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건강] 유전성 대사질환, 이젠 불치병 아니에요

아기오줌서 고린내 나면 의심, 원인 밝혀질때까진 수유 중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길 많아


"누구나 치명적인 열성 유전자를 7~8개 갖고 있기 때문에 부모 유전자가 상호작용을 일으켜 자녀에게서 유전성 대사질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결코 한쪽 부모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일이죠. 자녀에게 유전성 대사질환이 발견되면 모든 부모가 죄책감과 동시에 좌절감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이 병은 유전병 중에서도 치료가 가장 발달돼 있기 때문에 결코 포기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유한욱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병원 병원장)

유전성 대사질환은 유전병 가운데 10%를 차지하는 병이다. 어느 효소에 이상이 생기면 그 효소에 의해서 대사돼야 할 물질이 그대로 신체에 축적되는데 이때 그 축적물 속에 독성에 있어 신체에 기능장애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뇌에 장애가 일어나기 쉬우며 이로 인한 지능장애, 신경학적 장애, 일부에서는 간이나 신장 장애까지 동반할 수 있다.

유전성 대사질환으로 진단이 내려지면 발생하는 질환에 따라 평생 식이요법이나 호르몬요법으로 관리해야 한다. 물론 일부에서는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당장에 생명을 앗아가는 난치병이나 불치병으로 여겨선 안 된다. 임상과 기초생명공학 분야가 발전하면서 유전질환 정복 가능성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성 대사질환자 중 85%는 청소년기 이전 영유아 시기에 이 병에 걸린다. 태어났을 땐 정상이지만 수유한 지 2~3일이 지났을 때부터 아무런 원인 없이 △기면상태 △수유 거부 △구토 △경련 등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증상이 악화돼 심한 구토를 하거나 오줌에서 달콤한 메이플시럽향이나 고린내가 나면 유전성 대사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유전성 대사질환이 의심되는 증상이나 징후를 보이면 산전병력, 출생력, 가족력, 발달력 등을 조사하게 된다. 혈액검사나 소변검사가 가장 기본적이다. 현재 신생아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탠덤매스 분석`을 이용하면 40여 가지 질환을 조기에 선별 진단할 수 있다. 단 비보험이기 때문에 부모들이 선택사항으로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비용은 3만~4만원이다.

이보다 질병의 폭은 좁지만 국가가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검사가 있다. `신생아 선천성 대사질환 스크리닝`이다. △선천성 갑상선기능 저하증 △선천성 부신증식증 △페닐케토뇨증 △갈락토즈혈증 △호모시스틴뇨증 △단풍당뇨증 같은 6개 유전성 대사질환 발병 여부를 알 수 있다.

유전성 대사질환이 의심되면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수유를 금지해야 한다. 엄마 젖에 포함돼 있는 영양소 중에서 어떤 것이 대사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10% 포도당 용액과 지방을 투여해 충분한 열량을 공급해야 한다. 복합 수용성 비타민을 대량으로 투여하고 동반된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항균제도 투여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 같은 적극적인 치료를 적용하기도 한다.

유전성 대사질환에는 완치 개념이 없다. 단 조기에 진단하면 치료 가능한 질환이 많다.

최근에는 부족한 효소를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제조해 투여하거나 장기이식을 시행하기도 하며 유전자 치료, 세포 치료 등이 연구되고 있다. 유전성 대사질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을 때는 태아가 환자인지 아닌지를 출생 전에 진단하는 산전진단법이 있다. 산전진단은 태아의 부모가 미래 태아 상태를 파악함으로써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정보는 임신중절과 동의어가 아니다. 즉 태아의 부모가 자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수단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갖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산전진단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임신 9~11주 사이에 융모막 세포 생검 △임신 14~16주일 때 양수 채취로 진단하는 방법이 있다. 산전진단이 가능한 질환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방법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아지는 추세다.

■ 도움말 = 유한욱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병원 병원장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