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 부조화가 ‘현대병’의 원인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19세기 프랑스의 법률가이자 미식가였던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이 남긴 말이다. 프랑스의 농공학자이자 소비자 운동가인 저자가 지난해 내놔 화제를 일으켰던 책은 이 유명한 잠언의 현대적 이야기이다. 브리야 사바랭의 잠언은 이 책 속 한 챕터의 소제목으로 쓰이기도 했는데, 군더더기를 빼고 요약하자면 당신(현대인)이 살 찌고 온갖 현대병에 걸리는 것은 당신의 먹을거리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신(현대인)이 무엇을 먹는지를 보니 당신이 왜 병들어 가는지 말해줄 수 있겠다는 것이다.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면서 안전한 식탁을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환경 보호, 지속가능한 기술, 전지구적 소비자 운동, 최대 효율이 최고 덕목인 생활 윤리의 변화 등 인류 삶의 방향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책 역시 이 맥락 위에 서 있다. 그래서 약간의 기시감이 들기도 한데, 열띤 호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변함없음을 생각하면 이같은 책은 여전히 신선하고 의미있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다 이 책은 기존의 책들과 다른 미덕을 지녔는데, 바로 ‘재미’이다. 이 책은 세심한 논픽션이라기 보다는 재미있는 픽션같다. 상황별로 가상의 주인공을 등장시켜 구석기에서 현대에 이르는 인류의 음식과 건강의 역사를 풀어내고, 일본·그리스·알래스카의 음식과 질병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를 전해주며 말 그대로 종횡 무진, 현대인의 음식과 건강 이야기를 펼쳐내기 때문이다.

책은 비만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실례로 시작해 인류가 왜 이런 위기에 빠졌는지로 나아간다. 저자는 이 위기는 수만년 전에 만들어진 인간의 유전자와 지난 40년 동안 급격히 바뀐 음식의 부조화, 즉 늙은 유전자와 새로운 음식 간의 세대차라고 규정한다. 저자는 일벌과 같은 유전자를 가진 벌 유충이 8일 동안 로열제리만 계속 먹으면 여왕벌이 된다는 자연의 신비에 빗대, 인간 역시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유전자의 발현이 다르다고 말한다.

수만년 전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시절, 그 환경에 맞게 만들어진 인간의 유전자가 새로운 환경과 먹을거리를 만나 비틀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루시라는 가상의 구석기인을 등장시킨다. 루시는 먹을 것을 얻기 어렵고, 특히 겨울이 오기 전에 충분한 영양을 몸 속에 비축해야 한다. 곰에게 쫓길 때면 모든 육체와 뇌를 가동해 달아나야 했다. 그런데 루시의 유전자를 지닌 현대인은 어떻게 됐는가. 유전자는 위기 상황을 위해 열심히 남는 영양은 피하지방으로 축적하는데, 영양 과잉에 운동량은 줄어들었고 견뎌야할 겨울도 달아나야 할 곰도 없어졌다.

이어 저자는 건강에 대한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식품·제약 산업과 의학계의 처세를 폭로한다. 음식과 관련된 잘못된 흑백논리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동물성 지방이 나쁘다는 흑백논리는 식물성 지방 쏠림 현상을 낳았지만, 결국 팜유는 트랜스지방 덩어리였다는 식이다. 결국 저자는 생태계를 보호하고, 먹이 사슬을 존중하며, 좋은 먹이를 줘서 가축을 잘 기르면 그 가축들은 우리에게 좋은 먹을 거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체를 아우르는 음식과 문화의 생활 혁명을 누차 강조한다.

최현미기자chm@ 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