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가 건강을 위협한다
#1 광주에 사는 김차규(62세)씨는 알레르기성 천식환자다. 황사철 바깥출입을 자제하는 김씨는 황사주의보가 내렸던 지난달 20일, 부득이한 일로 외출을 했다. 그날 밤 김씨는 평소보다 심한 기침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날이 밝자마자 병원을 찾았다.
#2 서울 마포구에 사는 박진만(40세)는 따뜻한 봄이 두렵다. 박씨는 평소 비염을 앓고 있는데 황사철이 되면 재채기와 코막힘이 심해진다. 박씨는 외출 후 실내에 들어와도 증상이 지속돼 회의에서 곤란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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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황사는 예년보다 빠른 2월에 발생했다. 황사가 오면 중금속 농도가 높아지고 대기 중 미세먼지는 10배에서 최대 40배까지 증가한다.
황사 속 미세먼지는 폐까지 침투하는 10마이크로미터(㎛)이하의 먼지(PM10)가 인체에 악영향을 끼친다. 환경부가 정한 PM10 기준은 연간 평균치를 기준으로 70㎍/㎥, 24시간 기준으로 150㎍/㎥이다. PM10의 하루 평균치가 150㎍/㎥를 초과하면 인체에 좋지 않다. 황사먼지는 3-10㎛ 먼지가 가장 많고, 황사 발생시 PM10 농도는 경우에 따라 1,000㎍/㎥를 넘기도 한다.
황사발생 빈도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관련 질환자도 급증한다.
◇ 천식 등 호흡기 질환자 위험
신체부위 중에서 황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호흡기다. 특히 기관지가 약한 천식환자나 폐결핵 환자 등 호흡기 질환자와 어린이, 노약자는 황사에 노출되면 증상이 악화된다. 재채기와 맑은 콧물, 코막힘 등의 증상을 보이는 알레르기성 비염환자도 마찬가지다.
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발표한 <2002~2007년 황사관련 봄철 다발생 질환 건강보험 의료기관 이용자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황사가 발생하는 3~5월에 천식환자가 증가 추세를 보였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취학 전 어린이와 70대 이상 노인층에게서 황사로 인한 천식이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환경과학원과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과 홍윤철 교수팀이 지난해 발표한 <1999∼2003년 서울 부산 등 7대 도시의 입원자료 분석 결과>에서도 황사가 발생하면 천식으로 인한 입원 환자 수가 평소보다 최대 6.4%까지 증가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천식으로 인한 입원 건수는 ‘황사 발생일∼1일 후’가 황사 발생 일주일 전보다 46.4% 높았다. 지역별로 대전은 황사 발생 당일의 입원 건수가 발생 일주일 전보다 17.1% 많았다. 서울과 부산도 각각 8.4%, 7.6% 가량 입원 건수가 늘었다.
권오정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황사 먼지가 폐로 들어가면 보통사람도 기도 점막을 자극해 호흡 곤란과 목의 통증을 느낄 수 있고, 기관지가 약한 천식환자는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천식은 갑자기 기침을 심하게 연속적으로 하고, 숨이 차고 호흡할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며, 밤늦게 혹은 새벽에 발작적인 기침이 난다”며 “황사가 심할 때는 실내에 머물고 공기청정기를 틀어 공기를 정화시키고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높여야한다”고 말했다.
코막힘이 심해 입으로 숨쉬는 알레르기성 비염환자들은 황사 마스크를 쓰지 못해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소순필 코편한한의원 원장은 “황사를 100% 차단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알레르기 비염환자들은 생리식염수로 매일 코를 세척하고 집안을 깨끗이 하는 등 철저한 생활관리가 필요하다”며 “특히 호흡기가 미성숙한 어린이는 야외활동을 삼가고 외출 후 반드시 양치질과 샤워를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 노년층은 뇌졸중도 조심해야
환경부는 지난해 발표한 통합대기환경지수를 통해 “서울권 대기오염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황사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뇌졸중 등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는 여러차례 보고된 바 있다.
<1999∼2003년 서울 부산 등 7대 도시의 입원자료>에 따르면, 황사 기간 중 뇌졸중의 평균 입원건수는 황사 발생 3일 후가 발생 전보다 3.7% 높았다.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과 홍윤철 교수팀이 2006년 실시한 <대기오염과 노령인구의 건강> 연구에서도 미세먼지 농도가 40㎛(마이크로미터) 올라가면, 천식이나 뇌졸중에 걸릴 위험도가 평균 1.7~1.9%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 65세 이상 노년층은 천식이나 뇌졸중에 걸릴 가능성이 65세 미만보다 최고 47배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병하 광동한방병원 원장은 “아침, 저녁으로 기온차가 큰 계절에는 뇌ㆍ심혈관질환이 자주 발생한다”며 “특히 대기오염은 뇌혈관질환, 고혈압 환자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므로 공기오염이 심한 날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문 원장은 “대기오염이 심해지면 혈액순환에 장애가 올 수 있는데, 황사먼지 속의 납과 카드뮴 등 유해중금속은 마스크를 써도 혈액이나 뼈세포에 침투해 축적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아울러 “일교차가 크고 대기오염이 심할 때는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의 가족력이 있거나 뇌혈관 이상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 40세 이상의 뇌혈관계 질환자는 각별히 주의해야한다”고 덧붙였다.
