을 참을 수 없는 것처럼 허기를 참을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영양 결핍으로 체중 감량을 하고 난 후에는 신경증에 걸린 사람처럼 많이 먹는 것에 집착하게 되고 설상가상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 줄어든 기초 대사량 때문에 먹는 모든 것은 지방으로 저장된다(20세기에 이런 연구들은 수만 명을 대상으로 1000번도 넘게 되풀이 됐으니, 나는 예외적으로 참을 수 있다고 오기를 부리지 말자).

이런 사실에 비추어 생각하면 많은 양의 체중 감량을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고도 비만환자(아시아인 체질량지수 BMI 30 이상)들은 혼자만의 의지로는 이 체중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슬픈 결론에 이르게 된다.

◇체지방량과 근육량의 조화

이런 연구 결과들을 희망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자신의 체중범위인 4.5~9kg 정도만 변화해도 원하는 체형과 건강을 챙길 수 있다. 현재 몸무게에서 체지방을 5kg 줄이면 허리둘레는 5cm쯤 날씬해질 수 있고(운동 프로그램을 잘 따라오는 비만센터 수진자들은 1~2kg을 감량할 때마다 허리둘레 1cm가 줄어 필자도 감탄하곤 한다) 일부는 복부비만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일부는 질병 또는 약으로부터 한결 자유로워 질 수 있다.

더 훌륭한 이들은 체지방을 10kg 줄이고 대신 근육량을 5kg 증가시킴으로써 원하던 몸매와 건강도 얻고 요요현상도 피해간다. 늘어난 근육량이 기초대사량을 상승시켜 다이어트가 끝나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로 변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희망은 건강한 방법으로 체중을 감량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루에 100칼로리만 적게 섭취해도 1년에 4.5kg 감량이 가능하다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좋은 음식, 좋은 영양소는 충분히 섭취하면서 섭취 열량만 감소시켜야 한다.

한국인의 하루 섭취량은 평균 여자 1800칼로리, 남자 2300칼로리로 대다수는 음식 섭취를 1/20~1/10만 줄여도 충분하며 대부분 단순당이 많은 단 음식이나 나쁜 간식만 끊어도 열량제한 목표에 쉽게 도달한다.

또 한가지 먹은 음식을 몸에서 근육으로 바꾸는 데는 지방으로 저장하는 것보다 아홉 배나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즉 근육운동을 함으로써 이미 초과해 흡수된 열량을 근육을 만드는데 소모되도록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지혜를 갖자. 특히 계획보다 많이 먹게 된 그 순간, 구원은 운동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글_인하대병원 비만센터 이연지 교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국민일보-쿠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