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리뷰] 저지방 식단을 짜라밥상 서구화로 생활환경 바뀌어

지난 30년간 섭취량 두배나 늘어
트랜스 지방이든 포화 지방이든
총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윤지현 서울대 교수·식품영양학

문 1: “지난 30년간 한국인의 섭취량이 가장 크게 증가한 영양소는.”

1. 단백질 2. 지방 3. 탄수화물 4. 비타민

답 1:지방입니다.

문 2:“그렇다면, 비만, 암, 동맥경화 등의 발생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영양소는.”

1. 단백질 2. 지방 3. 탄수화물 4. 비타민

답 2:역시 지방입니다.

유난히도 빵을 좋아하는 남편은 아침마다 동네 인근 빵집에서 방금 나온 패스트리 빵을 사먹는 것을 큰 낙으로 삼고 있다. 문제는, 그런 남편이 ‘트랜스 지방 제로’라는 동네 빵집의 선전문구에만 혹해 자신이 먹고 있는 빵이 건강에 무척이나 도움이 되는 식품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필자가 보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지방이 들어 있어 ‘되도록 적게 먹었으면’ 하고 바라는 빵이 정작 패스트리인데. 하지만 남편은 트랜스 지방이 제로니 몸에도 그다지 나쁠 것이 없으려니 하고 막연히 생각하는 듯하다.

트랜스 지방이 화두다. 어느 날인가부터 여기저기서 트랜스 지방이 단골로 언급되더니 이제는 완전히 ‘공공의 적’이 돼 버렸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건강을 위해 되도록 트랜스 지방을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근거 있는 말이다. 하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국민의 식생활에서 트랜스 지방이니 포화지방이니 하는 지방의 ‘종류’에 앞서 절대적인 총 지방의 ‘양’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 수치로 볼 때, 지난 30여년간 한국인의 영양소 섭취 가운데 가장 크게 증가한 것이 지방이다. 이에 따라 1970년대에는 하루 평균 20g에 못 미치던 지방 섭취량이 이제는 두 배 이상 증가해 2000년대 들어서는 40g을 넘어섰다. 이는 기술 발전과 경제성장에 따라 살림살이가 넉넉해진 가운데 서구의 육식문화 유입으로 생활환경이 변화하면서 육류와 유제품의 섭취가 증가한 것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지방 섭취 수준은 비만과 성인병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서구 국가에 비하면 낮은 수준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아직까지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반문할 이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섭취량이 한국인 전체의 평균 수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이든 노년계층은 여전히 건강 또는 경제력 등의 이유로 지방을 많이 섭취하지 않거나 섭취하지 못하는 반면에 어린이나 청소년, 장년층은 상당수가 이미 과다한 수준의 지방을 섭취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30년간 두 배에 달하도록 늘어난 지방 섭취 증가세는 밥상의 서구화와 함께 별반 바뀔 희망이 보이지 않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한 상황이다.

물론 같은 지방을 먹더라도 마가린이나 쇼트닝에 많은 트랜스 지방이나 버터, 돼지고기 같은 동물성 식품에 많은 포화지방을 피하고 식물성 기름에 풍부한 불포화지방을 먹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 하지만 몸에 섭취되는 지방의 전체적인 양은 생각하지 않고 트랜스 지방이 들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를 위안하며 지방이 넘쳐나는 빵을 매일 집어 드는 남편의 행위는 나무만을 보고 숲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지방을 줄일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대형 마트의 식품 코너 앞에서 식물성 마가린, 동물성 버터 가운데 어느 것을 고를까 고민하기보다 아침, 점심, 저녁 밥상과 간식에서 지방 양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식습관의 개선이다. 다시 말해 트랜스 지방이냐, 포화지방이냐를 따지기에 앞서 지방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어린이의 밥상을 차리는 부모와 영양사, 급식업계 담당자는 모두 이러한 사실을 유념해 식단을 짜고 지방을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은 현 시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한 경고인 셈이다.

윤지현 서울대 교수·식품영양학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