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 내려앉는 계절 … 아침식사는 꼭!
춘곤증
따스한 봄으로 계절이 바뀌어가면 몸이 찌뿌듯해진다. 졸립고, 입맛이 떨어지는가 하면 정신집중이 되지 않고 이유 없이 피곤하기만 해서 매사에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커피를 하루에 몇 잔씩 마셔도 졸음이 쏟아진다. 특히 점심식사를 마친 오후에 심각하다.
이처럼 봄철을 맞아 몸이 노곤한 상태를 흔히 춘곤증이라고 하는데 의학적 용어로는 ‘계절성 피로감’이라고 한다.
가장 흔한 증상은 식사 후 참을 수 없는 졸음이 쏟아지는 식곤증이며 나른한 피로감과 식욕부진, 소화불량, 현기증 등도 들 수 있다. 직장인이나 학생의 경우 집중력이 떨어지고 일이나 학업능률도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운동량이 부족하고 피로가 누적되어 있을수록 춘곤증을 많이 느끼는데, 개인별로는 아침잠이 많거나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 남보다 외부환경에 적응하는데 느린 사람들이 봄을 호되게 치르는 경우가 많다.
◇급격한 계절변화에 생체리듬이 중심을 잃어
겨울에서 봄으로의 변화는 다른 계절 변화와는 달리 급격한 편이다.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피부온도가 오르고 겨우내 긴장됐던 근육이 이완되는가 하면 일부 호르몬 분비 패턴이 바뀌기도 한다.
겨우내 줄어들어 있던 모세혈관이 다시 확장되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에너지 공급과 소비가 늘어나게 된다.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면 그만큼 피로가 쌓이게 된다. 영양소가 부족한 경우에도 춘곤증과 같은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신체도 깨어나게 되는 봄에는 겨울에 비해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필요량이 증가하고 그 중에서도 비타민 소모량은 겨울보다 3-10배 증가한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미처 대응하지 못하는 식생활이 피로감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특히 점심식사를 끝내고 나면 소화기관으로 혈액이 몰려 뇌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들게 되고 따라서 뇌에 공급되는 산소량도 줄어들게 되면서 더 졸음이 오게 된다.
입학이나 새 학기 또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기이니만큼 개인의 신상변화에 따른 심리적 부담감, 스트레스의 축적이 춘곤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춘곤증 이겨내는 방법
▲가벼운 운동
춘곤증을 빨리 이겨내기 위해서는 우선 겨울동안 경직되어 있던 근육을 풀어주기 위한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 아침 기상 시 그리고 하루 동안에도 2-3시간마다 온 몸의 긴장된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은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피로를 가중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규칙적인 생활리듬
규칙적인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참을 수 없이 졸음이 쏟아질 때는 30분 이내로 낮잠을 자는 것도 좋다. 그러나 평소 무리하지 않는 생활 습관을 갖고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을 규칙적으로 하되, 늦게 자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 충분한 양의 수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좋은 수면을 위해서는 흡연, 음주, 지나치게 긴 낮잠, 카페인 음료, 취침 전 운동이나 컴퓨터 게임, 늦은 시간까지의 TV 시청 등 숙면 방해요인들을 피해야 한다.
▲아침식사는 꼭
아침을 거르면 점심을 많이 먹게 돼 식곤증까지 겹쳐 춘곤증은 더 심해진다. 또 봄철에는 신진대사 기능이 왕성해지면서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비타민 요구량이 겨울보다 증가한다.
이를 보충해 주기 위해서 아침은 생선, 두부, 채소 등 단백질과 비타민이 포함된 것이 좋고 점심은 가능한 한 과식을 하지 않아야 한다. 저녁은 쌀밥보다는 비타민 B가 풍부한 현미나 보리, 콩, 팥을 넣은 잡곡밥과 비타민 C가 풍부하고 입맛을 돋우는데 좋은 냉이, 달래 등의 봄나물과 봄철 채소 등으로 식단을 꾸미는 것이 좋다.
특히 지방이 많거나 단 음식보다 침 분비를 촉진하는 신 맛의 양념이나 드레싱을 이용한 채소를 이용한 음식이 좋고, 자판기 커피나 담배, 청량음료 등은 피한다. 술자리나 회식자리는 가능한 피하고, 늦게까지 술을 마시거나 먹지 않도록 한다.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최희정 교수는 “단백질은 졸음을 쫓고 당분은 졸음을 부르는 특성을 이용해 낮에는 생선이나 육류를 위주로, 밤에는 당질이 풍부한 곡류나 과일, 야채, 해조류 등을 섭취하는 것도 춘곤증을 이겨내는 식생활의 지혜”라고 조언한다.
◇피로감 지속되면, 다른 병일 수도
춘곤증 자체는 결코 병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봄철에 느끼는 피로가 모두 춘곤증 때문만은 아니라는데 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춘곤증은 1-3주가 지나면 없어지는 것이 정상인데, 만약 충분한 휴식에도 불구하고 피로감이 지속된다면 다른 질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피로감은 춘곤증의 가장 일반적인 증상이지만, 동시에 너무나 많은 질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기도 하다. 예로 빈혈, 간염, 결핵, 당뇨병, 고혈압, 지방간, 갑상선 질환 등의 기질적 이상이나 불안, 우울증 등 정신적 원인에 의한 피로 등이 있다. 이러한 질병들은 대부분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는 다양한 증상들이 동반되어 쉽게 진단할 수 있지만, 질병의 초기에는 단순히 피로감을 느끼는 것만으로 나타날 수 있다.
봄철에 느끼는 피로감을 춘곤증으로 치부하고 가볍게 넘겨 버리면 잠복해있는 질병의 초기 신호를 놓쳐 병이 깊어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피로감이 한 달 이상 지속되고 피로감과 함께 다른 증상이 나타날 때는 반드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최 교수는 “신체적으로 큰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낮에 졸음이 장기간 지속될 때는 수면장애나 만성피로일 수도 있고, 늘 피로한데다가 식욕이 좋아 많이 먹는데도 오히려 체중이 빠지고 있다면 당뇨병이나 갑상선질환일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젊은 여성의 경우에는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 빈혈과 같은 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럴 경우 소변·혈액 검사와 X선·복부초음파 촬영 등을 통해 피로의 원인 질환을 밝혀내야 더 큰 병을 막을 수 있다.
<김정규 기자> <도움말 을지대가정의학과 최희정 교수>
[대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