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식품안전 상식 병만 키운다
공영방송 한 연예 프로그램이 총력을 기울여 가공식품을 비난하고 있다. 가공식품에 대해 `알아야 산다`는 것이다. 연예 프로그램이 그런 문제를 다루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선정적인 기획, 출연자의 가벼운 언행, 전문가의 정확하지 않은 주장이 마구 뒤엉켜 시청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정확한 정보는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고, 가공식품과 식품제조사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목표가 돼 버렸다.
오늘날 식품 생산ㆍ가공ㆍ유통 과정은 극도로 복잡하다. 소비자 처지에서는 가공식품의 정확한 정체를 알아내기도 어렵고, 원료와 가공 방법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공영방송이 그런 소비자를 도와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편향되고 왜곡된 시각으로 식품에 대해 좋고 나쁨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식품에는 영양과 위생 외에도 전통과 문화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모든 식품의 근원적인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비위생적으로 잘못 만든 식품과 사회가 허용하는 방법으로 만든 식품은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이 먹는 식품을 나쁜 것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김치 된장 간장도 혐오식품에 가깝게 취급받은 적이 있었다.
식품과 관련된 과학 상식도 중요하다. 그러나 부정확하고 단편적인 과학 상식은 경계해야 한다. 광우병과 멜라민 사태에서 우리 이성을 마비시켰던 인터넷 `괴담`들이 그런 것이었다. 광우병 소동으로 우리가 입은 손실이 무려 3조75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낯선 화학물질의 부작용에 대한 정보가 대부분 그런 괴담 수준이다. 천연이거나 인공이거나 상관없이 세상 모든 물질은 너무 많이 먹으면 문제가 된다. 우리가 필수 영양분으로 알고 있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도 그렇고 비타민도 마찬가지다. 생활습관병과 비타민 과다증도 심각한 질병이다. 그러나 너무 많이 먹으면 나쁘다는 주장과 위험하니 먹지 말라는 주장은 전혀 다른 것이다.
콩에서 지방을 빼내고 남은 `탈지 대두`를 `콩 찌꺼기`라고 부르면서 탈지 대두로 만든 화학간장에는 `콩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유에서 분리한 카세인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에 `우유가 들어 있지 않다`는 주장도 정확하지 않다. 필요에 따라 원료에서 특정 성분을 분리해 사용한 것은 절대 나무랄 일이 아니다.
식품첨가제에 대한 일방적인 비방도 도를 넘어섰다. 첨가제가 부당한 이익을 챙기기 위한 수단이라고 몰아붙일 수는 없다. 식품 보존기간을 늘리고, 품질을 향상시키는 기술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큰 축복이다. 무작정 신선한 식품만 소비해야 한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그런 주장으로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은 저소득층뿐이다.
첨가제 정체에 대한 왜곡도 심각하다. 유화제가 대표적이다. 모든 유화제가 합성물질인 것은 아니다. 한천이나 해조류에서 추출한 것도 있고, 콩에서 추출한 레시틴도 유화제다. 단순히 화학적 기능만 강조해서 식용으로 쓰는 유화제가 기름 유출 사고나 구두약에 사용하는 공업용 유화제와 똑같다는 식의 주장은 황당한 것이다. 합성 색소가 첨가된 음료로 옷감을 염색하는 모습은 충격적이다. 그런데 천연 식용 염료로 많이 사용하는 치자나 오미자로 만든 음료로도 옷감 염색이 가능하다. 옷감을 염색할 수 있다는 사실과 독성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식품첨가제의 오용과 남용은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그러나 모든 첨가제를 거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첨단 식품가공 기술의 혜택은 인정해야 한다. 가공식품 때문에 우리 식생활이 과거보다 나빠졌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알아야 사는 것은 분명하지만 왜곡된 지식은 오히려 병이 된다.
% & △서울대 화학 학사ㆍ석사 △미국 코넬대 화학 박사 △한국과학저술인협회 저술상 △제5회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서강대 화학과 교수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