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 이야기] 겨울철 선비를 살찌우는 생선 肥儒魚



서울 청어구이, 포항 과메기, 호남 청어찜

겨울철이면 등 푸른 생선이 제 맛인데 그 중에서도 요즘은 청어가 제철이다. 청어구이부터 포항의 과메기, 호남의 청어 찜까지 다양하게 맛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요즘은 우리나라에서 청어가 많이 잡히지 않아 주로 수입산을 먹지만 예전에는 청어는 흔하디 흔한 생선이었다. 그래서 청어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있다. 흔한 것을 표현할 때 쓰는 말로 거의 ‘구라’에 가까운 말이지만 옛날에는 어느 정도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작고하신 어류학자 정문기 선생은 1939년에 발간된 신문에서 “1900년 무렵에만 해도 부산항 내해에는 배가 다니기 불편할 정도로 청어가 많았다는 전설이 있다”고 전한다. 청어 떼가 몰려 다녀 배가 다니기 힘들 정도였으니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전기가 없던 시절에는 청어 기름으로 등잔불을 밝혔을 것이다.

“맛 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는 명태’라는 말처럼 청어는 맛도 좋고 많이 잡혀 예전에는 가난한 선비들을 살 찌우는 생선이라고 했다. 옛 문헌에서는 청어를 한자로 ‘비유어(肥儒魚)’라고 했다. 살 찔 비(肥), 선비 유(儒), 물고기 어(魚)자를 쓰니까 선비를 살찌우는 생선이라는 뜻이다. 값이 싸고 흔하지만 영양이 풍부한 등 푸른 생선이기 때문에 가난한 선비가 쉽게 영양 보충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청어를 순수 우리말로는 비웃이라고 한다. 우리 말 표현에 “비웃 두름 엮듯 한다”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비웃이 바로 청어다. 죄인들을 오랏줄에 묶어 줄줄이 감옥으로 끌고 갈 때 쓰는 말인데 비웃은 청어, 두름은 조기나 비웃(청어)를 10마리씩 두 줄로 묶어 20마리를 엮은 것을 말한다. 청어가 무척이나 흔했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새해에 청어 놓고 소망을 비는 풍습

비웃이라는 말의 어원에 대해 일부에서는 비유어가 발전해서 생긴 말이라고도 하지만, 명물기략(名物紀略)이라는 옛 문헌에는 청어를 중국말로 벽어(壁魚)라고 쓰는데 ‘비유어’로 발음하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고 했다. 벽어(壁魚)를 현대 중국어로 발음하면 비유어가 아니라 ‘비위’로 발음된다.

그러고 보면 우리 말에는 청어와 관련된 속담이 꽤 있다. “청어 굽는데 된장 칠하듯 한다’는 말도 있는데 청어에 된장을 발라 먹으면 고소하기는 하지만 된장이 어디에는 붙고 어디에는 붙지 않아 볼품은 없는데 화장이 서투르거나 화장을 너무 진하게 해서 얼굴이 엉망이 된 여자를 보고 하는 말이다.

옛날에는 청어를 놓고 새해 소망을 빌기도 했다. 겨울이 끝나는 동짓날 역시 설날 못지 않게 새해를 시작하는 날로 여겼는데 궁중과 사대부 집안에서는 청어를 사당에 올려 새해를 비는 풍속이 있었다.

‘청어 천신(靑魚 薦新)’이라고 하는데 천신(薦新)이란 철 따라 새로 나오는 과실이나 농산물을 먼저 조상들에게 바치는 풍습이다. 동짓날이면 겨울철에 잡힌 청어로 천신을 하는데 등 푸른 생선인 청어처럼 푸른 마음으로 한 해를 새롭게 출발하고자 하는 소망이 담긴 풍습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청어가 우리나라 바다에서 골고루 잡혔던 것 같다. 성호사설에서는 추운 겨울이면 경상도에서 생산되고 봄이 되면 차츰 전라도와 충청도로 옮겨 갔다고 봄과 여름 사이에는 황해도에서 잡혔다는 것이다.

겨울이 시작되면서 포항 영일만 부근에서 청어가 처음 잡히면 임금님께 진상을 했고, 청어를 바닷바람에 말려 과메기를 만들었는데 포항의 특산물이 됐다.

허균은 ‘성소부부고’에서 청어에는 네 종류가 있는데 북도에서 나는 것은 크고 배가 희고, 경상도에서 잡히는 것은 등이 검고 배가 붉다. 호남에서 잡히는 것은 조금 작고, 해주에서는 봄에 잡히는데 매우 맛이 좋다고 했다. 옛날 기록에 보면 청어는 서해에서 40~50년을 주기로 많이 잡혔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는데 지금은 온난화 때문에 난류성 어종인 청어가 다시 돌아 수 있을까 의문시된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