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피곤한 나 "지금 필요한 건 뭐?"


# 직장 생활 5년차 홍성준(33)씨는 퇴근 때만 되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피로에 시달린다. 집에 도착하면 TV를 볼 힘도 없다. 거기다 회식과 야근으로 며칠 무리하면 바로 몸살을 앓는다. 사무실 책상 서랍에 종합감기약을 항상 챙겨둘 정도로 감기 몸살이 잦다.

어쩌다 일찍 퇴근해 10시간 가까이 잠을 잘 수 있는 날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잠을 자도 홍 씨는 다음 날 아침 전혀 개운하지 않다. 토요일과 일요일 하루 종일 집에서 휴식을 취해도 마찬가지다. 홍 씨는 항상 피곤하다.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당신이라면, 혹은 자고 일어났을 때 머리가 깨질 듯 아프거나 깊은 잠을 자지 못해 잦은 두통에 시달린다면 한 번쯤 건강을 의심하게 된다. `혹시 심각한 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부랴부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 보면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한다. 오히려 검사 결과는 건강한 편에 속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 누구나 피로…휴식 취해도 계속된다면 `문제`

사람은 누구나 피로를 느낀다. 유독 바쁜 하루를 보냈거나 평소보다 힘든 일을 했을 때, 여러가지 신경 쓸 일이 많았다면 그 날 저녁은 더 피곤한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피로는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회복된다. 이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휴식을 취해도 피로가 없어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만성 피로`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의학적으로 만성 피로는 피로감 때문에 생활에 큰 지장을 받는 현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될 때를 말한다. 만성적으로 피로한 사람들은 내 몸이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낀다.

그러나 그렇다고 뚜렷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성 피로가 있으면 두통이나 수면 장애, 우울증, 불안증 등이 증상이 동반된다. 이 외 근육통, 과민성 대장 증후군, 알레르기, 잦은 감기, 추위나 더위를 참지 못하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이처럼 이상 증상은 몸의 여기 저기서 나타나지만 만성 피로가 질병으로 진단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현대의학에서 만성 피로는 질병에 포함되지 않는다. 1988년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가 `만성 피로 증후군`이라고 해 새로운 질병으로 규정한 것이 전부다.

특별한 질병이 없는데 몸의 어딘가 아프다고 느끼게 되는 만성 피로 증후군. 병은 없지만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는 이들 역시 치료의 영역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게 `기능의학`의 주장이다. 약이나 수술 등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현대의학보다 `의학`의 범위를 확대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일종의 `비주류` 의학인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기능의학을 다루는 전문의는 많지 않다. 그렇지만 관련 학회를 만들어 꾸준히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기능의학에 관심을 갖는 전문의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주류`인 현대 의학 관련 학회에서도 이러한 기능의학의 연구들을 일정 부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동환 만성피로연구회장은 "아직 기능의학이 한국의 전문의학 과목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지만 가정의학회 차원에서 정식 연구 학회로 인정을 받는 등 기능의학에 대한 관심은 높다"고 말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이동환 만성피로연구회장은 우연한 기회에 기능의학에 관심을 갖고 10년 가까이 만성 피로에 대해 연구해오고 있다.

◆ 핵심은 `세포`…세포가 건강해야 만성피로 없다

기능의학에서 만성피로는 세포 기능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우리 몸의 세포는 여러가지 기능을 하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또 세포는 독성 물질을 제거하는 해독기능도 갖고 있다. 해독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많은 독성들에 의해 질병이 발생한다.


이에 만성 피로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세포의 기능을 파악하는 검사를 하게 된다. 일례로 소변 검사라고 해도 분석 내용이 우리가 지금까지 접했던 소변 검사와는 전혀 다르다. 일반적으로 소변 검사는 소변에서 단백질이 나오는지 혹은 요당이 나오는지 등을 검사해 당뇨나 신장 질환 등을 찾아낸다.

