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고래ㆍ노약자 저체온증 조심을


누구나 어린 시절 안데르센이 지은 ‘성냥팔이 소녀’라는 동화를 읽어봤을 것이다. 언 손을 녹이기 위해 성냥을 켜고, 그 성냥 속에서 희망을 보다가 추위에 죽어간 소녀의 이야기는 심금을 울렸다. 동화뿐만 아니라 많은 전설 속에서도 추위에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다. 폭설로 길이 끊긴 암자에서 스님을 기다리다 추위에 죽어간 동자의 무덤에서 핀 꽃이 동자꽃이고, 추운 겨울날 시집간 손녀를 찾아가다 동사(凍死)한 할머니의 무덤에서 핀 꽃이 할미꽃이다. 추위는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이 극복해야 하는 과제였는지도 모른다.


우리 몸의 체온 조절은 뇌의 아랫면에 위치한 ‘시상하부’라는 곳에서 이뤄진다. 일단 체온이 떨어지면 시상하부는 자율신경을 자극해 근육을 긴장시킨다. 근육이 긴장해 우리 몸은 떨게 되고, 우리가 떠는 동안 열이 발생하면서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다. 또 시상하부에서는 갑상선호르몬과 같은 내분비 작용을 조절해서 우리 몸의 대사를 높이고 열을 발생시킨다. 우리의 피부는 혈관을 수축해 열의 손실을 막는다.


이 같은 방어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추위에 노출되면 결국 체온이 떨어진다. 심부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면 ‘저체온증’이라 부르는데, 여기서 심부 체온이란 항문이나 식도로 체온계를 넣어서 측정한 몸속 깊은 곳의 온도를 말한다. 저체온증에 빠지면 모든 장기의 기능이 떨어진다. 뇌의 기능이 떨어져 의식은 멍해지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맥박과 호흡은 처음에는 증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게 된다. 이후에도 계속 체온이 내려가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발생하고 결국 심장이 멎게 된다.


이런 저체온증은 노인이나 어린아이 그리고 영양상태가 나쁜 사람에게 특히 위험하다.


더구나 술은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열 손실을 늘리고 열 생산을 줄이므로 저체온증에 매우 위험한 인자다. 더구나 술에 취한 경우 추위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판단력을 잃게 돼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또 일부 안정제의 경우 혈관 수축을 억제해 저체온증에 빠질 위험을 높인다. 갑상선 기능 저하 환자나 뇌졸중 환자도 열을 생산하는 기능이 약해서 저체온증에 취약하다.


날씨가 추워졌다. 저체온증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보온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하고, 특히 술을 마시는 날은 옷을 두둑이 입고 다니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준형 내과전문의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