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건강의 寶庫 잡곡



바쁘게 생활하는 현대사회에서 ‘느리게 먹고, 건강하게 사는 삶(slow food, slow life)’운동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웰빙’으로 대표되는 건강한 삶, 행복한 삶에 대한 현대인의 욕구는 식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쌀 육류 등의 소비가 줄고 과일 채소 등 몸에 좋은 여러 가지 기능성이 함유된 웰빙 농산물 소비가 늘고 있다. 이처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트렌드 속에서 잡곡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잡곡에는 우리가 평소 알지 못하는 많은 영양성분과 기능성이 함유돼 있다. 우리 주위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콩은 단백질 함량이 풍부해 흔히 ‘밭에서 나는 고기’로 불리고 있다. 콩은 단백질 함량이 풍부한 외에 뼈를 보호하고 갱년기 증상 예방에 좋으며 혈압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옛 선조가 오곡밥에 넣어 먹던 조는 우리 몸의 습열을 제거하고 해독을 도와주며 당뇨와 빈혈에 좋고, 기장은 비위를 보호해 주고 복통과 구토 설사 이질에 효과가 좋다.

탄산음료가 없던 시절에 겨울철 시원한 감주를 만드는 원료로 사용되었던 맥아는 소화에 좋고, 특히 여성들의 산후에 즐겨 사용되었다. 이름도 생소한 비파는 혈액순환, 각기병, 비만증, 미용, 열을 식히는 데 좋다. 율무는 이뇨, 진통, 해열작용, 기관지 천식의 염증치료에 좋은 잡곡으로 식단에서 섭취되고 있다.

잡곡의 효능은 옛 선조의 고서(古書)에도 자세히 나와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메밀은 당뇨에, 율무는 이뇨와 진통 해열에, 옥수수수염은 당뇨와 심장병 혈압강하, 활당, 식용증진 등에 좋다고 기록돼 있다. 본초강목에는 서목태(쥐눈이콩)는 신장병을 다스리며 기를 내려 모든 풍열을 억제하고 혈액순환을 도와 모든 독을 풀어준다고 기록돼 있다.

예부터 우리 땅에서 재배되어 온 여러 종류의 잡곡은 성인병 예방에 필요한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종합 영양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잡곡이 현대인의 건강과 영양성분 섭취에 유용한 농산물이지만 정작 농가소득 측면에서는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틈새 작목으로 여겨져 왔다.

웰빙시대를 맞아 잡곡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새로운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잡곡 경쟁력 향상 프로젝트’ 사업 또한 그 정책 중의 하나이다. 경기 포천, 강원 영월, 전남 신안, 경북 영주 등 전국 12개 지역에서 우리 체질에 맞는 다양한 종류의 기능성 잡곡을 생산해 소비자가 먹기 쉽게 가공하여 농가소득도 올리고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품질 좋은 먹을거리로 공급하고 있다.

광우병, 멜라민 파동,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의 위해성 논란 속에서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무분별한 외국 농산물이 우리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외국농산물의 수입으로 국산 농산물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현실에서 새해에는 건강도 챙기고, 농민의 소득에도 보탬이 될 수 있는 우리 농산물, 우리 잡곡을 먹고 건강한 한 해를 설계하자.

이학동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