◇ 아이들 눈 비비면 안되요
황사기간에는 먼지와 각종 금속성 성분, 봄철의 건조한 공기로 인해 알레르기성 결막염과, 안구 건조증 등 안구질환도 많이 발생한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발표한 <2007년 황사관련 질환 감시체계 운영결과>에 따르면, 소아들은 황사 기간 중 알레르기성 결막염과 안구이물감을 비롯한 콘택즈렌즈 사용 시 불편감 등 안과질환에 많이 걸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의상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가렵고 눈물이 많이 나는 것 외에 충혈되고 눈에 뭔가 들어간 것 같은 이물감을 느끼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눈을 비비면 끈끈한 분비물이 나오며, 증세가 심해지면 흰자위가 부풀어오기도 한다. 특히 어린이들은 씻지 않은 손으로 눈을 비비는 경우가 많아 2차 감염의 위험이 높다.
정 교수는 “황사철에는 보호안경을 끼고 귀가 후에는 미지근한 물로 눈과 콧속을 깨끗이 하되 소금물은 피해야 한다”며 “결막염 초기 증세가 의심되면 깨끗한 찬물에 눈을 대고 깜빡거리거나 얼음찜질을 하면 증상이 완화된다”고 말했다. 또 “함부로 자가 진단해 안약을 장기간 사용하면 녹내장과 백내장 등 더 큰 병을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황사기간, 피부도 괴롭다
피부도 황사와 꽃가루, 먼지로 인해 가려움증과 따가움, 발진이 생길 수 있다. 황사기간 피부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안이다.
안강모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얼굴에 남아있는 먼지 등이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키므로 미지근한 물과 저자극성 클렌징폼으로 씻고, 살균 효과가 있는 식염수로 불순물을 닦아내면 뾰루지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사기간에 밖에 나갈 때에는 마스크와 모자 등으로 노출 부분을 최소화해야한다. 황사먼지가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자외선차단제와 수분크림도 충분히 바르는 것이 좋다.
문득곤 이로미스 피부과 원장은 “황사철 피부질환은 자극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므로 화장품을 바꾸거나 스크럽제를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야한다”고 전했다.
황사는 두피에도 좋지 않다. 황사먼지가 두피의 모공 사이에 끼면 두피의 호흡을 방해하고 모낭세포를 파괴해 각질과 탈모를 유발한다. 봄철의 일교차와 건조한 날씨도 탈모에 영향을 미친다.
윤동호 휴그린한의원 원장은 “모낭세포가 파괴되면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아 영구적인 탈모가 될 수 있어 예방이 중요하다”며 “외출 시 오염물질을 달라붙게 하는 헤어왁스 등은 피하고 집에 돌아온 후 반드시 머리를 꼼꼼히 감아야한다”고 조언했다.
* 황사철에 왜 ‘삼겹살’을 먹을까?
황사철에는 삼겹살 판매량이 급증한다. 황사 먼지와 중금속 배출에 삼겹살이 최고라는 속설 때문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황사주의보가 내린 지난달 21~22일, 삼겹살의 판매량이 30톤 이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늘었다.
그렇다면 황사에 삼겹살은 왜 좋은 것일까?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달 20일 황사주의보 발효시각 동안 대기 속 중금속을 측정한 결과, 납 0.0322(0.0509)㎍/㎥, 카드뮴 0.0008(0.0016)㎍/㎥, 구리0.1251(0.1708)㎍/㎥, 니켈 0.0087(0.0023)㎍/㎥, 망간0.1522(0.0444)㎍/㎥, 철 3.5698(0.9250)㎍/㎥이 검출됐다.
삽겸살은 납과 카드뮴 등 유해 중금속을 배출하는데 효과가 있다. 지난해 식품연구원이 치과 기공소와 엔진부품 공장 등 중금속에 노출된 공장 근로자 58명에게 매주 2~3회씩 6주간 돼지고기를 먹게 했더니 납과 카드뮴이 각각 2%, 9% 감소했다.
하지만 삼겹살의 효과를 믿고 너무 많이 먹는 것이 좋지 않다. 삼겹살의 40%는 지방으로 1인분만 먹어도 하루 지방권장량(42~52g)의 두 배 가량인 80g을 섭취하게 된다. 이는 곧 비만과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윤동호 휴그린 한의원 원장은 “항산화제와 섬유소가 풍부한 미나리와 냉이, 쑥 등이 황사철에 좋은 식품”이며 “중금속 배출과 활성산소 제거에 탁월한 미역과 해독 작용을 하는 마늘, 체내 중금속 함량을 줄이는 칡이 좋다"고 말했다.
황사철에는 따뜻한 차도 도움이 된다. 녹차는 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과 중금속 등을 배출하고 흡수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사포닌이 많이 함유된 도라지차는 기관지의 분비기능을 높이고 황사먼지로 목이 아플 때 좋다. 모과차도 목에 진액을 돌게 해 기관지를 부드럽고 편안하게 해준다.
감초차는 황사로 과민해진 폐의 기운을 돋우고 유독 물질을 제거해주는 효과가 있다. 또 황사 먼지로 인한 알레르기에는 항알레르기 효능이 높고 면역력을 강화해주는 영지대추차가 좋다.
[데이터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