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량표시 제외·자율 표시제로 후퇴
어린이 기호식품 신호등제 도입 미뤄지나
정부 의지 떨어지고 업계 주장에 밀려 … 의원입법으로 국회 상정
어린이 기호식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도입하려는 어린이식품 신호등제가 애초 취지에서 상당히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와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어린이 기호식품에 들어있는 영양성분을 신호등 형식으로 표시하는 방식을 업계 자율에 맡기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또한 열량에 대한 신호등 표시는 제외됐다.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11월 상임위에 상정된 상태다. 이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안홍준(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8월 제출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각종 식품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어린이 기호식품 신호등제 도입을 강조해 왔다. 특히 지난해 9월 ‘당정합동 식품안전+7’ 발표에서도 어린이 식품 신호등제는 어김없이 포함돼 있다.
제출된 법안에서 열량에 대한 색깔 표시가 제외된 데는 ‘열량은 연령별 및 성별에 따라 평균필요량이 달라 기준치 설정이 어렵고, 영국도 신호등 표시제에서 열량이 제외돼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한 우리나라 어린이의 식생활 자료를 반영한 등급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도입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식품업계가 자율적으로 신호등 표시제를 시행하는 게 맞다는 얘기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모든 가공식품에 적용하는 게 과학적이냐는 의문이 있다”며 “열량의 경우 기준치 설정이 어려워 표시제에서 제외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호등 표시제’는 현재 어려운 수치로 표시된 영양정보가 어린이나 부모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나온 정책이다.
주요 영양성분 수준으 신호등 색깔로 표시해 소비자에게 영양정보를 쉽고 빠르게 제공하자는 취지이다.
실제 이 제도를 시행중인 영국의 경우 영국 대형 유통업체인 시안스버리스사가 12주 동안 조사한 결과 녹색등이 많이 켜진 건강한 식품 판매량이 10% 증가했다.
반면 적색등이 많이 켜진 비교적 건강하지 못한 식품의 판매량은 12% 감소했다.
국회 복지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신호등제가 정착된다면 녹색등이 많이 켜지는 우수 식품 개발이 유도돼 궁극적으로 어린이 건강증진에 기여하고 식품산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영국은 샌드위치 햄버거 피자 시리얼 등 일부 식품에 한정해 신호등 표시제를 도입하고 있고 다른 나라는 시행하고 있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는 우수식품에 한정해 녹색표시를 하도록 돼 있다.
법안을 제출한 안홍준 의원측은 “상임위 소위에 상정된 상태이며 이후 국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아 진행이 더딘 것”이라고 말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어린이식품 신호등제
식품 100g당 또는 1회 제공량 당 함량 수준을 신호등 색깔로 제품 앞면에 표시한다. 최근 어린이들이 식생활과 관련된 대사성질환인 비만 당뇨병 등 발병이 증가해 이를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적색은 섭취를 줄여야 하는 영양소 함량이 많다는 의미다. 자주 또는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황색은 해당 영양소가 많지도 적지도 않다는 뜻이다. 대부분 선택해도 괜찮은 정도다.
녹색은 해당 영양소가 적다는 뜻으로 건강한 식품이라는 뜻이다.
[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