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경제] <24> 오곡·나물·부럼 `배 곯지 말라’는 뜻 담은 조상의 지혜 오는 9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예부터 조상들은 한 해 동안 가족의 건강과 액땜을 기원하며 오곡밥과 묵은나물·부럼 등 정월대보름 절식을 만들어 먹었다. 한 해 동안 배곯지 말라는 뜻으로 보리쌀·콩·팥·조·수수 등을 넣어 만든 오곡밥을 해먹고, ‘묵은 나물을 먹으면 한여름 더위를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늦가을부터 말려온 나물을 볶아 상에 올렸다. 또 보름날 아침에는 껍질이 단단한 잣과 호두·밤·땅콩 등 부럼을 깨물며 부스럼이나 종기가 나지 않기를 기원했다. 이러한 오곡밥과 묵은 나물은 겨우내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무기질 등을 보충하는 데 아주 좋은 음식이다. 비타민·미네랄 풍부한 오곡밥 이름 그대로 다섯가지 곡식을 한데 섞어 지어 먹는 밥인 ‘오곡밥’. 오곡이라 함은 보리·찹쌀, 콩, 팥, 조, 수수를 말하지만 지방에 따라 다르다. 대보름에는 이 오곡만을 고집해서 먹지 않고 밤, 잣, 대추 등을 대신 넣기도 한다. 오곡밥은 탄수화물 섭취에 치우친 백미 밥과는 달리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쌀밥에 부족한 영양상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 찹쌀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아 식욕부진이나 소화불량에 효과가 있어 소화기가 약한 이들에게 좋다. 곡물 중에 가장 크고 긴 수수는 소화는 덜 되지만 몸의 습을 없애주고 열을 내려주는 효능이 있다. 기장과 조에도 수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항산화·항균·항돌연변이 효과가 있는 물질이 다량으로 검출됐다. 노란 차좁쌀은 비장과 위의 열을 제거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설사를 멎게 하는 효과가 있다. 고단백의 콩은 오장을 보하고, 십이경락의 순환을 돕는다. 팥에는 인삼에 많은 사포닌 성분이 함유돼 있어 체내 수분 배출을 도와 독소 배출에 효과적이다. 대보름에는 세 집 이상의 밥을 먹어야 그 해 운이 좋다고 해서 집집마다 오곡밥을 만들어 서로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다. 다이어트에 좋은 묵은 나물 오곡밥과 꼭 함께 먹는 나물. 대보름에 먹는 나물은 전년 봄부터 제철 나물을 따다 햇볕에 말린 묵은 나물이다. 주로 호박고지, 박고지, 가지오가리, 말린버섯, 고사리, 고비, 시래기, 무, 취나물 등 아홉가지 나물을 주로 먹지만 이것도 지방마다 다르다. 묵은 나물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고 특히 통변에 매우 좋다. 겨울을 나는 동안 부족해지기 쉬운 섬유소 섭취에도 나물은 큰 도움이 된다. 식유섬유와 미네랄이 많은 나물은 그야말로 다이어트에는 최고다. 기름기가 없어 살찔 염려가 없다. 말린 나물은 물에 잘 불려야 한다. 말린 나물은 종류에 따라 불리는 방법이 다르므로 주의해야 한다. 취나물·시래기 등 줄기가 있는 것은 삶아서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낸 뒤 사용해야 한다. 가지나 호박고지는 너무 오래 불리면 흐물거려지고 단맛이 없어져 더운물에 불리지 말고 찬물에 불려야 고유의 맛을 살려준다. 나물을 맛있게 볶으려면 삶아진 나물의 물을 너무 꼭 짜지 말아야 한다. 볶을 때는 육수를 부어가며 볶아야 나물이 부드러워진다. 나물을 식용유와 참기름을 1대1 비율로 섞어서 볶다가 물기가 잦아들면 다시 따뜻한 물을 충분히 부어주면서 볶아야 나물이 부드러워진다. 나물 본래의 향과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기름을 많이 쓰지 않는 게 좋다. 나물이 촉촉할 정도로 양념을 한 다음 식용유를 약간 두른 프라이팬에 볶다가 마지막 마무리에서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떨어뜨려야 느끼함이 덜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강한 양념도 많이 넣지 않아야 나물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도라지나 호박은 소금으로 간을 하는 게 좋다. 시래기는 간장에 된장을 조금 섞어 양념하면 훨씬 부드러운 맛이 난다. 