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하는 봄, 내 몸은 피로증후군? 우리 몸은 아직 봄을 맞을 준비가 안 됐다. 전날 과음을 한 것도 아니고 딱히 업무에 지친것도 아닌데 점심만 먹고 나면 몸이 늘어진다. 의자에 앉기만 하면 꾸벅꾸벅 존다. 봄철이 되면 이처럼 이유 없이 피곤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른 바 ‘봄철 피로증후군’이다. ▶봄에 겹쳐 오는 춘곤, 식곤, 노곤 ‘피로 3인방’ 봄철피로증후군의 정체를 뜯어 보면 만물이 생동하는 봄에 인체가 적응하지 못하는 ‘춘곤증’, 음식을 먹고 난 뒤 생기는 ‘식곤증’, 운동이나 일을 하고 나서 피곤해지는 ‘노곤증’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사실 이 모두가 환경적 변화에 몸이 잘 적응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춘곤증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도 몸이 나른하고 피로를 느끼게 된다. 보통 3월께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일반적으로 일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고 밥맛이 별로 없고 자꾸 쉬고 싶어지는 등의 증세로 나타난다.저녁과 밤보다는 열이 많은 아침과 낮에 피곤함을 더 느끼며 아침에 일어나기가 무척 힘들어진다든지 가끔 손발 저림이나 현기증, 눈의 피로 등 무기력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가천의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서희선 교수는 “이 시기엔 신진대사가 제대로 되지 않으므로 평소에 빈혈증상이 있거나 위가 허약한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다. 겨우내 움츠려 생활하면서 운동이 부족했던 사람이나 과로한 사람에게 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식곤증은 식사 후에는 소화를 위해 갑자기 위장관에 혈액이 몰려 위장관 운동을 하게 되는데, 이 때 신체가 채 적응하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하품이 나오거나 온 몸이 나른해지는 증상이다. 노곤증도 비슷하다. 운동을 하거나 일을 하고 있을 때는 몰랐다가도 잠깐 쉴 때 피로가 밀물처럼 밀려든다. 이는 피로회복을 위해 혈액이 팔 다리에 집중되면서 머리로 가는 혈액이 많이 부족해 일시적으로 하품을 자주하고 누워서 쉬고 싶은 것이다. ▶‘혹시 만성피로증후군 아니야?’ 대부분 일시적 ‘봄철증후군’의 이런 증상은 ‘만성피로증후군’과 유사해 혹시나 하는 걱정으로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단순히 피로감이 오래 간다고 만성피로증후군은 아니다. 연세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의 강희철 교수는 “만성피로증후군은 피로를 느껴 병원을 찾는 사람의 5% 미만에 해당할 정도로 드문 질환이다. 피로가 6개월 이상 유지되고 피로로 인한 일의 능력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그것이 병이나 생리적인 피로가 아니어야 한다는 조건에 해당해야 한다”며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생리적이거나 질병으로 인한 피로에 의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단 피로를 동반하는 질병 중에는 심각한 질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경고한다. 갑상선 질환, 당뇨, 빈혈, 심장 질환, 우울증, 자가면역성 질환, 암 등의 경우 피로가 몇주간 계속 되면서 쉬어도 피로가 회복되지 않는 특징이 나타날 수 있다. 서희선 교수는 “특별한 이유 없이 피곤한 증상이 대략 6주 이상 지속이 되거나, 과로하지 않는데도 피로가 심한 경우, 휴식을 취해도 그 피로가 회복이 잘 안 되고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의 무력감이 있는 경우에는 병원을 찾아 혹 다른 질병이 있는 것은 아닌지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춘곤증, 일단 좀더 쉬어라…지압도 도움 춘곤증이 오면 우선 쉬는 것이 정답이다. 강희철 교수는 “춘곤증을 계기로 자기 삶의 패턴을 여유있게 다듬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졸음을 참기 어려우면 점심식사 후 30분을 넘지 않는 선에서 잠깐 잠을 자는 것도 좋다. 단 오후 3시 이후로는 밤잠에 방해가 되므로 삼간다. 커피와 담배 등 약물에 의존하는 것도 피로감을 더 누적시키므로 피한다. 업무 패턴을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된다. 졸리지 않은 오전에는 머리 쓰는 일을 주로 하고, 오후부터 사람 만나는 일을 하면 졸린 기분을 어느 정도 떨칠 수 있다. 운동부족도 춘곤증의 한 원인일 수 있으므로 점심 시간에 짬을 내 가까운 서점이나 공원까지 10분 정도 산책하는 것도 좋다. 가급적 아침 식사를 거르지 말고 비타민과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 야채, 해조류, 잡곡 등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도 좋다. 지압법을 활용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코비한의원 이판제 대표원장은 “춘곤증이 올 때 기가 흘러가는 통로인 경락을 적절히 자극하면 잠을 쫓고 집중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압점은 콧대와 눈 사이에 위치하며 눈물샘의 바로 옆 오목한 부분인 △정명혈, 귀와 눈 사이 관자놀이 부위인 △태양혈, 눈동자와 직선을 이루는 눈가 아랫부분의 △승읍혈, 눈썹 안쪽 끝지점에서 누르면 오목하게 들어가는 △찬죽혈, 머리 꼭대기 한가운데 숨구멍 자리인 △백회혈 다섯 곳이다. 지압은 적절한 호흡과 함께 해야 효과가 커진다. 먼저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가볍게 숨을 멈춘 상태에서 지압점을 누른 후 하나부터 넷까지 센다. 잠시 손을 떼고 다섯부터 여덟까지 센 후 부드럽게 숨을 토해낸다. 조용직 기자/yjc@heraldm.com <사진:춘곤증 해소에 도움이 되는 얼굴 내 지압점.>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