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맛 세상] : 김
마른 김 3장, 장어구이 한 접시 비타민과 맞먹어

겨울에는 뭘로 밥을 먹을까? 개인적으로는 하얀 쌀밥에 김장 김치, 그리고 구운 김을 싸서 먹는 걸 좋아한다. 그러면 밥 한 공기가 뚝딱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든 들기름을 바르고 맛소금을 쳐서 살짝 구운 김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김 한 장을 네 조각으로 잘라 크기도 지금보다 컸다. 물가가 올라 한 장의 크기도 줄었을까?

요즘 사람들도 김을 좋아한다. 하지만 어머니의 정성은 어느새 사라지고 마트에서 사온 조미김을 주로 먹는다. 조미김의 포장을 한번 뒤집어보시라. 조미김은 대부분 식염을 사용한다. 그 식염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건너왔다.

김은 '해태(海苔)'라고도 부르는데 중국어 발음으로는 '하이타이'다. 김을 드시든가, 하이타이를 드시든가….

언제부터 김을 먹었을까. 우리나라에서 김을 채취해 식용으로 삼은 것은 5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에서 김 양식법을 창시한 사람은 김여익이다.

그는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의병을 일으켜 투쟁하다 임금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세상을 등지기로 결심, 섬진강 하구의 태인도에 들어가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해변에 떠내려 온 나무에 김이 붙어 자라는 것을 발견하고 김 양식을 시작한 것이다. 그가 양식한 김을 하동장에 내다 팔면서 '태인도 김가가 기른 것'이라는 뜻으로 김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박씨가 길러 팔았으면, 김이 박이 되어 헷갈릴 뻔했다.

김은 주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즐겨 먹는다. 지금은 서양에서도 김을 건강식품으로 생각하지만 주로 분말로 처리해서 먹는다.

영어로 김은 laver 혹은 sea weed라고 부른다. laver는 파래라는 뜻이 강하고, weed는 잡초이다. 역시 우리가 먹는 김하고는 어감이 많이 다르다. 2차 대전 중 해안 지방에 있던 일본군의 미군 포로 수용소에서 김을 따서 식량으로 급식한 일이 있었다.

전쟁 후 전범 재판이 열렸을 때 김을 먹인 사실이 포로에 대한 가혹 행위로 인정됐다. 김을 구워 먹인 것을 검은 종이를 강제로 먹인 행위로 간주한 때문이다.

김에는 비타민이 풍부하다. 마른 김 한장에 달걀 2개 분량의 비타민A가 들었고, 마른 김 3장이면 장어구이 한 접시와 맞먹는다. 일본에서는 '김 때문에 바다가 야윈다'는 말까지 있다. 김은 빛깔이 검고 광택이 나며 향기가 높고 불에 구우면 청록색으로 변하는 것이 상품이다. 오늘 아침 어머니가 발라주시던 그 김이 먹고 싶다. 간절하게.

박종호 기자 nleader@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