들큼한 맛을 즐긴다면 나물 양념은 진간장에 소금을 섞어 간하고, 칼칼하게 먹고 싶다면 국간장을 이용한다. 나물 요리는 먼저 양념을 해 조물조물 무친 다음 기름에 볶는다. 피부와 치아에 좋은 부럼 견과류는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건강음식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보름에 부럼으로 먹는 호두, 잣, 밤, 땅콩 등이 바로 견과류다. 우리 선조들은 딱딱한 부럼을 깨물며 ‘부럼이요’라고 외치면 그 해엔 부스럼과 뾰루지 등 피부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다. 또 부럼을 ‘딱’하고 깨무는 소리에 놀라 잡귀가 달아날 뿐 아니라 치아가 건강해진다고 여겼다. 부럼을 깨는 풍속은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다. 부럼의 대표주자 호두는 두뇌 발달에 필요한 DHA 전구체가 다량 함유돼 있어 두뇌 발달에 좋으며 탈모와 노화를 예방하고 불면증, 신경쇠약, 히스테리에 효과적이다.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해 정력증진, 노화방지 등에 효과가 크다. 출산, 유산 후에 체력이 많이 소모돼 있을 때도 좋고 피부에 윤기를 준다. 잣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혈압을 낮추고 피부를 윤택하게 가꾸어주며 변비를 막는다. 밤은 비타민 B1·C 등이 풍부한 식품으로 허약한 사람과 회복기에 있는 환자에게 아주 좋다. 배탈과 설사병에 군밤이 효과를 발휘할 때도 있다. 땅콩은 하루 10개만 먹으면 비타민E의 하루 소요량이 채워질 정도다. 은행은 진해제로 호흡기 기능을 도와주고 기침과 담을 다스린다. 소변이 잦거나 조루증이 있을 때 구워서 먹기도 한다. 강련경 기자 vovo@gjdream.com ◆보름음식 ▶오곡밥 △재료: 불린 쌀 1컵, 찹쌀 1/2컵, 붉은팥 1/4컵, 차수수 1/4컵, 콩 1/4컵, 차조 1/4컵, 소금 약간, 물 2컵 △만드는 법 ① 팥을 씻어 건진 후 물을 넉넉히 붓고 팥이 터지지 않을 정도로 삶는다. ② 삶은 팥알은 건지고 삶은 물은 밥물로 사용한다. ③ 콩은 따뜻한 물에 불리거나 하루전에 물에 담가 충분히 불려 놓는다. ④ 차조는 물에 담그지 않고 바로 씻어 소쿠리에 건져 놓는다. ⑤ 차수수는 손으로 여러번 비벼 씻은 후에 따뜻한 물에 담가둔다. ⑥ 맵쌀, 찹쌀, 콩, 수수를 섞은 후 컵으로 계량해 냄비에 넣고 팥 삶은 물을 부어 밥을 짓는다. 오곡밥을 맛있게 짓기 위해서는 차진 곡물이 많이 들어가므로 밥을 지을때 보통 밥보다 물을 적게 잡아야 하며 소금간을 해야 한다. ⑦ 밥물이 끓으면 불을 줄여 밥을 짓다가 밥물이 자작자작 할 때쯤 차조를 넣어 뜸을 들인다. ⑧ 뜸이 다 들었으면 주걱에 물을 묻혀 오곡밥을 살살 섞어서 담으면 된다. ▶보름 나물 △재료: 시금치, 취 말린것, 고사리 말린것, 가지 말린것, 호박고지, 무, 콩나물, 도라지 등 △양념: 식용류, 다진파, 다진마늘, 소금, 깨소금, 간장, 참기름 약간씩 *시금치 나물 ① 깨끗이 씻어서 데친다. ② 찬물에 씻어 물기를 짠다.③ 물기를 너무 많이 짜지 않는다.④ 집간장과 마늘 통깨 넣고 간을 한다. ⑤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넣고 무친다. *고사리 나물 ① 물에 잘 불린 고사리의 줄기끝 뻣뻣한 부분을 잘라낸다. ② 물에 씻어 먹기좋은 크기로 자른다. ③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간장과 마늘 등의 양념을 넣고 볶는다. *호박 나물 ①호박 고지를 물에 2시간 정도 불린다. ② 물에 불린 호박고지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짜 놓는다. ③ 프라이팬에 기름을 넣고 마늘, 집간장 등으로 간을 한다. ④ 지글지글 볶다가 물 한 컵을 넣는다. ⑤ 약한 불에서 서서히 볶는다. *도라지나물 ① 도라지를 소금에 박박문질러 쓴맛을 뺀다. ② 뜨거운 물에 데쳐 낸다. ③ 데친 도라지를 프라이팬에 넣고 소금 등으로 간을 한 후 양념을 넣고 볶는다. *취나물 ①말린 취는 하루 정도 찬물에 담가 불린 후 냄비에 물을 넣고 25분 정도 삶는다. ②삶은 취는 다시 찬물에 담가 1~2시간 불린 다음 물기를 없애고 먹기 좋은 길이로 자른다. ③취에 간장, 마늘, 파, 소금을 넣어 양념한 후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취를 넣어 볶는다. ④볶으면서 물을 넣고 양념이 스며들 때까지 끓인 후 들기름을 넣는다. [광주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