그러나 세포 기능 정도를 알아보는 소변 검사라면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들 중에 생기는 화학물이 소변에서 검출되는지 여부를 파악한다. 약 65가지의 화학 물질을 측정하고 검출된 물질들의 농도를 파악해 세포가 에너지는 잘 만들어내고 있는지, 에너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하지는 않는지, 독성 물질이 세포 내에서 잘 해독되고 있는 지 등을 판단한다. 현재 이 검사는 우리나라에서 분석이 불가능해 미국 검사연구실로 보내야 한다. 때문에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3~4주 가량이 소요된다.

◆ 주 치료방법은 `영양치료`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만성피로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을 때, 기능의학의 주 치료 방법은 필요한 영양소를 처방해주는 영양치료다. 이동환 만성피로연구회장이 치료한 45세 여성 환자의 사례를 보면 영양치료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있다.

# 45세의 여성 환자 A씨는 과도한 비만은 아니었지만 과체중이었다. 늘 피곤하고 기운이 없었고 밥을 많이 먹지 않는데도 살이 자꾸 찐다고 호소했다. 살을 빼고 싶었했던 A씨에게 3일간 식사 일기를 적도록 했다. 식사 일기를 보니 미세영양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몇 가지 검사 후 A씨가 항상 피로한 까닭을 진단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빈혈이었다. A씨는 `나처럼 덩치가 큰 사람이 왜 빈혈이 있느냐`고 의아해했다. 어지러움이 생기는 빈혈도 있지만 피곤하거나 무기력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철분이 충분히 든 영양소의 공급과 칼로리를 적게 섭취하도록 처방했다. 특히 철분 흡수가 잘 되도록 비타민C를 충분히 보충해줬다.




기능의학은 현대인들이 `풍요 속 빈곤`의 식생활을 하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현대인들은 많이, 또 잘 먹는데 미네랄이나 비타민과 같은 미세영양소는 턱없이 부족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는 얘기다.

미세영양소는 탄수화물이나 지방, 단백질 등 거대영양소가 에너지로 바뀌는 과정에서 화학 반응이 잘 이뤄지도록 도와주는 영양소다. 이들은 칼로리를 갖고 있지 않다. 대신 칼로리를 에너지로 바꿔주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결국 현대인들은 세포가 끊임없이 건강한 에너지를 발생시키기 위해 필요한 칼로리와 이를 도와주는 미세영양소의 불균형으로 만성 피로를 겪고 있다는 것. 이동환 만성피로연구회장은 "임상적으로 검증된 영양제만으로도 살이 찌면서 피곤한 증상 등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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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피로도는 얼마?

[ 결과 ]

◎ 점수 10~27점 : 경미한 피로

피로도는 경미하지만 현재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심각해질 수 있다. 예방을 해야 한다.

가능한 수면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수면 시간이 너무 많거나 한꺼번에 몰아서 수면을 취하는 것은 오히려 더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수면 시간이 적더라도 규칙적인 시간에 자도록 노력해야 한다.

에너지 발생에 도움을 주는 식사 패턴이 중요하다. 양질의 단백질과 충분한 수분 공급, 그리고 비타민과 미네랄과 같은 미세영양소가 많은 음식을 충분히 섭취한다.

◎ 점수 28~45점 : 중간 정도의 피로

피로감 때문에 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특별한 질병(간 기능 장애, 갑상선 질환, 류마티스 질환, 결핵, 암 등)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영양 상태나 심리적 상태가 불균형에 있을 확률이 높다.

영양 상태 불균형은 인체 내에서 에너지 발생에 문제를 일으킨다. 또 몸 속 독소작용을 하는 활성산소가 많을 수 있다.

충분한 수분 공급과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고 생물학적 가용성이 높고 안전성이 확보된 종합영양제와 항산화제의 보충 요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 점수 46점 이상 : 심각한 피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종합영양제 등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수도 있다. 특별한 질환이 없다면 만성 피로뿐 아니라 불면증, 불안증, 우울감 등 다른 증상들을 동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매경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