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건강] 결국은 스트레스가 문제!

박정민(한의사, 자향한의원원장)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대의 우리생활권에서 공통적으로 이루어지는 생활방식은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서 일을 하거나 움직이지 않고 보내는 것이다. 이는 비만이나 심장질환과 같은 현대인의 질병 발생에서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가 더 산업화되고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질병들을 ‘생활습관병’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성인병’으로 알고 있는 제2형 당뇨병, 비만, 만성 간질환(간경변),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심장질환, 고혈압, 동맥경화, 뇌졸중, 골다공증, 알레르기, 고지혈증, 그리고 암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일부에서는 생활습관병을 ‘풍요의 질병’ 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한 사회가 경제적으로 풍요해짐으로써 그 발생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발생빈도가 많은 당뇨병, 고혈압에 이어 고지혈증이 새로운 ‘국민병’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지혈증 환자는 2003년 33만2000명에서 5년 만인 2007년 68만1000명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고지혈증은 일반적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이 240㎎/㎗을 넘거나, 중성지방이 200㎎/㎗ 이상일 때를 말한다. 고지혈증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의 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기는 질환으로 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인 심·뇌혈관계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된다.

한의학에서는 고지혈증이라는 용어 자체는 없으나 고지혈증이 유발하는 질환인 중풍(뇌졸중), 흉통(심장질환)등과 관련이 있는 증상으로, ‘담탁(痰濁)’, ‘현훈(眩暈)’, ‘비만(肥滿)’ 등의 병증에 속한다. 그 원인으로는 비위(脾胃)기능의 저하, 간신(肝腎)이 약해진 것, 담탁(痰濁: 비정상적 노폐물)이 경락을 막은 것, 기체(氣滯: 기운이 막힌 것)로 어혈(瘀血: 피가 비정상적으로 정체되어 생긴 병증)이 생성된 것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현대적 의미의 고지혈증의 원인과 가장 관계가 깊은 경우는 어혈(瘀血)이라고 볼 수 있다. 고지혈증으로 혈관 내경이 좁아져 혈액순환이 원활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 각종 장기기능에 영향을 주는 것이 어혈(瘀血)인데 이 어혈의 생성은 각종 만성질환이 야기된다는 개념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어혈(瘀血)을 발생시키는 주요한 원인은 기체(氣滯)이다. 기체(氣滯)란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음식조절을 잘 못하거나, 담음(痰飮)이라는 비정상적 노폐물질이 많을 경우 기(氣)의 운행이 순조롭지 못하여 어느 한 부위가 정체되어 막히는 현상이다.

담음(痰飮)의 주요 발생원인 역시 스트레스나, 기름진 음식을 자주 섭취하거나 식이습관이 잘못된 경우로 규정하고 있기에, 사실 어혈의 큰 원인은 스트레스와 음식섭취량, 잘못된 식이습관으로 나눌 수 있다.

고지혈증은 한의학이든 서양의학이든 식이를 중요시 여긴다. 하지만 그동안 잘못 알려진 지식도 많았다. 과거엔 오징어·조개·게·새우 등은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식품이라고 해서 기피했다. 하지만 장(腸)에서 콜레스테롤 흡수를 방해하는 물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런 식품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게다가 새우·오징어·조개 등엔 혈압을 조절하는 아미노산인 타우린이 풍부하기까지 해서 고지혈이라 하여 피할 이유가 없는 식품인 것이다. 사실, 식이 문제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얼마나 좋은 습관으로 즐겁게 적당한 양을 먹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식이습관과 먹는 양은 정서적인 문제와 관련이 많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부적절한 식사량과 무절제한 식사습관이 초래된다는 것이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연구결과가 아니라도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푼다”고 말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결국 스트레스는 고지혈증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면서, 고지혈증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원인을 조절하기도 하는 주요 인자이다. 결국 바꿔 말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고지혈증에 쉽게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조절하자. 그것이 고지혈증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가장 중요한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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